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인상 가능성을 다시 꺼내 들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수조 원대 관세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가 25%로 회귀할 경우 국내 완성차 업계의 손실 규모가 10조 원 안팎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자동차 관세 재인상을 위한 관보 게재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인상 가능성을 다시 꺼내 들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제공
◆ 트럼프 "관세 25% 인상" 엄포…미 관보 게재 초읽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산 자동차를 직접 거론하며 관세 인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 국회가 무역 합의를 비준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산 자동차와 목재, 의약품 등에 적용 중인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미국 정부가 자동차 관세 재인상을 위한 관보 게재 절차에 착수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업계에서는 관세 인상이 단순한 압박성 발언을 넘어 현실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확산되고 있다. 관보 게재는 행정 절차상 관세 인상을 위한 사실상 마지막 단계로 여겨진다.
정부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고위급 인사를 잇달아 미국에 파견해 설득에 나서고 있다. 대미 투자 확대와 고용 기여를 강조하며 관세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 측이 관세 인상 관보 게재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인상 자체를 막기보다는 적용 시점을 늦추는 데 협상력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최근 미국 워싱턴DC 방문 후 귀국한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관보에 인상 조치가 실리더라도 즉시 적용인지, 일정 기간 유예가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관보 게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되, 최소한 즉각적인 관세 인상만큼은 저지하겠다는 현실적인 대응 전략으로 해석된다.
여야가 대미투자특별법 입법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다음 달 초 법안 통과를 목표로 일정을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유예 기간을 확보해 관세 인상이 실제로 발효되기 전까지 미국 측을 설득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입법만으로 관세 철회까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미국 내 경쟁력 악화…'10조 손실' 현실로
가장 큰 문제는 미국 시장 내 가격 경쟁력 저하다.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경쟁 업체들이 15% 관세를 적용받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만 25%를 부담하게 되면 시장 점유율 하락은 불가피하다. 관세 인상분을 판매 가격에 반영할 경우 가격 경쟁력이 무너지고, 기업이 이를 흡수할 경우 수익성이 바닥을 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게 된다.
이미 실적에 관세 부담이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11조467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5% 감소했고, 기아 역시 28.3% 줄어든 9조781억 원을 기록했다. 실제 관세 비용 규모는 수조원대다. 지난해 현대차는 4조1110억 원, 기아는 3조930억 원의 관세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집계됐다. 양사의 관세 부담을 합치면 7조2000억 원을 웃돈다.
관세가 다시 25%로 재적용될 경우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증권은 관세 인상에 따른 현대차·기아의 관세 부담이 총 10조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메리츠증권은 관세 인상 시 현대차에 3조1000억 원, 기아에 2조2000억 원의 추가 영업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화투자증권은 현대차의 관세 영향 금액이 3조9000억 원에서 6조8000억 원으로, 기아는 2조4000억 원에서 4조10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완성차 업계는 올해 사업계획 전반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연초 수립했던 판매 목표 조정은 물론, 신규 투자 집행 시점과 공장별 물량 배분 전략까지 모두 재검토 대상이다. 특히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는 방안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설비 확충과 공급망 재편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단기적인 관세 폭탄을 막아내기엔 한계가 있다.
이번 관세 이슈는 올해 국내 자동차 업계의 경영 성패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 꼽힌다. 미국 측이 한국의 입법 속도와 대미 투자 진전 상황을 지켜보며 관세 부과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만큼, 민관의 기민한 공동 대응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가 25%로 회귀하게 되면 가격 전략과 판매 목표, 투자 계획 전반을 다시 짜야 한다"며 "관세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올해 수익성 방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