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주력 업종의 일자리 시장은 업종별로 극명한 온도 차를 보일 전망이다. 인공지능(AI) 특수를 맞은 반도체 업종은 유일하게 고용 확대가 점쳐지는 반면, 섬유 업종은 해외 생산 이전과 경쟁 심화로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계와 조선 등 현장 인력이 필요한 업종에서는 일감은 있으나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미스매치' 문제가 심각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주력 업종 중 전년 동기 대비 고용이 증가하는 업종은 반도체가 유일했다./이미지 생성=뤼튼
14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과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조사 대상 10개 업종 중 전년 동기 대비 고용이 증가하는 업종은 반도체가 유일했다. 반도체 업종은 글로벌 AI 서버 투자 확대와 메모리 업황의 기록적인 호조에 힘입어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15.3% 증가한 2000억 달러라는 역대급 기록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설비 투자도 전년 대비 12%가량 늘어나며 고용 규모 역시 전년보다 2.8%(약 4000명) 증가한 18만4000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섬유 업종은 전년 동기 대비 2.0%(약 3000명) 줄어들 전망이다. 소비심리 개선으로 내수와 생산은 소폭(0.8%) 증가할 것으로 보이나, 저가 제품과의 경쟁 심화와 범용 원사 부진, 해외 생산 기지 지속 확대가 국내 고용 감소의 주 원인으로 꼽혔다.
나머지 기계·조선·전자·철강·자동차·디스플레이·금속가공·석유·화학 등 8개 업종은 전반적인 업황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고용은 전년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조선(0.8%, 1000명)의 경우 3년 치 이상 일감을 확보하고 선박 수출도 5.9% 증가할 전망이나, 인력 부족과 공정 안정화 영향으로 고용은 소폭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0.5%, 2000명 증가)는 신차 효과와 친환경차 수요 확대로 내수가 회복되고 연간 275만 대 규모의 수출이 예상되지만, 통상 환경 불확실성이 상존해 고용 수준은 유지될 것으로 점쳐진다.
전자(-0.1%, -1000명)의 경우 AI PC와 스마트폰 등 신제품 출시로 생산 확대가 기대되지만, 해외 생산 비중이 커지면서 국내 일자리 증감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0.2%, -1000명)은 글로벌 공급과잉과 중국의 자급률 상승으로 업황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대기업 중심의 업종 특성상 급격한 고용 감소 없이 현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기계(-0.4%, -2000명)의 경우 글로벌 제조업 경기 둔화로 수출이 4.3% 감소하고 설비투자 회복도 완만해 고용은 소폭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0.6%, -1000명)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수출 여건은 악화되나, 건설 경기 회복에 따른 내수 소폭 증가(1.2%)로 고용 타격은 제한적이다.
금속가공(-0.9%, -3000명)은 수출과 내수의 완만한 개선은 기대되지만, 실물 생산 회복 지연에 따른 보수적인 기업 운영 기조가 유지된다.
디스플레이(-1.2%, -1000명)은 OLED 시장 확대로 수출은 3.5% 증가하지만, LCD 생산 라인의 OLED 전환에 따른 인력 조정 등으로 고용은 소폭 감소 추세다.
이 같이 전체적인 고용 수치는 유지 혹은 소폭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산업 현장 내부에서는 심각한 인력 수급 불균형(미스매치) 현상이 이어졌다. 기계 업종의 경우 미충원율이 23.7%에 달하며 전 산업 평균인 8.4%를 크게 상회했다. 조선 업종 역시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두 업종 모두 인력을 충원하지 못한 가장 큰 사유로 '사업체가 요구하는 숙련된 경력을 갖춘 지원자 부재'를 꼽았다. 이는 산업 구조가 고도화되면서 기업이 원하는 직무 역량과 구직자들의 숙련도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사업체 규모에 따른 양극화도 뚜렷한 특징이다. 300인 이상 대형 사업체는 반도체와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고용 방어에 성공하거나 채용을 늘리는 추세지만, 29인 이하 소규모 사업체는 경기 불확실성에 직격탄을 맞으며 고용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기계, 금속가공, 석유·화학 등 뿌리 산업에 기반을 둔 소규모 제조사들의 채용 기조가 보수적으로 변하면서 중소기업 중심의 고용 생태계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AI 등 첨단 기술 전환에 따른 산업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업종별, 숙련도별 고용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며 "수출 중심의 경기 회복 온기가 고용 시장 전체로 확산될 수 있도록 숙련 인력 양성과 중소 제조 현장의 근로 환경 개선 등 맞춤형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