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한중 양국 정부가 K푸드 중국 수출 확대에 협력하기로 했지만,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식품기업들은 절제된 표정을 짓고 있다. 업계에서는 비관세장벽 등 완화를 환영하면서도, 이번 조치가 실제 실적에 반영될 지에는 신중한 태도다. 한한령(한류 제한령) 이후 중국 현지 식품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시장 경쟁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내 한 대형마트에 매대에 라면이 진열된 모습./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7일 정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 5일 중국 해관총서와 ‘식품안전협력’과 ‘자연산 수산물 수출입 위생’에 관한 양해각서(MOU) 2건을 체결했다. 이 중 식품안전협력에 관한 MOU는 ▲식품안전 법률·규정 등 정보 교환 ▲수출식품 제조·가공업체 명단 등록 ▲식품안전 관리 경험 공유 및 기술 지원 등이 골자로, 장기간 소요되는 공장등록 절차 등이 간소화되면서 원활한 K푸드 수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중국 식품 수출입액은 약 12조3000억 원(90억1000만 달러)으로, 수출입 양면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교역 구모가 큰 국가다. 특히 수출 품목 중 라면과 음료 등 가공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국내 식품기업들의 내수 부진 타개를 위한 돌파구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올해도 내수 시장에서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국 수출 확대는 식품기업들에게 매력적인 당근이다.
하지만 정작 식품기업들은 환호성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다. 수출길이 열린다고 해서 중국 시장을 ‘무주공산’으로 공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한한령 이후 국내 기업들이 주춤한 사이 중국 식품기업들은 빠르게 성장했다. 저렴한 가격에 더해 저당·제로슈거 등 트렌드까지 따라 잡으면서, 기존 농수산물에 더해 가공식품에서도 경쟁력이 강화됐다. CJ제일제당, 오리온, 농심, 삼양식품 등 주요 식품기업들은 ‘버티기’에 성공했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중소 식품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비좁아졌다.
중국 현지에 자리 잡은 국내 식품기업들도 이번 조치가 당장 큰 수혜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한령 이후 8년여가 지나면서 해당 기업들은 이미 현지 유통업체들과 협력해 시장 대응을 마친 상태다. 한중 관계 해빙에 따른 간접적 효과는 있겠지만, 주요 제품들이 이미 시장에 안착한 만큼, 이번 조치로 추가적인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판단이다.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중국에서 K푸드 주요 제품들은 이미 시장 성숙기에 접어든 상황으로, 이번 MOU가 특별히 매출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긴 어렵다”면서 “현재는 한한령 등 비관세장벽보다는 중국의 경기 둔화 자체가 매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식품기업 관계자는 “국내 주요 제품들은 중국인들이 꾸준히 찾으며 안정적인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서, 이번 정상회담 성과가 크게 체감될 것 같지는 않다”면서 “이미 잘해왔던 것을 앞으로도 더 열심히 잘하자 정도의 분위기”라고 말했다.
농심이 넷플릭스 '케이팝데몬헌터스'와 협업해 포장지에 캐릭터를 적용한 제품 모습./사진=농심
다만 주요 식품기업들은 실제 한한령이 해제될 경우 K팝과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가 다시 유행하면서 긍정적 파급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소비재의 경우 문화 콘텐츠에 노출되는 효과가 큰 만큼, 최근 중국 경기 둔화로 정체된 성장세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농심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한국 드라마와 문화가 확산되면 자연스럽게 한국 식품도 중국 소비자에게 더 많이 노출되면서 접점이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케이팝데몬헌터스’와 같이 제품(한국 라면)이 많이 노출되는 콘텐츠가 중국에서도 인기를 끌면, 예상치 못한 매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