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한동훈 전 대표를 둘러싼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다시 재점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지난 26일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라는 사실상의 정치적 사형 선고를 내리면서다.
같은날 단식 후유증으로 치료를 받던 장동혁 대표는 퇴원하며 당무 복귀를 알렸다. 장 대표의 단식으로 한 차례 미뤄졌던 한 전 대표의 당원게시판 사태 '제명안' 의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는 전날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처분을 내렸다. 이는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초 권고했던 '당원권 정지 2년'보다 수위가 대폭 상향된 중징계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최고위원과 당직자들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가 열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2026.1.15./사진=연합뉴스
윤리위는 결정문을 통해 "피조사인의 중대한 당헌·당규·윤리규칙의 위반이 인정된다. 매체에 출연하여 당원에 대한 '망상 바이러스', '황당하고 망상', '한 줌도 안 된다고' 등은 윤리위원회 규정 제4조(품위유지) 등에 저촉된다"고 했다.
또 장 대표를 겨냥해 김 전 최고위원이 "영혼을 판 것", 당을 향해 "파시스트적"이라고 언급한데 대해 "당내 분란을 조장했고, 소속 정당에 대한 과도한 혐오 자극 발언이 통상의 정당한 비판의 임계치를 넘어섰다"며 "정당한 비판이나 표현의 자유의 한도를 넘어서는 정보 심리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당규에 따르면 탈당 권유를 받을 경우 10일 이내 탈당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추가 의결 없이 제명된다.
윤리위 결정 이후 김 전 최고위원은 JTBC 인터뷰에서 "민주 정당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한 전 대표도 즉각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국민의힘에서 불법 계엄이 진행 중"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또 27일에도 국민의힘을 사이비보수라 칭하며 "진짜 보수를 지켜내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14일 당 윤리위원회가 본인을 제명 결정한 것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의원들과 회견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2026.1.14./사진=연합뉴스
단식 후유증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장 대표가 전날 퇴원하면서, 당원게시판 사태로 '제명' 처분을 받은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안 처리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명안은 이르면 오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이 문제를 마냥 미루고 당내 논란만 계속 반복되게 하는 것은 당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며 "빨리 결정을 하고 넘어가야 혼란 상황을 줄일 수 있다"고 징계론에 힘을 실었다.
반면 초·재선 의원이 주축인 소장파 모임인 '대안과 미래'는 이날 "당의 통합을 위한 정치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은 통합이라는 ‘덧셈 정치’를 하는 상황에 우리는 오히려 내부에 있는 사람들조차 배제하는 정치가 맞느냐"고 한동훈 제명 재고를 촉구했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장동혁-한동훈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당내에서는 장 대표의 단식 기간을 화해의 골든타임으로 봐왔다. 하지만 범보수 진영의 거물급 인사들이 장 대표 단식장을 줄지어 찾을 때도 한 전 대표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 장 대표 단식 8일째인 지난 2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 단식 중단을 권유했고 장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마무리 됐다. 장동혁-한동훈 두 사람이 정치적으로 풀 수 있는 마지막 골든 타임이 사라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국회 로텐더홀 단식 농성장에서 통일교·공천헌금 '쌍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여드레째 단식 중인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방문해 인사하고 있다. 2026.1.22./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한 전 대표가 억지로라도 장 대표의 손을 잡는 모습을 보이길 바랐는데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답답하다"며 "한 전 대표가 장 대표를 찾았더라면, 그 이후부턴 한동훈이 갑이 되는거다. 그 이후부턴 장 대표가 어떻게 할 지 지켜보면 될 일"라고 말했다.
또한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가 ‘박근혜 카드’를 활용한 것을 두고 한 전 대표를 정리하는 동시에, 윤석열 전 대통령과도 전략적 결별을 시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당 핵심 관계자는 "장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의 권위를 빌려 출구 전략을 마련한 것은 한 전 대표를 정리하는 동시에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벗어났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라며 "장 대표가 그런 면에서는 한 전 대표보다 한 수 위"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