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소윤 기자]도시정비사업 수주전이 '글로벌 설계 대전'으로 번지고 있다. 조합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단지의 랜드마크성과 미래 가치를 좌우하는 설계 경쟁력이 새로운 승부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단순 시공 경쟁을 넘어 해외 유명 건축가와 글로벌 설계사를 앞세운 '작품성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수주전에서 확인된 글로벌 설계 트렌드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조합원들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면서 해외 설계사와의 협업이 사실상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정비사업 수주전에서는 세계적인 건축가나 글로벌 설계사의 이름 자체가 하나의 마케팅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노후 주거환경 개선을 넘어, 단지의 미래 가치와 상징성, 차별화된 커뮤니티 공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평면 효율 등을 넘어 해외 설계사와의 협업을 통해 구현되는 독창적인 외관 디자인과 공간 구성에 높은 점수를 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해 주요 수주전에서도 이미 확인됐다. 삼성물산은 서울 강남권 개포우성7차 재건축 수주전에서 글로벌 설계사 '아르카디스(ARCADIS)'와의 협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곡선을 강조한 외관 디자인과 단지 전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설계 콘셉트를 제시하며 조합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최근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대교 재건축에서도 해외 유명 설계사가 참여했다.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이 설계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헤더윅은 뉴욕 베슬과 리틀 아일랜드, 구글 신사옥 베이뷰, 일본 도쿄 아자부다이 힐스 등 세계 각지의 랜드마크를 설계한 인물이다. 국내에서는 노들섬 글로벌 예술섬과 압구정 '서울의 보석', 코엑스 지상부 보행 중심 녹지공간 설계 등을 맡았으며, 지난해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미국 건축설계그룹 SMDP와 손잡고 개포주공 6·7단지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시카고에 본사를 둔 SMDP는 초고층 건축과 도심형 복합개발에 특화된 글로벌 설계사로, 서울에서는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와 나인원 한남, 디에이치 여의도 퍼스트 등 굵직한 재건축·재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
서울 용산구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을 맡은 HDC현대산업개발도 글로벌 설계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건축 설계에는 SMDP, 구조 설계에는 LERA를 참여시켰다. LERA는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와 롯데월드타워 구조 설계에 참여한 글로벌 구조 엔지니어링 기업이다.
올해 주요 수주전에서도 이 같은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대우건설은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 입찰을 앞두고 글로벌 구조설계 전문기업 '아룹(Arup)'과 조경설계사 '그랜트 어소시에이츠(Grant Associates)'를 파트너로 내세웠다. 초고층·대단지에 적합한 구조 안정성과 함께 수변과 연계한 조경 디자인을 통해 성수 일대의 새로운 랜드마크 단지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설계 분야에는 미국의 마이어 아키텍츠(Meier Architects), 건축구조에는 영국의 아룹, 조경에는 그랜트 어소시에이츠과 협업한다.
GS건설 역시 성수1지구 재개발 수주를 위해 글로벌 설계진과의 협업을 준비 중이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이끄는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David Chipperfield Architects)' 등 세계적인 건축 거장들과 손잡고, 기존 정비사업에서 보기 어려웠던 혁신적인 설계를 선보이겠다는 방침이다. 자이(Xi) 브랜드 리뉴얼 이후, 디자인 경쟁력을 통해 브랜드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이제는 '누가 짓느냐'뿐 아니라 '누가 설계했느냐'를 중요하게 본다"며 "해외 유명 설계사와의 협업은 단지의 상징성과 희소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소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