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재입찰에서 신라·신세계 면세점이 발을 빼면서, DF1·DF2 구역 사업권을 현대면세점과 롯데면세점과 나눠 갖게 됐다. 해당 구역 면세점 운영이 본 궤도에 오르면, 현대면세점은 업계 3위인 신세계면세점과의 격차를 대폭 좁힐 것으로 보인다.
인천국제공항 내 신세계면세점 주류·담배 매장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21일 면세 업계에 따르면 전날 마감된 인천국제공항 DF1·DF2 구역 사업권 재입찰에 롯데면세점과 현대면세점만이 최종 제안서를 제출했다. 신라·신세계는 막바지까지 입찰 참여를 고심했지만 결국 제안서를 내지 않기로 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소비패턴의 변화와 환경변화로 인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이번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DF1·DF2 구역 중복 낙찰을 제한하고 있어, 롯데·현대는 각각 한 곳씩 사업권을 확정적으로 거머쥘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23년 공개 입찰에서 해당 구역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무혈입성’에 가깝다.
당시 입찰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롯데면세점은 2년여 만에 인천공항 면세점에 재입성하게 됐다. 현대면세점은 앞서 운영 중이던 DF5 구역에 이어 공항면세점 내 입지를 높일 수 있게 됐다. 특히 현대면세점이 DF1·DF2 구역 중 한 곳의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면 그간 깎아냈던 사업 외형을 더욱 크게 확대할 수 있다.
현대면세점은 지난해 실적이 부진한 동대문점을 폐점하는 등 ‘내실 다지기’에 주력해 왔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94억 원 개선된 13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으며, 사상 첫 연간 흑자 달성도 엿보고 있다. 업계에서도 현대면세점이 체질개선 성과를 바탕으로 다시 외형 확대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돼 왔다.
이번 입찰 대상인 DF1·DF2 구역은 2024년 기준 연 매출이 약 4000억 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현대면세점이 앞서 철수했던 동대문점 매출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향수·화장품·주류·담배 등 면세점 핵심 상품을 판매해 명품 부티크를 판매하는 DF5 구역보다 수익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셈이다.
인천국제공항 내 명품 부티크 매장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눈에 띄는 것은 현대면세점의 보수적인 입찰 전략이 거듭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현대면세점은 2023년 입찰에서도 ‘어부지리’로 DF5 사업권을 따낸 바 있다. 당시 현대면세점은 DF5 구역 입찰에 공사 측 최저수용액보다 불과 5% 높은 수준의 입찰가를 써냈었다. 신라와 신세계가 DF1~4구역 확보를 위해 최저수용액보다 60% 이상 높은 금액을 과감히 베팅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현대면세점은 현대백화점 명품 사업과의 시너지 등을 고려해 DF5 구역에 입찰했지만, 내부적으로도 실제 낙찰에 대한 기대감은 낮았었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가 DF3·4·5 구역 중복 낙찰을 제한한 상황에서, DF5 구역에 함께 입찰했던 신라와 신세계가 각각 DF3·4구역을 낙찰 받으면서 DF5 구역은 현대면세점의 몫이 됐다.
이번 입찰도 상황은 판박이다. 신라·신세계가 앞선 사업권 반납에 따른 정성평가 감점을 만회하기 위해선 경쟁사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해야 했다. 하지만 지속된 적자와 막대한 위약금 부담까지 떠안게 된 상황에서, 양사는 다시 출혈경쟁을 벌이는 대신 한걸음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반면 현대면세점은 이번에도 보수적인 입찰가를 써냈지만 큰 무리 없이 핵심 사업권을 획득하게 됐다.
현대면세점의 ‘약진’은 국내 면세업계 판도에도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국내 면세점 3위인 신세계면세점과 4위인 현대면세점 간 격차가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신세계와 현대는 각각 2012년, 2018년에 면세사업에 진출해 후발주자로 꼽히지만, 둘 사이에도 매출 격차는 크게 벌어져 있었다. 2024년 기준 신세계면세점 매출이 2조 원을 상회한 반면, 현대는 1조 원을 밑돌았다. 작년 3분기 매출 역시 신세계 5388억 원, 현대 2225억 원으로 2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신세계면세점이 DF2에서 철수하고 현대면세점이 DF1·DF2 중 한 곳을 차지하게 되면 격차는 단번에 좁혀진다. 현대면세점이 해당 구역에서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유지한다면, 단순 계산으로는 신세계면세점 분기 매출이 4000억 원대로 감소하고, 현대면세점 분기 매출은 3000억 원대로 올라서게 된다. 당장 순위 역전이 벌어지진 않더라도, 그간 공격적인 확장으로 롯데·신라의 ‘양강 구도’를 ‘삼파전’으로 재편했던 신세계면세점에게는 뼈아픈 결과다.
실제로 신세계면세점은 이번 입찰 참여를 마지막까지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입찰 참가 신청서 마감 시간은 오후 4시30분, 이후 제출해야 하는 입찰 제안서 마감 시간은 오후 5시였다. 신라면세점이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과 달리, 신세계면세점은 참가 신청서 제출 후에도 장고를 이어갔다. 이후 20여 분을 더 고민한 신세계면세점은 끝내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으며 입찰을 포기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어떤 방향이 회사에 이득이 될 것인가를 두고 마지막까지 고민한 결과 이번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DF4 구역 명품 매출이 잘 나오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고, 명동점과 온라인몰도 꾸준히 성장 중인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