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지난해 6.27 대출 규제 시행 이후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 공급액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제도권 금융에서 배제되면서 설 자리를 잃게 된 중·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저축은행이 취급한 중금리 신용대출(민간중금리·사잇돌2)은 4조3748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2719억원) 대비 30.2% 감소했다. 이 기간 대출 건수도 44만9538건에서 42만6231건으로 5.2% 줄었다.
중금리대출은 금융회사가 개인신용평점 하위 50%인 차주에게 일정 수준 이하의 금리로 공급하는 신용대출이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서울보증보험 보증을 통해 공급하는 사잇돌2 대출도 중금리 신용 대출에 포함된다.
정부는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2016년부터 중금리대출 제도를 운영해오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업권별 ‘민간 중금리대출’ 요건에 부합하기만 하면 해당 대출에 규제상 인센티브를 부여, 대출금리를 일정 수준 이하로 유도하는 구조다.
현재 저축은행 민간 중금리대출 금리 상한은 16.51%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17.14%였으나 가계대출 규제 강화와 함께 하반기 들어 조정됐다.
이처럼 정부에서 포용금융의 일환으로 중금리대출 공급을 권장하고 있으나 6.27 규제 이후 저축은행들은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됐다.
6.27 규제에 따라 전 금융권은 가계대출 공급량을 기존 계획의 50% 수준으로 줄이도록 요구받았다. 또 기존에는 연 소득의 최대 2배까지 허용됐던 신용대출 한도가 6.27 규제에 따라 전 금융권을 합산해 연 소득 이내에서만 가능하도록 제한됐다.
이로 인해 저축은행은 사실상 신용대출 영업이 어렵게 됐다. 저축은행 고객의 경우 상당수가 다중채무자로 이미 연 소득에 준하는 수준의 신용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연 소득 1배 규제 적용 시 대출 한도가 줄거나 아예 승인이 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저축은행들은 6.27 대출 규제 시행 후 기존 연 소득의 1~2배까지 내주던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줄였고, 저축은행별 신용대출 승인율은 기존보다 50%에서 많게는 80% 이상 급감했다.
또 저축은행업계는 민간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해 중금리대출 공급을 확대하라는 정부의 기존 요구와 맞지 않는 규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저축은행에 대해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금 비율) 산정 시 민간 중금리대출 취급액의 일정 비율(10%)은 예대율 산정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등 중금리대출 활성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한 부작용으로 저신용자가 피해를 보게 됐다”며 “대부분의 고객이 이미 연 소득 1배 한도가 다 차서 오기 때문에 대출을 더 내줄 수가 없다. 전에는 신용대출로 100억원을 내줬다고 하면 지금은 50억원이 나가면 다행이고 10억~20억원 수준으로 나가고 있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저신용자들이 갈 곳이 없어졌다는 것으로 법정최고금리 인하 이후 대부업 시장도 위축되면서 불법 사금융을 찾는 저신용자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