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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하원 증언대 선 쿠팡…‘플랫폼 규제’, 통상 이슈로 번지나

2026-02-07 09:38 | 김성준 기자 | sjkim11@mediapen.com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쿠팡의 대규모 개인 정보 유출이 한국과 미국의 외교·통상 분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의 쿠팡에 대한 고강도 조사가 미국 정치권에서 ‘자국 기업 차별’로 읽히면서, ‘쿠팡 사태’가 통상 마찰의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해럴드 로저스 쿠팡 대표에게 소환장을 발부했다. 미 하원 법사위가 요구한 것은 청문회(hearing)가 아닌 증언녹취(deposition)로, 로저스 대표의 발언이 공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 법사위는 공정거래위원회, 국가정보원 등 한국 정부 기관과 쿠팡 사이에 오간 문서·통신 기록 제출도 함께 요구했다.

미 법사위는 로저스 대표에게 한국 정부의 미국 기업 ‘표적화’ 여부를 직접 묻는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소환장에는 “한국 정부가 온라인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률 및 정책으로 미국 기업이 차별받지 않도록 약속했음에도 미국 소유 기업(쿠팡)을 표적으로 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는 주장이 담겼다.

이에 대해 쿠팡 모기업인 쿠팡Inc는 홈페이지를 통해 “쿠팡은 소환장에서 요구한 문서 제출 및 증인 진술을 포함해,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의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fully cooperate)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이 적극적인 협조 의사를 내비친 만큼, 로저스 대표가 미국 하원에도 직접 출석해 증언할 것으로 점쳐진다.

앞서 쿠팡은 지난해 11월 3370만 개 계정에서 이름, 주소, 주문 내역 등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했다. 이후 쿠팡의 대응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며 세 차례 국회 청문회와 고용노동부·공정위·국세청 등 강도 높은 조사가 이어졌다. 특히 로저스 대표는 쿠팡이 유출 정보가 3000여 건이라는 ‘자체 조사’를 발표한 것과 국회 위증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 대상이 됐다.

이 같은 ‘쿠팡 사태’에 미국 하원까지 나선 것 배경에는 국내에서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이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 된다. 미 법사위는 온플법이 유럽연합의 ‘디지털시장법(DMA)’처럼 미국 기업에 과도한 의무와 벌금을 부과하는 구조라고 비판 중이다. 미 법사위는 이번 쿠팡 사태도 공정위 등이 미국 기업을 상대로 차별적 법 집행을 적용한 사례로 보고 있다.

온플법이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는 그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우리 정부와 국회는 온플법이 미국 기업을 겨냥한 게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미국의 반발이 큰 ‘독점규제법’은 따로 분리해 추진 시기를 조율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 정치권이 쿠팡 사태를 온플법과 연결해 ‘미국 기업 차별’로 규정하면서, 우리 정부는 해명에 진땀을 빼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 법사위 소환을 계기로 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쿠팡의 대응 전략이 변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쿠팡이 미 법사위에서 증언할 내용에 따라 한미간 경제·외교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간 쿠팡이 정보 유출과 노동 문제 등 국내 이슈를 방어하는데 머물렀지만, 향후엔 국제 통상 질서와 한국의 규제 환경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정면 대응할 토대가 마련됐다는 시각이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대응 방식이 사태를 키운 측면이 없진 않지만, 미국 의회까지 나선 이상 핵심 쟁점이 온라인 플랫폼 규제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간 온플법이 통상 마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쿠팡 사태를 계기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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