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국내 항공 여객 시장이 팬데믹 이후 완전한 회복 국면에 들어섰지만 업계 분위기는 마냥 밝지 않다. 여객 수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수요가 특정 지역과 노선에 집중되면서 시장 구조의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거리 노선 중심의 경쟁 심화와 비용 부담 확대, 여기에 성장성 둔화 우려까지 겹치면서 여객수는 늘어나지만 남는 건 적은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항공 여객 수는 국내선과 국제선을 합쳐 1억2479만여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제선 여객은 9454만여 명으로 전년 대비 6.3% 증가하며 전체 성장을 이끌었다. 반면 국내선 여객은 3024만여 명으로 2.8% 감소했다.
국제선 중심의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지만 특정 노선 쏠림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국제선 가운데 일본 노선 이용객은 2731만여 명으로 전년 대비 8.6% 늘며 전체 국제선의 약 29%를 차지했다. 중국 노선도 1680만여 명으로 22% 증가했다. 하지만 동남아 노선은 소폭 감소했고, 미주와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은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전체 비중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
국내 항공 여객 시장이 팬데믹 이후 완전한 회복 국면에 들어섰지만 수요가 특정 지역과 노선에 집중되면서 시장 구조의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사진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23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이 인파로 붐비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일본 노선은 엔화 약세와 짧은 비행시간, 높은 접근성 등의 요인이 맞물리며 단기간에 수요가 급증했다. 지방 공항에서 출발하는 일본 소도시 노선까지 확대되면서 여행 수요가 일본으로 집중됐고, 항공사들의 운항 전략 역시 일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됐다.
문제는 이 같은 쏠림이 엔저라는 단기적 특수에 의존하고 있어 구조적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정 지역 수요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환율, 외교 관계, 현지 경기 변화 등 외부 변수에 대한 리스크가 커진다.
실제로 일본 노선은 수요는 많지만 공급 과잉에 따른 경쟁도 치열해 운임 인하 압력이 크고, 이는 곧바로 수익성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좌석은 채워지는데 마진은 남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수익성 악화와 시장 포화에 대한 우려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구체적인 지표로도 확인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항공 산업을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하고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는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해 9∼10월 국내 항공사를 비롯한 항공 및 항공 연관 산업의 기업 2000곳을 대상으로 시장 상황 인식 등을 물은 '2025년 항공산업 실태조사'에서 항공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답한 기업은 33.7%에 그쳤다. 2023년 조사에서는 성장성이 높다는 비율이 55.6%로 절반을 넘긴 바 있다.
항공시장이 겉으로는 회복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내부에서는 공급 과잉과 출혈 경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한 운임 경쟁이 극에 달하면서 수익성 방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과거에는 국제선 확대가 곧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지만 지금은 소비자들의 최저가 선호 현상과 항공사 간의 과다 경쟁으로 인해 경영 환경이 오히려 이전보다 더 팍팍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단순한 여객 증가보다 노선 구조를 질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과 중국 등 단거리 노선에 편중된 구조에서 벗어나 중장거리 노선 확대와 신규 시장 개척을 통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항공 전문가들은 항공산업이 양적 성장 국면을 지나 질적 경쟁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하며, 이제는 얼마나 많은 여객을 실어나르느냐보다 어떤 노선을 어떻게 운영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드느냐가 핵심이 됐다고 분석한다. 항공 여객 1억 명 시대라는 상징적인 성과 이면에 누적된 구조적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산업의 기초 체력은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전문가들은 항공업계가 수요 쏠림에 따른 구조 왜곡을 완화하고 경쟁 과열을 완충할 수 있는 노선 다변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 쏠림이 지속되면 외부 변수에 대한 취약성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며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과 안정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노선 전략과 비용 구조를 함께 점검하고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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