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를 둘러싼 수주전이 한국과 독일의 양자 대결 구도로 압축되면서 경쟁의 본질이 잠수함 성능에서 ‘리스크 관리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중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참여한 한국 컨소시엄은 정부와의 원팀 전략을 앞세워 캐나다 해군의 장기 운용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지난 2024년 4월 해군에 인도한 장보고-Ⅲ 배치-I 3번함 신채호함./사진=HD현대중공업 제공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캐나다 해군은 운용 중인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한 CPSP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3000톤급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 도입이 유력하다.
잠수함 건조 비용만 최대 20조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여기에 30년간의 유지·보수·정비(MRO)와 군수 지원을 포함하면 전체 사업 규모는 60조 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단일 사업 기준으로는 국내 방위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 수출 기회다.
하지만 이처럼 초대형 사업임에도 캐나다가 잠수함 자체 성능에 부여한 평가 비중은 높지 않다. CPSP 평가 항목에서 성능 배점은 20% 수준에 불과한 반면 MRO와 군수 지원이 50%, 경제적 기여도가 15%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는 캐나다가 단기적인 전력 증강보다 장기간 안정적인 운용과 비용 통제를 더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평가 구조는 캐나다가 처한 정치·재정 환경과도 맞닿아 있다. 최근 캐나다는 경기 둔화와 고물가로 인해 정부 재정에 대한 부담이 커졌고 대규모 국방 예산 집행에 대한 여론의 시선도 우호적이지 않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사업 지연이나 예산 초과, 운용 실패는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책임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캐나다 정부가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데 방점을 둔 이유다.
이 때문에 CPSP 수주전은 성능 비교표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성격을 띠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캐나다가 요구하는 것은 납기 준수, MRO의 지속성 등 안정적인 구조”라며 “잠수함 자체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리스크를 최소화는 것 역시 경쟁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지점에서 한국과 독일의 조건은 분명히 갈린다. 독일 TKMS가 제안한 U-212NFC는 공기불요추진장치(AIP) 등 기술적 강점을 보유한 차세대 모델이지만, 2027년부터 시험 단계가 예정되는 등 아직 실전 배치 경험이 없는 개발 단계 플랫폼이다.
반면 한국이 제안한 KSS-III는 이미 실물 건조와 진수 과정을 거쳤고 해외 수출을 통해 납기 이행과 사업 집행 경험을 축적했다. 캐나다 입장에서는 두 모델의 기술 격차보다 ‘검증 여부’가 더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이 같은 판단 기준을 의식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잠수함 건조 역량을 넘어 장기 운용 전반을 포괄하는 패키지 제안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먼저 HD현대는 지난 27일 CPSP 사업에서 필수 요소로 꼽히는 절충교역과 산업 협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조선 부문에서는 잠수함 창정비 역량을 기반으로 캐나다 해군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잠수함을 운용할 수 있도록 종합 컨설팅을 제공하고, 현지 조선소에 함정 및 잠수함 기술과 건조 노하우를 단계적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단순 도입 이후 외주 정비에 의존하는 구조가 아니라, 캐나다 내부에서 운용·정비 역량을 축적할 수 있도록 설계된 모델이다.
산업 협력 범위도 조선에 국한되지 않는다. HD현대는 캐나다 주요 대학 및 연구기관과 협력해 조선·제조업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첨단 분야까지 공동 연구·개발(R&D)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에너지 부문에서는 HD현대오일뱅크를 중심으로 잠수함 사업 기간 동안 수조 원 규모의 캐나다산 원유를 수입하는 협력 구상도 포함시켰다. 방산 수출을 계기로 양국 간 산업 전반의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화오션 역시 캐나다 현지에서 실질적인 협력 기반을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최대 철강업체인 알고마 스틸과 잠수함 건조·정비(MRO)에 활용될 강재 공급 협력을 체결하고, 현지 철강 생산 및 인프라 구축에 약 3억4500만 캐나다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CPSP 수주를 전제로 캐나다 내 공급망 안정성과 산업 기여도를 동시에 확보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한국 컨소시엄이 CPSP를 단순한 함정 수출이 아닌 장기적 국가 간 파트너십 사업으로 정의하고 접근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잠수함 성능 경쟁을 넘어 납기 준수, 예산 통제, 장기 MRO 안정성까지 포함한 ‘리스크 관리 능력’이 수주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한국 측의 패키지 전략이 캐나다의 정책 방향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캐나다 입장에서는 기술적으로 가장 앞선 잠수함보다 예측 가능하고 실패 확률이 낮은 파트너가 더 중요할 수 있다”며 “장기간 운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까지 함께 책임질 수 있는지가 이번 수주전의 핵심 기준”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