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 1990년대 백화점 전성기를 이끌었던 전통 여성복 브랜드들이 길고 복잡한 수식어를 떼어내는 이른바 '네이밍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올드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젊은 세대를 새로운 고객층으로 끌어안기 위한 체질 개선으로 풀이된다.
대현 핵심 여성복 브랜드인 모조(MOJO)가 선보인 올해 봄·여름 시즌 상품./사진=모조 홈페이지 캡처
3일 업계에 따르면 대현이 전개하는 연 매출 1000억 원대 메가 브랜드 '모조에스핀'은 작년 봄·여름 시즌을 기점으로 브랜드명을 '모조(MOJO)'로 전면 리뉴얼했다. 론칭 이후 오랜 기간 유지해 온 네이밍을 덜어내고, 짧은 영문 로고로 교체하며 대대적인 이미지 변신에 나선 것이다. 모조는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대현 전체 매출의 약 27.2%를 차지하는 핵심 브랜드다.
이름 변경에 따른 체질 개선 성과도 이어졌다. 소비 침체와 둔화한 국내 패션 시장 속에서 전체적인 영업이익은 줄었지만,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졌다. 카카오스타일 패션 플랫폼 '포스티(Posty)'가 발표한 2025년 결산 데이터에 따르면 모조의 지난해 거래액은 2024년 대비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채널의 장기적인 부진 속에서 온라인 중심의 네이밍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밍 다이어트 전략은 모조뿐만이 아니다. 여성복 브랜드 전반에서 장기적으로 관찰되고 있는 흐름으로 분석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구호(KUHO)'를 비롯해 한섬의 '오브제(OBZEE)' 등 대표적인 전통 브랜드들 역시 2010년대부터 순차적으로 폰트를 직관적인 방향으로 재정비하며 체질 개선을 이어왔다.
나아가 시선인터내셔널의 '미샤(MICHAA)' 역시 젊은 타깃을 겨냥해 알파벳만 직관적으로 딴 뉴 컨템포러리 브랜드 '이비엠(E.B.M)'을 론칭하며 젊은층 흡수에 나서고 있다. 이번 모조의 리뉴얼 역시 젊은층을 타깃하기 위한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시선인터내셔널의 여성복 브랜드 미샤(MICHAA)가 배우 송혜교와 함께한 올해 봄 캠페인 화보./사진=시선인터내셔널 제공
시장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브랜드 노후화 탈피와 젊은 층 흡수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분석한다. 패션 소비의 중심축이 오프라인 백화점에서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서도 브랜드의 정체성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로고 플레이가 필수로 떠올랐다.
브랜드명 변경과 함께 상품의 성격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화려한 패턴이나 격식을 차린 이른바 '사모님 정장' 스타일에서 벗어나 소재와 유연한 실루엣에도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를 통해 오피스룩과 일상복의 경계를 허무는 '이지 컨템포러리(Easy Contemporary)'를 향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름을 줄이고 폰트를 바꾸는 것은 단순한 디자인 변경이 아니라 브랜드의 타깃과 유통 채널을 완전히 재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라며 "전통 브랜드들의 과감한 리브랜딩 생존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