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소형모듈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의 구체적인 ‘배치’와 ‘활용’ 계획이 담겨야 한다는 당위론이 제기됐다.
한국원자력학회는 4일 기후에너지환경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에너지 산업 패러다임이 건설업에서 제조업으로 전환되고 있다”면서 “2030년대 중반 이후 상용화될 SMR의 구체적인 보급물량이 연간 최소 4기 이상 배치돼야 하고, 이는 대형 원전으로는 연간 2기~3기 규모로 2050년은 현재 용량 대비 3배 목표를 명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원자력학회가 4일 기후에너지환경부 기자들과 만나 SMR을 통한 에너지패러다임 전환에 대해 설명했다./사진=미디어펜
에너지 수요량을 볼 때 SMR의 경우 수요를 예측하고 중장기 플랜과 산업적 니즈에 따라 배치를 늘려야만 원전 비중을 11차 전기본의 35% 수준에서 50% 수준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당위론의 배경으로 제11차 전기본에 반영된 대형 원전 2기와 SMR 1기(4모듈)만으로는 급증하는 전력 수요와 탄소중립 대응을 동시에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학회의 주장이다.
이에 최성민 원자력학회 회장은 “2050년 원전 발전 비중을 제11차 전기본의 목표인 35%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대형 원전 20기와 SMR 12기를 추가 건설해야 하며, 비중을 50%로 높이면 대형 원전 34기와 SMR 20기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12차 전기본은 2040년 적용을 목표로 정부가 수립하는 에너지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확대, 석탄발전 폐지, 무탄소 중심 전원믹스, 전력망 확충·수요 분산·시장제도 보완 등이 검토된다.
앞서 이재명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 재검토를 거론했지만 최근 들어 각계의 의견수렴과 여론조사 결과를 들어 11차 전기본의 신규 원전 2기와 SMR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12차 전기본에서는 AI 전기차 확대 등에 따른 전기화 수요를 예측하고 2050년 탄소중립으로 가는 에너지믹스 계획과 분산형 전력망 계획 등을 과학·객관적으로 수립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원전의 필요성…“재생에너지와는 공생메커니즘, 비용은 시스템으로 절감”
또한 학회는 원자력의 보급이 최적의 에너지 믹스를 위한 열쇠라고 거론했다.
원전의 유연운전은 “재생에너지에 밀려 어쩔 수 없이 하는 생존전략이 아닌 공생의 개념”이라는 것으로, 원자력이 기저부하(Baseload)로서 든든히 받쳐주면서도 필요할 때 ‘유연성 자원’으로 기여해주지 않으면, 간헐성이 큰 재생에너지는 전력망의 불안정성 때문에 더 이상 확대될 공간을 잃게 돼, 원자력의 유연성이 확보돼야 재생에너지도 더 많이, 더 안전하게 들어올 수 있다는 논리다.
관건이 되는 비용 부담에 대해서도 학회는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전력이 남거나 모자라 수백조 원 규모의 배터리(ESS)를 설치해야 하는데, 원자력이 유연하게 출력을 조절(30% 감발)해 준다면, 값비싼 ESS 설치 용량을 대폭 줄일 수 있어 시스템적으로 비용이 대폭 절감될 수 있다”는 경제성을 들었다.
예를 들면, 한국형 i-SMR은 출력을 100%-20%-100%로 변동하면서 분당 5%의 고속변동이 가능해 4모듈 680MW가 하루 8시간 100-20-100 부하추종(전력수요 변화에 맞춘 발전량 조정)을 한다면 배터리로는 4300MWh 이상의 용량이며, 1.5~2조 원의 배터리 ESS 서비스와 동등해진다는 계산이다.
이는 i-SMR 80년 설계수명을 감안할 때 배터리 ESS 4회 교체분인 6~8조 원에 해당돼, i-SMR 건설비 3조5000억 원과 비교할 때 부하추종 서비스만으로 원전 건설비를 충당하고도 남는다는 결론이다.
SMR 개발·안전성…“개발완료 ‘SMART’ 이어 ‘i-SMR’ 2028년 인허가 목표, 안전성은 문제없어”
국내 SMR 개발은 이미 2012년에 개발돼 세계 최초로 SMR 표준설계인가를 받은 ‘SMART’가 캐나다·사우디와 협력해 실증·상용화를 앞당기고 있고, 혁신형 SMR으로 불리는 ‘i-SMR’이 2028년 인허가 획득을 목표로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프로젝트로 경제성과 안전성을 극대화한 한국형 모델로 표준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4세대 SMR로 구분되는 해양 부유식 용융염원자로(MSR) 개발, 선박 추진용 및 해상 전력 생산용 SMR 연구 등과 함께 전략적 제휴를 통한 해외건설 시장도 진출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자재 공급망과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투트랙 전략을 구사 중이다.
원전의 안전성 문제는 주로 열 관리에 달려 있는데 전문가들의 견해는 ‘문제가 없다’라는 게 중론이다.
특히 SMR은 단순함과 독립성 면에서 물리적으로 안전성이 높고 확률적으로 독립성이 보장되며, 대형 원전에 비해 출력 대비 표면적이 넓어 자연적인 열 방출에 훨씬 유리해, 펌프가 멈춰도 중력과 대류라는 자연법칙만으로 노심을 식힐 수 있는 간단하고 확실한 시스템이 냉각을 실현할 수 있다며 우려에 선을 긋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여러 기를 모아 놓으면 사고 위험도 커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최신 연구결과 “안전설비와 방호체계가 독립성을 원칙으로 설계돼 1모듈 사고 확률이 10억 년에 1회라면, 독립된 2기가 동시에 사고 날 확률은 ‘10의 18승’년에 1회가 되는, 사실상 불가능한 영역”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때문에 작은 사고 규모와 극단적으로 낮은 동시 사고 확률, 용수의 최소화 덕분에 SMR은 도시 인근 및 산업단지 중심에 배치할 수 있는 혁신적 기저전원이 될 것이라는 학회의 전망이다.
경북 울진에서 운영 중인 신한울 1·2호기./자료사진=한수원
다변화 모델로…“석탄화력 대체, 산단·데이터센터 직공급, 지역 냉난방·열공급”
아울러 학회는 에너지 다변화 시스템 활용으로도 SMR을 적극 추천했다.
퇴역 석탄화력발전소의 기존 송전망과 냉각수 인프라를 재활용해 신규 부지 확보에 따른 비용과 갈등을 최소화 하고, 발전소 폐쇄 예정 부지를 SMR로 전환해 지역 경제와 일자리를 유지하는 ‘에너지와 일자리 전환’ 계획을 12차 전기본에 반영해 달라고 했다.
또 다른 해법으로는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나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등 전력 수요 밀집 지역에 SMR을 직접 배치해 장거리 송전망 건설 없이 고품질 전력을 공급하는 모델로, 송전 병목현상을 해결하는 동시에 기업들이 무탄소 100% 인증인 CF100을 달성해 글로벌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실전적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전력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증기와 열을 활용하는 방식도 전했다. 도심에 무탄소 지역 냉난방 서비스를 제공하며 에너지 이용 효율을 극대화하는 모델로, 기존 LNG 기반 난방 시스템을 대체해 도시 차원의 탄소중립(Net-Zero)을 실현하고, 산업용 공정열 공급을 통해 에너지 시스템의 다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방안이다.
기후부는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중심으로 전력을 운영하되, 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려나가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양수발전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원전의 안전성과 경직성 문제 또한 보완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현재 제12차 전기본 수립은 착수한 상황으로 이와 관련해 김 장관은 “이번 공론화 과정에서 제기된 쟁점 과제를 포함해 다양한 형식의 토론회 및 공론화 과정을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해 가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