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 홍샛별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에게 방위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늘리라고 압박하면서 유럽 국가들이 한국산 무기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IG넥스원 등 주요 방산주는 연일 신고가 돌파를 시도하며 코스피 5000 시대를 주도하는 핵심 섹터로 자리 잡았다.
국제적 방산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방산업계는 국산화를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높은 국산화율을 통해 안정적인 수출 기반을 확보하고 신뢰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방산용 반도체 등 일부 핵심 부품에서는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방산업계가 국산화를 통해 수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현대로템 K2 전차 모습./사진=현대로템 제공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48분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 거래일 대비 1만2000원(0.96%) 오른 126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한때 129만2000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LIG넥스원은 전 거래일보다 1000원(0.19%) 하락한 52만7000원을 기록했으나 50만 원대 가격대를 유지하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주가 흐름은 ‘트럼프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전방위로 확산된 탓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영구 접근권을 주장한 데 이어, 베네수엘라와 이란 등지에서도 미국의 강경 모드와 맞물려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자체 무장력이 시급해진 국가들이 즉시 전력화가 가능한 한국 방산 기업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K-방산의 경쟁력은 이제 ‘가성비’를 넘어 ‘신속 공급’으로 진화했다. 록히드마틴 등 글로벌 방산 공룡들이 공급망 차질로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사이 한국 기업들은 폴란드에 FA-50 전투기와 K2 전차를 계약 체결 수개월 만에 인도하는 괴력을 보여줬다. 수출 영토 역시 폴란드를 넘어 루마니아, 에스토니아 등 나토 최전선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으로 확장되며 수주잔고가 100조 원을 훌쩍 넘어섰다.
증권가도 눈높이를 대폭 올리고 있다. 지난 20일 유안타증권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133만 원에서 17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현대로템(30만 원)과 한국항공우주(19만3000원)의 목표가도 줄줄이 올려잡았다. 단순한 테마가 아니라 구조적 성장기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의 안보 무임승차론은 역설적으로 한국 방산 기업들에게는 최고의 세일즈 환경을 만들어줬다”며 “유럽의 재무장 수요는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국산화율 90%대로 상승…수출 경쟁력 높인다
K-방산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국내 방산업계는 국산화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는 국제적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실제로 국내 방산업체들의 국산화율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현대로템의 K2 전차는 현재 84%의 국산화율을 보이고 있는데, 올해 4차 양산분부터 국산 변속기가 적용되면서 국산화율은 90%대로 높아질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에도 지난 2024년부터 국산 엔진이 적용되면서 국산화율을 약 90%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연장로켓 천무도 국산화율 90%를 자랑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도 국산화율 65%를 달성했다. 전투기의 ‘눈’ 역할을 하는 AESA(능동위상배열) 레이다와 항전 장비 등을 국산화하면서 전력 운용의 자립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이 같은 국산화율 상승은 수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2 전차의 경우 현재는 독일산 변속기가 들어가면서 수출할 때 독일의 허가가 필요했다. 하지만 국내산 변속기가 탑재되면 보다 다양한 지역으로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K9 자주포의 경우도 이전까지 독일산 엔진을 탑재하면서 수출 어려움이 있었으나, 현재는 국산 엔진을 적용해 이집트, 베트남 등으로 수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KF-21에 장착되는 공대공 유도 미사일 개발에 KAI를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이 참여해 국산화를 추진한다. 단거리 공대공 유도 미사일은 2032년, 장거리 공대공 유도 미사일은 2033년 실전 배치가 목표다.
정부도 방산을 미래 성장의 핵심 축으로 삼으면서 국산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부는 올해 방산 분야 R&D 예산을 전년 대비 25.3% 늘어난 3조9000억 원으로 확대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달 초 KAI를 찾아 방산 4대 강국' 도약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정부는 방산 도약을 위해 방산 외교, 부품 국산화, 연구개발 투자, 수출 지원 등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방산용 반도체 해외 의존도 높아…“연구소·생산 기반 필요”
국내 방산업체들이 국산화율을 높이고 있지만 한계도 존재한다. 방산 반도체와 특수 소재 등 일부 핵심 부품은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현재 방산용 반도체의 경우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대부분 수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집중돼있는 반면 방산용 반도체는 시스템 반도체다. 방산용 반도체는 일반 제품보다 높은 성능과 내구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산용 반도체의 특성은 국내 기업들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방산에 AI(인공지능) 기술 적용이 점차 늘어나면서 반도체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무기체계의 무인화·자동화가 가속화될수록 고성능 연산과 실시간 데이터 처리를 담당하는 반도체가 핵심 요소로 부상하면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산용 반도체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기술 개발은 물론 납기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업계 내에서는 방산용 반도체 국산화를 위한 연구소와 생산 기반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국방 반도체사업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단기간 내 상용화와 양산 체계를 갖추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다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확대는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태계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산용 반도체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수출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방산용 반도체까지 국산화를 달성해야 진정한 기술 자립을 이루고, 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