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스웨덴)=김연지 기자]"한국은 강력한 경영진을 바탕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습니다.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영향력 있는 시장으로 글로벌 전략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입니다."
하칸 사무엘손 볼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볼보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한국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한국을 단순한 판매 시장이 아닌 브랜드 구축과 미래 전략을 함께 가져가는 핵심 시장으로 규정했다.
하칸 사무엘손 볼보 CEO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스톡홀름 볼보 스튜디오에서 한국 기자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김연지 기자
사무엘손 CEO는 "한국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현지 경영진의 역량도 매우 강력하다"며 "영향력 있는 시장으로서 볼보 브랜드를 구축하고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대중문화의 영향력도 언급하며 "K-드라마 등 한국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볼보 브랜드 역시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있다"고 했다.
사무엘손 CEO는 최근 전기차 시장의 경쟁 심화에 대해 단순한 가격 인하가 아닌 기술 혁신을 통한 원가 절감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는 "가격을 내리는 것이 답이 아니라 원가를 낮춰야 한다"면서 이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메가 캐스팅을 통한 차체 구조 단순화, 배터리 셀을 차체에 직접 통합하는 셀투바디(Cell-to-Body) 기술, 중앙 집중형 컴퓨터 시스템 도입을 꼽았다. 그는 "여러 개의 개별 박스를 제거하고 구조를 단순화함으로써 근본적인 비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공급망 전략과 관련해서는 한국 기업들의 역할을 재차 강조했다. 사무엘손 CEO는 "LG에너지솔루션과는 수년간 협력해 왔으며, SK온 역시 매우 강력한 파트너 후보"라며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 업체의 실질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 파트너십은 구조적으로 아시아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그중에서도 한국 업체들의 중요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하칸 사무엘손 볼보 CEO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스톡홀름 볼보 스튜디오에서 한국 기자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김연지 기자
자율주행 기술에 대해서는 신중하고 현실적인 접근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사무엘손 CEO는 "현재 단계에서는 카메라와 레이더만으로도 충분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과거 검토했던 비감독 자율주행 기술에 대해서는 제동과 조향 시스템의 이중화에 따른 비용 부담, 라이다(LiDAR) 필요성, 라이다 공급사 루미나의 이슈 등을 이유로 "수년 뒤의 과제로 재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당분간은 라이다 없이 카메라와 레이더 기반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소프트웨어 전략 역시 인하우스 개발 기조를 유지한다. 사무엘손 CEO는 외부 업체와의 구체적인 협력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으며, 볼보의 소프트웨어 자회사를 중심으로 자체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속도와 비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현재 파일럿 어시스트 시스템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사무엘손 CEO는 최근 볼보 CEO로 복귀한 소감도 전했다. 사무엘손 CEO는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기 위한 토대를 닦는 매우 중요한 시기에 다시 볼보에 합류하게 돼 기쁘다"며 "나이가 있는 만큼 더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60에 대해서는 "단일 모델이 아니라 향후 모든 전기 볼보 차량을 만들 수 있는 공통 아키텍처의 출발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왼쪽)하칸 사무엘손 볼보 CEO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스톡홀름 볼보 스튜디오에서 한국 기자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김연지 기자
볼보 이사회는 지난해 짐 로완 사장의 퇴임을 결정한 뒤 후임으로 사무엘손 CEO를 선임했다. 그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볼보 CEO를 역임했으며, 이후 2024년까지 폴스타 의장직을 맡았다.
지리그룹 내 볼보의 위상에 대해서는 "볼보는 스마트하고 안전한 가치를 지향하는 그룹 내 최고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정의했다. 그는 "지커가 외향적인 부를 과시하는 프리미엄이라면, 볼보는 '나는 스마트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차별화된 프리미엄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글로벌 완성차 기업 수장들의 잇따른 방한과 관련해 사무엘손 CEO는 "아직 확정된 일정은 없지만 2026년 중 한국 방문을 버킷리스트에 넣고 검토해 보겠다"며 향후 방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