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해운업계, '단일 호황' 가고 '3분화 사이클' 왔다... 선종별 각자도생 시대

2026-02-23 15:05 | 이용현 기자 | hiyori0824@mediapen.com
[미디어펜=이용현 기자]해운업계의 업황을 하나의 흐름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해운 불황’ 혹은 ‘해운 호황’이라는 표현으로 시장을 묶어 설명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선종별로 전혀 다른 방향의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컨테이너, 벌크, 탱커 시장이 각각 다른 변수에 의해 움직이면서 해운업계가 사실상 ‘3분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HMM 컨테이너 선박./사진=HMM 제공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팬오션은 SK해운이 보유한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 10척을 9737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으며 2027년 4월 전량 인수를 마칠 계획이다. 

기존 벌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VLCC 인수를 통해 탱커 선대를 대폭 확대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는 포석이다. 

이는 단순한 외형 확장이 아니라 수익 구조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실제 탱커 시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의 우회 수송, 유럽의 에너지 공급선 다변화, 중동산 원유의 아시아향 수출 확대 등으로 평균 항로가 길어지면서다. 

예컨대 전쟁 이전 러시아산 원유는 발트해에서 유럽까지 단거리로 운송됐지만 러시아산 원유 수입 제재 이후 인도·중국 등 아시아 국가로 향하는 장거리 항로가 주력으로 전환됐다. 

특히 기존 발트해~유럽 구간이 수천 해리 수준이었다면 발트해~인도 항로는 그보다 훨씬 긴 거리로 운항해야 하기 때문에 같은 물량이라도 선박이 더 오랜 기간 묶이게 되면서 사실상 선복 공급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러우 전쟁 이후 유럽이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동·미국산 원유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며 “해당 영향으로 중동~유럽, 미국 걸프만~유럽 항로 운항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톤마일(ton-mile)’이 증가하면서 같은 물량이라도 더 많은 운송 수요가 발생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선박 회전율이 낮아짐과 동시에 실질 공급이 줄어드는 효과까지 더해져 운임이 상대적으로 지지받게 되면서 탱커가 지정학 리스크의 ‘수혜’ 세그먼트로 분류되는 배경이다.

반면 벌크 시장은 여전히 경기 민감형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철광석·석탄·곡물 등 원자재 수요가 핵심인 만큼 주 생산국인 중국 경기 흐름에 따라 운임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면서다.

실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해운‧조선업 2025년 3분기 동향 및 2026년 전망’에 따르면 2023~2024년 발주된 벌크선이 올해 대거 인도되면서 공급 증가율이 전년 대비 0.5%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세계 경제 저성장 기조와 더불어 중국의 부동산 경기 부진이 이어지며 수요 회복은 더딜 것으로 보여 2026년 연평균 벌크선운임지수(BDI)는 1400~1500선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분석기관들의 전망도 분분하다. 드류리는 내년 BDI 평균치를 올해보다 8.5% 오른 1729포인트로 예상한 반면, MSI는 16.5% 하락한 1201포인트를 전망했으며 운임선도지수(FFA) 역시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는 미·중 무역분쟁이 세계 교역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시각이 갈린다는 설명이다.

결국 벌크 시장은 △신조선 인도에 따른 공급 확대 △중국 경기 둔화 △미·중 무역 갈등 변수라는 삼중 부담 속에서 방향성을 모색하는 국면이다. 탱커가 지정학 리스크로 ‘톤마일 수혜’를 누리는 구조라면, 벌크는 여전히 글로벌 경기와 교역 흐름에 좌우되는 전형적인 경기 민감형 산업이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컨테이너 부문은 또 다른 상황이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251.46을 기록하며 전주(1266.56) 대비 1% 하락했다. 6주 연속 내림세다. 팬데믹 기간 급등했던 운임이 정상화 단계를 넘어 약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운임 약세의 근본 원인을 수급 불균형에서 꼽는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2021~2022년 고운임기에 대거 발주된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최근 들어 본격 인도되면서 선복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실제 미주 항로의 스팟 운임은 팬데믹 고점 대비 큰 폭으로 낮아졌고, 유럽 항로 역시 수요 회복 지연으로 운임 반등이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국내 대표 컨테이너 선사인 HMM은 ‘2030 중장기 계획’에 따라 비용 절감과 디지털 전환, 비컨테이너 부문 확대 등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초대형선 중심의 네트워크 효율화와 운영비 절감, 벌크선대 확장 등을 병행하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컨테이너 시장이 단기적으로는 선복 과잉 부담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팬데믹 특수 이후 구조적 고운임 시대가 종료된 만큼 저운임 국면에서도 버틸 수 있는 규모의 경제와 비용 경쟁력이 실적을 좌우하는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해운업계는 향후 해운시장이 하나의 사이클이 아니라 세 개의 사이클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컨테이너는 공급과잉과 소비 둔화, 벌크는 중국 경기, 탱커는 지정학과 에너지 교역 재편이라는 각기 다른 변수에 좌우되는 만큼 다중 사이클 구조 속에서 각 기업의 전략적 선택이 실적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이유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