[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조계사로 피신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6일 떠나겠다는 당초 약속을 깨면서 신도와 조계사, 경찰 모두를 조롱하고 있다. 특히 한상균 위원장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던 조계사로서는 당혹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애초부터 수배자 신분이었던 범법자를 받아 비난을 불러일으킨 데 이어 한상균 위원장의 버티기로 결국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졌다.
한상균 위원장은 7일 “당장은 조계사를 떠나지 않겠다”고 밝힌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는 “사찰(조계사)은 나를 철저히 고립 유폐시키고 있다”며 되레 조계사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이어 “객으로 참았는데 참는 게 능사가 아닐 것 같다”는 적반하장격의 글과 함께 “정권의 하수인을 자처한 신도회 고위급들에게 온갖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며 신도회를 싸잡아 비난했다.
지난달 14일 민중총궐기 이틀뒤인 16일 조계사로 피신한 한상균 위원장은 지난 1일 조계사측에 “5일 오후 또는 6일 오전 경찰에 자진 출두하겠다”고 밝혔었다. 지난달 30일에는 조계사 신도회 회장단들과 만나 “5일까지 닷새만 기다려 달라”고 읍소했었다. 그러던 한상균 위원장이 돌연 태도를 바꿔 “고심을 많이 했지만 지금 당장 나가지 못하는 중생의 입장과 처지를 헤아려 달라”고 했다.
▲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이 8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은신한 조계사를 찾아 한 위원장의 자진 퇴거를 요청했다. 구 청장은 조계사를 찾아 한 위원장의 도피 행위를 더는 좌시할 수 없다며, 스스로 나가지 않을 경우 법적 절차에 따라 영장 집행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사진=YTN |
한상균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민중총궐기 폭력 시위 등 8차례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인물이다. 그의 속셈은 뻔하다. 오는 16일로 예정된 민노총 총파업과 19일 3차 서울 도심 집회와 연말까지 이어질 국회의 노동관련 입법 저지를 내걸고 조계사 눌러앉아 버티겠다는 것이다. 5일 있은 2차 민중총궐기 때와 같이 서신지휘를 하겠다는 것이다. 민노총 간부들이 대신 읽은 기자회견문에서 한 위원장은“노동개악법 처리가 저지될 때까지 조계사에 머물 것”이라며 “노동개악이 중단되면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과 함께 출두하겠다”고 밝혔다. 종교를 철저히 대정부 투쟁의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한상균 위원장은 글에서 분노와 애걸을 동시에 나타냈다. 신도들을 정권의 하수인이라고 몰아붙이는가 하면 “2000만 불자도 대부분 노동자”라며 “조계사에 더 의탁할 수 밖에 없음을 아량으로 품어 달라”고 했다. 경찰을 향해서는 “공권력의 압박으로 신도들의 불편이 너무 크다”는 걱정(?)까지 보이고 있다. 사신의 은신으로 비롯된 불편을 경찰에게 돌리는 졸렬함까지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7일 국회를 찾은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과 조계사 관계자들을 만나 “이제 한 위원장이 자진 출두하고 평화롭게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노총의 파수꾼 노릇을 하던 문재인 대표마저 여론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오랜만에 문재인 대표가 국민의 편에서 사태를 바라본 것이다.
남은 것은 조계사의 결단이다. 조계사도 더 이상 수배자 한상균 위원장을 좌시해서는 안된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사찰이 체포영장이 발부된 수배자를 숨긴 것부터 잘못이다. 사찰도 치외법권지대가 아니다. 한상균 위원장은 수배자인 동시에 또다시 반정부 시위를 꾸미고 있는 위험한 인물이다.
지난 23일간의 은신처 제공과 평화적인 민중총궐기를 유도한 것만으로도 조계사는 할 역할을 충분히 다했다. 이제 법에 맡겨야 한다. 만약 조계사가 또 다시 화쟁을 앞세워 그를 보호한다면 전국의 불자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한상균 위원장도 그만큼 신세를 졌으면 이제 갚아야 할 때이다. 더 이상 버티는 것은 전국의 불자를 욕 먹이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스스로 제 발로 걸어 나와 당당하게 외쳐라. 종교를 빌미로 뒤에 숨는 비겁한 민노총 위원장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