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원·달러 환율이 1480원 선을 위협하면서 추후 1500원 선마저 돌파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정부가 은행권의 외화 자금 동향을 살피는 한편, 외화예금 마케팅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은행권도 정부 요청에 화답해 원화환전 혜택을 늘리는 한편, 달러예금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등 환율방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금융시장 리스크가 커지면서 금융감독원은 전날 오후 시중은행 자금 담당 부행장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달러예금 상품에 대한 마케팅 자제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최근 달러예금 잔액이 빠르게 늘어난 상황에서 일부 은행의 이벤트성 마케팅 사례가 확인되면서 자제를 당부하기 위함이다. 앞서 한국은행도 지난 16일 시중은행 자금부 외화 담당자들과 만나 외화예금 지급준비금 현황을 살핀 바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80원 선을 위협하면서 추후 1500원 선마저 돌파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정부가 은행권의 외화 자금 동향을 살피는 한편, 외화예금 마케팅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은행권도 정부 요청에 화답해 원화환전 혜택을 늘리는 한편, 달러예금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등 환율방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1월 19일 15시 30분 경 KB국민은행 딜링룸 사진./사진=KB국민은행 제공
업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15일 기준 674억 3729만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연말 671억 9387만 달러 대비 약 2억 4342만달러 증가했다. 한화로 환산하면 보름여만에 약 3595억원(달러당 1477원 기준)의 자금이 대거 유입된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 16일에도 보험사 임원들과 만남을 가지고, 달러보험 판매 현황을 점검했다. 보험료와 보험금을 달러로 주고받는 달러보험 판매가 최근 급증한 까닭이다.
외화 보험을 판매하는 4개 생보사(AIA·메트라이프·신한라이프·KB라이프)의 달러보험 신계약건수는 2024년 말 4만 598건에서 지난해 말 11만 7398건으로 약 3배 증가했다. 이에 따른 신계약 초회보험료도 같은 기간 1조 5495억원에서 2조 3707억원으로 약 53%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유학 등을 계기로 달러보험에 가입한 실수요자 외에도 환차익을 기대하는 수요가 더해지면서 소비자가 급증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달러 관련 상품 가입 급증에 이찬진 금감원장도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이 원장은 지난 13일 열린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최근 코스피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해외 자산 가치 상승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해외 주식 투자 및 외화 금융상품(외화 예금/보험 등)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외화 예금·보험 등이 증가함에 따라 환율 변동에 따른 금융소비자 손실 위험도 커지는 만큼, 경영진 면담 등을 통해 금융회사의 과도한 마케팅, 이벤트를 자제하도록 지도하라"고 강조했다.
한은과 금융당국이 환율 상황에 예의주시하면서, 은행들도 환율 안정화에 동조하고 있다. 달러 유치를 자제하는 한편, 원화 환전 관련 혜택을 늘리는 식이다.
신한은행은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25일까지 개인 및 개인사업자 고객을 대상으로, '외화 체인지업 예금 90% 환율우대' 이벤트를 진행한다. 추가로 환전 고객이 원화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0.1%p의 우대금리도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신한은행은 자사 서비스인 '크리에이터 플러스 자동 입금 서비스'의 우대 혜택 기간을 오는 3월 말까지 연장했다. 유튜브·인스타그램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 고객이 신한은행 계좌로 광고수익(달러)을 입금하면 원화 환전에 90% 환율 우대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KB국민은행도 크리에이터 고객을 대상으로 △환율 우대 100% △외화계좌 자동입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한 수출기업에게는 'KB 글로벌 셀러 우대서비스'를 통해 외화입출금 통장으로 수령한 판매대금을 원화 계좌로 환전할 경우 환율을 최대 80% 우대한다.
우리은행은 지난 15일부터 해외여행 특화 외화예금인 '위비트래블 외화예금'의 달러 금리를 1.0%에서 0.1%로 내렸다.
한편 새해 들어 원·달러 환율(매매기준율)은 1480원대를 넘보고 있는데, 머지 않아 1500원선까지 위협할 기세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74.5원에서 출발했는데, 오름폭이 더 커지면서 오전 11시 11분 현재 1478.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사흘째 오름세를 보이는 셈이다.
정부가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한도 확대, 수출업체 달러 매도 유도 등 각종 수급 안정책을 펼쳤지만, 사실상 반작 효과에 그친 셈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지난 15일 원화 약세를 두고 공개적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환율이 안정화되는듯 했지만, 하루만에 상승 전환하며 약발도 다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원화 약세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네덜란드계 금융그룹 ING는 최근 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1500원선에 도달한 후 중기적으로 1450원대에 안착하는 등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ING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마지막 주에 이뤄진 한국 정부 구두 개입과 미세조정 이후 환율이 상당 폭 하락했지만 원화 약세 흐름을 바꾼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개입에 대한 경계감으로 환율의 상단은 제한되겠지만 근본적인 약세 흐름은 여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