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보건복지부가 이번 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제네릭 약가를 현행 53.55%에서 40%대로 대폭 인하하는 약가제도 개편안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개편안은 오는 7월부터 전격 시행할 계획이지만 업계는 준비기간이 급박하고 차등 우대책의 미흡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11월 말 기습적으로 발표한 약가개편안으로 제네릭의 약가가 인하 돼 제약 산업 전반에 상당한 충격이 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약가 인하로 인한 연간 피해액을 3조6000억 원에 달한다고 추정했으며 중소·중견 제약사의 경우 영업이익이 50% 이상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의 핵심은 현재 제네릭 약가 산정률 53.55%를 40% 이하로 대폭 인하하고 신약 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기존 이중약가제(RSA)를 약가유연계약제로 개편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적용 대상을 혁신성 인정 신약 전체로 확대하면서 사용량-약가 연동제(PVA), 급여적정성 재평가, 실거래가 인하 등 복잡하게 얽힌 사후관리 제도를 통합·간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제약업계의 핵심 불만은 절차의 급박함이다. 정부가 11월 말 기습 발표 이후 본격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2월 의결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홍정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제도 시행 유예를 적극 강조했다. 협회차원에서는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동시에 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 분석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약가인하의 구체적 메커니즘도 업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제네릭 기본 약가가 40%로 인하되면 수익성이 약 25% 악화된다. 여기에 최고가 요건을 미충족할 경우 추가로 20%까지 인하된다. 가령 생동성시험을 수행하지 않은 제품은 현행 54.52%에서 32.0%로 떨어져 29.7%가 인하되는 식이다.
더 심각한 우려사항은 산업 생태계에 대한 영향이다. 국내 제약산업은 제네릭이 약 52% 점유하는 구조인데 제네릭 수익이 신약 R&D(연구개발)의 자금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제약사들의 R&D 투자 비중은 평균 12%, 혁신형 기업은 13.4%에 달하는데 약가 인하로 수익이 1% 줄어들면 R&D 투입은 1.5%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혁신형 기업에 대한 R&D 차등 우대책을 내놨지만 제약계는 "현상 유지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혁신형 제약기업 49곳 중 상위 30%(약 15곳)만 현행의 68% 산정률을 유지하고 나머지 70%는 60%로 인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조용준 제약협동조합 이사장은 "약가 인하 대상 품목의 70% 이상을 중소·중견 제약사가 보유하고 있어 중소기업의 체감 부담이 가장 크다"며 "공급망 붕괴로 국민 건강권이 직접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 반발에 국회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위 여당 의원들은 정부의 R&D 차등 우대책이 미흡하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충격파가 크면 당근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정부와 산업계 사이 중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2월 건정심이 최종 의결이지만 7월 시행까지 5개월이 남아있다"며 "해당 기간 동안 정부가 진정한 의견수렴을 통해 산업 생태계를 고려한 합리적 정책으로 수정할 기회를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1999년 실거래가제도 도입 이후 여러차례 약가인하가 단행됐음에도 제도의 효과와 부작용, 산업 영향 등에 대한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평가가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며 "이번 개편안이 국민건강에 미칠 영향을 산업계와 함께 면밀히 분석해 그 결과에 기반한 합리적인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