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고환율과 공급 과잉에 따른 출혈 경쟁으로 국내 LCC(저비용항공사)들이 줄줄이 적자의 늪에 빠진 가운데 제주항공이 홀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압도적인 위기 관리 능력을 증명했다. 외형 확대보다 비용 구조 개선과 노선 효율화에 집중해온 제주항공의 전략이 위기 국면에서 다시 한번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해 4분기 별도 기준 매출액 4746억 원, 영업이익 186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4% 증가했으며, 영업손실 403억 원에서 흑자로 돌아서며 5분기 만에 실적 반전에 성공했다.
이번 실적 반전은 김이배 대표이사가 취임 직후부터 강조해온 '회복탄력성'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유례없는 위기 상황에서도 단일 기종 운용을 통한 비용 효율화와 선제적인 노선 복원 전략을 통해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정상화 궤도에 오른 바 있다. 이번 4분기 흑자 역시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핵심 경쟁력에 집중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제주항공만의 DNA가 다시 한번 증명된 셈이다.
이 같은 성과는 동종 업계의 부진 속에서 거둔 값진 성과다. LCC 가운데 4분기 흑자를 낸 곳은 제주항공이 유일하다. 같은 기간 진에어는 매출 3528억 원, 영업손실 98억 원을 기록했고, 에어부산 역시 매출 2354억 원에 영업손실 50억 원을 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의 지난해 4분기 추정 실적 컨센서스는 연결 기준 매출액 4697억 원, 영업손실 319억 원이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5% 증가하지만, 손실 규모는 47.6%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제주항공은 이번 실적 개선의 배경으로 차세대 항공기 도입에 따른 체질 개선 효과를 꼽았다. 지난해 4분기 B737-8 구매기 2대를 도입하고 경년 항공기 1대를 반납해 평균 기령을 낮췄다. 연료 효율이 높은 차세대 기종 비중을 확대하면서 2025년 1~3분기 누적 유류비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9% 감소했다.
노선 운영 전략도 수익성 회복을 뒷받침했다. 인천~오사카 노선 증편 등으로 지난해 일본 노선 연간 탑승객 400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인천~구이린, 부산~상하이 등 중국 노선 확대도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10월 추석 연휴 효과 역시 4분기 수요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분석된다.
제주항공은 항공사의 핵심 가치인 안전과 운항 품질에서도 내실을 다졌다. 안전 분야에서는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B737-8 정비교육 과정에 대한 국토교통부 ATO(항공훈련기관) 인가를 획득하며 정비 역량을 입증했다. 또 보잉사와 협력해 조종사 역량 기반 훈련(CBTA)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비상대응 능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운항 품질을 가늠하는 지표인 정시성도 대폭 개선됐다. 제주항공의 지연율은 전년 대비 6.5%포인트 하락한 22.7%를 기록했다. 이는 비용 절감과 효율성 중심의 경영 기조 속에서도 안전과 서비스 품질이라는 기본기를 놓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제주항공의 상승세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1월 제주항공의 수송객은 117만6000여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3.5% 증가했다. 2024년 1월 114만5000여 명과 비교해도 2.7% 늘어난 수준이다. 국내선은 39만4000여 명, 국제선은 78만1000여 명으로 국제선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증권가에서도 1분기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1분기 매출 4161억 원, 영업이익 807억 원을 전망하며 중국의 한일 단체관광 제한 완화와 일본 노선 수요 지속을 긍정 요인으로 꼽았다.
제주항공은 올해 무리한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 경영을 바탕으로 재도약 기반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항공기 7대를 추가 도입해 기단 효율을 극대화하는 한편, 보유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 구조를 더욱 탄탄히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전반에 걸친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한다. 사업 전반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운영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신규 과제를 발굴함으로써 미래 경쟁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단일기종 운영과 구매기 도입, 탄력적 노선 운영 등 제주항공만의 사업 모델이 위기 상황에서 더 큰 힘을 발휘했다"며 "올해에도 안전관리체계와 운항 효율성 강화를 통해 신뢰받는 LCC로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