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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침체’ 속 찾은 활로...“고환율이 수출 살렸다”

2026-01-19 18:01 | 이용현 기자 | hiyori0824@mediapen.com
[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내 철강산업이 장기 침체 국면을 이어가고 있지만 위기를 대하는 업계의 대응 방식은 과거와 뚜렷하게 달라지고 있다. 수요 부진과 보호무역 강화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철강사들은 단순 감산이나 공장 가동 중단에 의존하기보다, 원화 약세로 대표되는 고환율 환경을 활용해 해외 시장을 선별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이 같은 전략 전환은 미국 시장에서 가장 먼저 가시화됐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해 고율 관세를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율 상승 효과가 더해지면서 국내 철강사들의 대미 수출은 오히려 증가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국내 철강업체들의 미국 수출 물량은 9만683톤으로 전체 국가 가운데 가장 많았으며 전년(3698톤)과 비교하면 20배 이상 급증했다. 이에 따라 전체 철근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58.4%로 절반을 넘어섰다. 

미국을 제외하면 싱가포르가 3만2017톤으로 뒤를 이었고 괌(1만2602톤), 호주(7276톤), 도미니카공화국(6045톤) 등도 주요 수출 시장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미국 철강사들의 가격 인상과 고환율에 따른 수출 채산성 개선이 동시에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내 주요 철강업체들이 관세 인상을 계기로 제품 가격을 일제히 끌어올리면서 관세 부담을 감안하더라도 한국산 철강의 달러 기준 가격 경쟁력이 유지됐다. 여기에 원화 약세가 겹치며 원화 환산 기준 수익성도 일정 부분 방어됐다.

특히 이러한 효과는 철근에 국한되지 않았다. 봉형강을 넘어 강관·파이프 등 압연·제강 제품 전반에서 미국 수출 물량이 늘어나며 고환율 환경 속에서 철강재 전반의 대미 수출 경쟁력이 부각됐다. 미국 철강사들의 가격 인상이 제품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한국산 제품이 틈새를 확보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관세 인상 이전부터 일부 물량이 선제적으로 이동한 점 역시 연간 수출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수출 확대는 단기적인 물량 대응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 전략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먼저 포스코는 북미와 인도를 핵심 축으로 현지 생산과 투자 전략을 재점검하며 환율 변동과 통상 리스크에 흔들리지 않는 구조 마련에 나서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는 기존 멕시코·미국 내 가공 및 판매 거점을 중심으로 현지 수요 대응력을 높이는 한편 인도에서는 철강 수요 성장세를 감안해 생산·가공 협력 모델과 추가 투자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보다 적극적인 해외 생산 거점 확충에 나선 대표적인 사례다. 회사는 미국 내 대규모 전기로(EAF) 제철소 건설 계획을 포함해 북미 현지 생산 체제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고율 관세와 환율 변동 리스크를 동시에 낮추는 구조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인도와 호주 등 철강 수요가 구조적으로 성장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원료 조달과 생산 거점을 연계하며 글로벌 생산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국제강 역시 봉형강 중심의 수출 구조를 고도화하며 해외 시장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동남아 주요 국가에서 철근과 형강 제품에 대한 품질·안전 인증을 잇따라 확보하며 수출 가능 시장을 넓혔고, 싱가포르·태국 등 인프라 투자 비중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환율 효과를 감안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확보되는 시장 위주로 물량을 배분하는 전략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흐름을 두고 철강업계가 침체를 대하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에는 수요 감소가 곧바로 가동 중단과 비용 절감으로 이어졌다면, 현재는 관세와 환율, 지역별 가격 구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환율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시장을 선별 공략하는 전략이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무조건 버티는 국면이 아니라, 고환율 환경을 활용해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경험과 시장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단계”라며 “단기 실적 개선보다는 중장기 경쟁력 유지 차원에서 해외 전략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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