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25%로 인상하겠다고 선언하면서 K푸드 수출기업들이 다시 긴장의 끈을 조이고 있다. 미국이 K푸드 수출 핵심 시장으로 자리 잡은 만큼, 관세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정부가 내건 ‘K푸드+ 수출 160억 달러’ 목표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GS25 그라운드블루49점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까르보불닭볶음면’을 조리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2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주요 K푸드 수출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습적인 관세 인상 선언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세 인상 시점 등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된 단계가 아닌 만큼, 일단 정부의 행보를 지켜보며 대비책 수립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지난해 관세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에도 한미 간 협상 타결로 15% 관세율이 확정된 이후 이에 맞춰 미국 채널에 납품하는 제품 단가를 조정했었다”면서 “현재 자체적으로 상황 파악에 나섰으며, 정부 대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의 SNS 계정에 “한국 입법부가 한국과 미국과의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한국에 대해 자동차, 목재, 의약품 관세와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게시한 바 있다. 청와대는 27일 오전 곧바로 대책 회의를 개최했으며, 캐나다 출장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미국으로 급파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미국 농식품 수출액은 약 18억 달러로, 중국(15억9000만 달러)을 웃도는 최대 수출국이다. 지난해 수출액 증가율은 13.2%로 중국(5.1%) 대비 성장세도 가파르다. 미국이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는 핵심 시장이라는 점도 중요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실제로 CJ제일제당 ‘비비고’, 삼양식품 ‘불닭’ 등 브랜드는 미국 시장 내 입지를 바탕으로 유럽 등 서구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25% 관세율이 적용되면 라면, 소스류, 아이스크림 등 주요 수출 품목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현지 경쟁 제품이 즐비한 스낵류의 경우, 미국 내 가격 경쟁력 저하가 수출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가 올해 설정했던 K-푸드+ 수출 160억 달러 목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글로벌 K푸드 수출 확대 전략’을 발표하고, K푸드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 악재가 현실화될 경우 목표 달성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내 농심 제2공장 전경./사진=농심 제공
거듭되는 관세 리스크로 식품기업들의 현지 생산기반 확보에도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현재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높은 CJ제일제당, 농심 등을 제외하면 다수 식품기업들은 관세 영향에 노출된 상황이다. 대상은 미국 내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비중이 더 높다. 오뚜기, 오리온, 삼양식품, 롯데웰푸드 등은 현재 미국 내 생산 기반이 없어 제품 전량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오뚜기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생산 공장 부지를 확보한 뒤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큰 변수가 없다면 올해 하반기 중 착공해 내년 말 완공될 예정으로, 라면과 소스류 등 핵심 품목을 생산할 계획이다. 앞서 CJ제일제당은 현재 미국 사우스다코타에 신규 공장 건립에 나선 바 있다. SPC그룹도 미국 텍사스주에 2027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제빵공장을 건설 중이다. 다만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기업도 있다. 삼양식품은 현재 미국 공장 설립 계획이 없는 상태다. 오리온은 미국 시장에서 단일 품목 매출이 400억 원 이상 넘어야 공장 설립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서 초기 진출 단계인 기업들이 처음부터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경우는 드물다”라며 “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기업이 많고, 생산설비에 투자하더라도 전체 시장 수요보다는 낮은 규모로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