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해 서민들의 삶은 2025년과 별다르지 않다. 삶은 팍팍하고 미래는 어둡다. 새해 새로운 희망을 가꿀 수단이나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희망과 변화의 추동력을 제공할 정치는 빈사 상태에서 그들만의 리그로 자족한다. 비리 정치인 몇 명을 솎아내는 것을 대단한 정치적 혁신인 양 국민을 우롱한다.
대한민국 정치는 ‘여의도’라는 이상한 섬에 갇힌 갈라파고스의 거북이다. 섬이라는 속성상 천적이 없어 목숨줄은 길지만 외부와 소통이 단절돼 진화의 궤도에서 벗어났다.
국민은 이미 공정이라는 내재적 규범의 틀을 확립하고 AI와 K-컬처를 양손에 들고 세계로 비상하고 있다. 반면 정치는 ‘86체제’라는 낡은 프레임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익 카르텔의 둥지를 틀었다.
여야의 리더십은 그들만의 둥지에 꽈리를 튼 채 기득권을 향유하고 있다. 이 견고한 카르텔 안에서 자생적 변화나 혁신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다. 국민 눈앞에는 이미 자정 능력을 상실한 거대 공룡들의 먹이싸움 장면만이 펼쳐진다.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공천거래, 불법헌금, 갑질, 부정 자산증식, 자식들을 통한 부와 권력의 세습 등은 정치적 진영과 상관없이 진행형이다. 그래서 국민은 점진적 개혁의 탈을 쓴 기득권 생존체계가 아니라, 낡은 체제의 근간을 송두리째 교체하는 파황적(破荒的) 정치 혁신을 원한다.
‘파황(破荒)’의 사전적 의미는 거친 땅을 일구어 새로운 세상을 여는 것을 말한다. 지금 한국 정치에 필요한 지향점을 이처럼 적확하게 표현하는 단어는 없어 보인다. 국민이 원하는 파황은 단순히 나이 어린 플레이어를 몇 명 교체하는 식의 ‘수혈’이 아니다. 이러한 물타기는 기득권 시스템에 포섭되는 ‘나이 어린 86세대’를 양산할 뿐이다. 또 부패정치인 몇 명에 대한 늑장 처벌이나 당명(黨名)을 바꾸는 변신이 아니다. 국민이 원하는 변화는 기존의 문법과 질서를 완전히 파괴하는 수준의 파황이다.
대한민국의 도덕적·윤리적 표준은 빛의 속도로 진화해 왔다. 김영란법이 청렴의 기준을 세웠고, 미투 운동으로 인한 성인지 감수성은 일상의 상식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입시와 취업 논란을 거치며 ‘공정’은 타협할 수 없는 시대정신이 됐다. 국민은 법적인 유무죄를 넘어서 “그것이 과연 상식적인가”를 묻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과거의 관행과 진영 논리에 갇혀 있다. 이러한 인식차는 단순한 소통의 부재가 아니라, 뛰어넘을 수 없는 경험의 결핍에서 기인할 수 있다. 현재 정치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세대는 독재와 항거한다며 오히려 ‘권위주의적 관행’에 익숙해진 이들이다. 반면, 지금의 국민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아주 작은 불공정에도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세대가 주류다. 이 간극을 메우지 못하는 정치는 결국 국민의 삶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2026년, 우리에게는 과거의 영광을 훈장으로 여기는 노회한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를 내면화한 ‘상식의 정치인’이다.
미디어펜=김진호 부사장겸 주필
[미디어펜=김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