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군사적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식품업계가 ‘K-푸드 신영토’로 낙점했던 중동 시장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 확대로 중동에 진출한 국내 식품기업들이 사태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중동 사업 확대를 계획 중이던 식품기업들은 현지 사업 현황을 점검하며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양식품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수출 물량을 인근 오만으로 우회하거나 해상·육상 복합으로 운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요 수출품인 라면은 제품 특성상 유통기한 및 재고 관리에 다소 여유가 있어, 현재로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올해 본격적인 중동 수출을 준비하고 있던 오뚜기도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오뚜기는 아직 본격적인 사업 전개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중동 진출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농심 역시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유가 급등 등 변화를 주시하고, 상황에 맞게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현지 법인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제품 수출을 위해선 먼저 현지 벤더와 계약을 트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주로 식품박람회 등을 통해 이뤄진다”면서 “전쟁 여파로 식품박람회 개최나 참석 등에 제약이 생긴다면 사업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식품업계가 북미·유럽에 이어 중동 지역을 새로운 수출 시장으로 공략하면서, 최근 중동 내 K-푸드 수출은 빠르게 성장해 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K-푸드 중동 수출액은 4억1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2.6% 늘었다. 지난 2020년 2억 달러와 비교하면 5년 새 2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중동 국가들은 젊은 인구 비중이 높고, K팝 등 한국 문화에 대한 선호가 뚜렷해 국내 기업들에겐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CJ는 그룹 차원에서 중동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할랄 인증 제품의 현지 주요 유통 채널 입점 확대에 주력하고 있으며, CJ올리브영은 유망 K뷰티 브랜드 시장 진출 및 판매 확대를 지원 중이다. 이재현 CJ 회장은 2024년과 2025년 잇달아 중동을 찾으며 “잠재력 높은 중동 시장에서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삼양식품은 2018년 아랍에미리트(UAE) ESMA 할랄을 취득하며 중동 공략을 시작한 이후, 현재 UAE,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10여 개국에 진출해 있다. 지난해 중동 내 매출 추정치는 약 660억 원으로, 2024년 500억 원과 비교해 32% 증가했다. 농심도 최근 5년간 중동 지역 매출 연평균 성장률 12%를 기록하는 등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뚜기, 매일유업 등도 현재 중동 수출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란 사태가 ‘중동 전쟁’으로 비화될 경우 현지 소비심리 위축은 물론 신규 수출 제품 등록 지연 등 사업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K-트렌드 확산에 힘입어 올해도 고성장을 기대하던 식품기업들에는 찬물이 끼얹어졌다. 여기에 이란이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를 선언하면서, 유가 및 물류비 급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밀·옥수수 등 주요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산업은 물류비 부담 가중이 원가에 민감하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중동의 정세 불안은 유가 상승과 물류비 증가, 이로 인한 수출 경쟁력 저하와 현지 수요 감소 등 나비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면서 “오일 쇼크에 준하는 유가 급등이 실현된다면, 근원적 물가 상승을 유발해 원가 부담을 더 가중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