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칠삭둥이', '비루한 궁지기', '야비한 모사가', '조선 최고 추남'...조선 초기 수양대군이 조카의 왕위를 찬탈하는 계유정란을 다룬 우리나라 사극에서 이런 수식어를 받는 한 역사적 인물이 있다. 바로 한명회다.
수양대군이 세조가 되는 데 일등공신이고, 조선시대 그 어떤 정승들보다도 강력한 권력을 행사했고, 무려 3명의 국왕을 모시면서 최고의 권력을 누렸지만, 긍정의 이미지보다는 부정의 이미지가 강한 이가 한명회다. 그래서 TV와 영화를 통틀어 한명회는 특히 비루한 외모의 소유자로 '낙인' 찍혀 있었다. 1994년 KBS 드라마 '한명회'에서의 이덕화를 제외하고는.
특히 요즘 세대들에게 조선 시대 한명회는 2013년 송강호와 이정재가 주연한 영화 '관상'에서의 김의성이 연기한 한명회가 가장 뇌리에 박혀있는 이미지일 것이다. 작은 키에 못생긴 외모, 게다가 목뼈 하나가 살짝 빠진 듯 한 쪽으로 살짝 기울어진, 그런 조금은 기괴망측한 한명회가 깊게 새겨져 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기골이 장대하고 잘 생긴 한명회를 연기한 유지태. /사진=쇼박스 제공
그런데 2026년 그 한명회가 사상 최대의 이미지 변신을 한다. 유지태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한명회를 연기하기 때문이다.
오는 2월 11일 개봉하는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유지태는 기골이 장대하고 준수해서 가히 조선 최고의 남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전혀 새로운 한명회를 연기한다. 이는 장항준 감독이 유지태를 한명회 역에 캐스팅했을 때부터 유지태와 의기투합한 부분이다.
장 감독은 역사를 좀 더 면밀히 고증해서 역사 속 한명회가 이전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고 이에 키 189cm에 이르는 유지태는 몸무게를 100kg 이상으로 벌크업하면서 수양대군의 '책사'라기보다는 '호위무사'의 느낌이 더 강한 한명회를 만들어 낸 것이다.
실제 조선왕조실록 등 당시의 사서를 보면 한명회는 작고 못생긴 외모의 소유자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여러 역사서에서는 한명회가 "태어났을 때는 사람의 형체조차 갖추지 못해 부모는 아이의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포기했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를 근거로 지금의 한명회의 극 이미지가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가 칠삭둥이로 태어났다는 전승, 각종 매체에서의 표현 때문에 외모가 볼품없을 것이라는 통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명회의 집안인 청주 한 씨 문중의 기록과 조선왕조실록 등에서는 한명회가 키도 크고 인물이 출중했다는 기록이 여럿이다. 미남미녀가 많기로 유명한 청주 한씨 집안답게 키도 크고 잘생겼다는 것. 특히 조선사 정사인 조선왕조실록에도 한명회는 '키가 큰 미남'이라고 기록됐다. 야사인 신도비명에서는 "얼굴이 잘나고 키가 커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대하였고 규모와 기개가 우뚝 서 무리에서 돋보였다"고 적혀 있기도 하다.
이런 기록 등에 따르면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의 한명회 유지태는 역사 기록에 가장 부합하는 한명회인 셈이다. 장항준 감독과 유지태 본인도 그런 점에서 생각이 통했던 것으로 보인다.
유지태는 이번 새로운 한명회를 만드는 데 있어서도 큰 모험을 감수했다. 사실 1998년 '바이준'으로 영화에 데뷔한 이래 28년 동안 유지태가 사극에 출연한 것은 2007년 '황진이'가 유일하다. 유지태의 체격 조건이 사극과 어울리지 않았기에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도 가능케 하는 부분이다.
그러니 전혀 새로운 한명회의 창조, 익숙치 않은 사극 연기 등 유지태 입장에서는 이번 영화가 상당한 모험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과감하게 사극으로 뛰어든 유지태. 유해진과 박지훈이 큰 축을 이루는 이 영화에서 유지태가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면서 성공할 것인 지에 관심이 모인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