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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엇고”…조계종, 한상균 감싸기 한계?

2015-12-08 22:56 | 이상일 기자 | mediapen@mediapen.com

[미디어펜=이상일기자]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가 8일 조계사에 23일째 은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거취를 결정할 것을 요구하고 경찰이 체포영장 집행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한 위원장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화쟁위 위원장인 도법 스님은 기자회견에서 야당이 연내 노동관련법을 처리하지 않겠다는 당론을 밝혔다면서 "야당의 약속과 국민을 믿고 거취를 결정해줄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가 8일 조계사에 23일째 은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거취를 결정할 것을 요구하고 경찰이 체포영장 집행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한 위원장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조계사홈페이지

화쟁위는 종전처럼 대화와 상생, 화쟁의 정신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유지했지만, 처음으로 한 위원장의 거취에 대한 의견을 밝힌 것이다.

비록 완곡한 표현이기는 하나, 한 위원장이 이제 절에서 나가줄 것을 공식적으로 촉구한 셈이다.

화쟁위는 조계종 내에서 독자적,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기구이기는 하지만 지난달 19일부터 조계종을 대표해 각계 인사를 만나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했다. 종교가 현실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비난 속에서도 한 위원장을 끌어안는 모양새를 보였다.

특히 평화로운 2차 민중총궐기 집회, 노동자 대표와 정부의 대화, 정부의 노동법 개정 추진 중단 등 한 위원장이 중재를 요청한 세 가지 사항 중 평화로운 집회를 이뤄내기 위해 종교계의 참여를 이끄는 등 성과를 낸 부분도 있다.

또 도법 스님은 지난 7일 국회를 찾아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만나 한 위원장이 요구한 야당의 연내 노동법 개정 반대 당론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 위원장이 조계사 신도회와 약속한 6일에 아무런 거취 표명을 하지 않다가 다음날 신의를 저버리고 "노동개악 처리를 둘러싼 국회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조계사에 신변을 더 의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대화로 난국을 타개하려던 조계종은 뒤통수를 맞은 형국이 됐다.

종교단체로서 자비행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원칙에 의거해 위원장의 은신을 용인했으나, 한 위원장이 신도회와 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비판 여론이 매우 거세졌고 그간 인내해온 조계사 신도들을 설득할 명분도 사라졌다.

특히 화쟁위와 한 위원장이 지난 7일 노동법 연내 개정 반대가 야당의 공식 당론으로 정해지면 자진 출두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화쟁위가 오는 9일 오후 5시부터 중재자 역할을 하지 않기로 비밀리에 합의한 사실이 노동 전문 일간지를 통해 전해지면서 화쟁위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졌다.

게다가 한 위원장이 지난 7일 페이스북 계정에 "사찰은 나를 철저히 고립 유폐시키고 있다. 객으로 한편으론 죄송해서 참고 또 참았는데 참는 게 능사가 아닐 것 같다"고 글을 남기면서 분위기는 더욱 악화됐다.

이에 대해 조계사 관계자는 "목숨을 구해주니까 보따리를 내놓으라는 것도 유분수"라며 격앙된 심기를 노출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에게 화쟁위가 9일 오후 5시를 논의 시한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경찰이 이날 오후 4시까지 체포영장 집행에 응할 것을 통보하면서 한 위원장의 조계사 피신사태는 막바지에 접어드는 형국이다.

화쟁위는 일단 경찰이 체포영장 집행 기한을 발표하자 유감을 표하면서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도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는 논평을 내놨으나 사태를 해결할 실질적인 묘안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정교분리가 정착돼 있는 현대국가에서 버젓이 노사정위원회를 놔두고 정부가 참여하는 별도의 노동관련법 대화기구를 만들겠다는 화쟁위의 주장은 이미 초법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지 오래고, 약속을 깨고 거친 언사를 내뱉는 한 위원장을 언제까지고 보호한다는 것도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조계사가 신도회 측에 9일 오후 5시까지 기다려줄 것을 요청한 만큼, 한 위원장이 화쟁위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머물려고 하면 일부 신도들이 한 위원장을 끌어내거나 경찰이 경내에 진입해 체포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실제로 일부 신도들은 한 위원장이 숨어있는 경내 건물의 자물쇠를 열고 한 위원장을 끌어내기 위해 열쇠수리원을 부르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이 9일 경찰, 혹은 신도들에게 끌려나갈 경우 화쟁위의 대화 노력은 물거품으로 돌아가겠지만, 이제 조계사가 한 위원장을 더 감싸기는 힘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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