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권동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3일 정상회담을 갖고 인공지능(AI), 방위산업 등 총 10건의 약정 및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 정상은 이날 오후 마닐라 말라카냥궁에서 열린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디지털 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해 한국의 디지털 기술과 인프라 수출 기반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양국이 신규원전 사업 및 핵심광물 공급망 관련한 협력을 확대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원전 분야의 실질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필리핀 바탄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 결과 및 '신규 원전 사업 도입 협력 MOU'를 기초로 양국은 최적의 원전 협력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976년 착공한 필리핀 바탄 원전은 이후 건설이 중단됐다. 필리핀 정부는 2022년 만성적인 전력난 해결을 위해 바탄 원전 건설을 재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따라서 한국이 바탄 원전 건설에 핵심적 역할을 맡게 될 경우 동남아 원전 시장 공략의 교두보를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프란시스코 티우 라우렐 필리핀 농업부 장관이 3일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궁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농업 협력에 관한 개정 MOU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3.3./사진=연합뉴스
또 이 대통령은 "한국은 첨단기술을, 필리핀은 풍부한 광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파트너"라며 "이번 '핵심광물 협력 MOU'에 기반해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방산 분야에서는 ‘특정 방산물자 조달을 위한 시행약정’을 개정했다. 수의계약 가능 업체 목록을 확대하고 무기체계 유지·보수 및 후속 군수지원 범위를 포함하도록 협력 범위를 넓혔다. 관련 금융 지원 조항도 구체화했다.
한국과 필리핀의 조선 분야 협력 문제도 논의됐다.
이 대통령은 선박 건조량 기준으로 한국이 세계 2위, 필리핀이 4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양국이 힘을 모으면 공동 성장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양 정상은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에 기초해 양국 간 교역·투자를 더 확대하기로 했다"며 "마르코스 대통령께서 우리 기업의 필리핀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말씀해주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필리핀 인프라 산업에 한국도 동참하겠다고 말씀드렸고, 마르코스 대통령도 환영했다"며 "이와 함께 한국 방산기업이 필리핀 군 현대화 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양국은 디지털 정책을 상호 공유하고 공동 연구, 포럼 개최, 인력 교류 등을 추진해 협력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특히 AI, 차세대 통신 인프라,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구체적 성과 도출을 목표로 했다.
‘기술·디지털·혁신 개발협력 관련 MOU’에는 스타트업과 창업 생태계, AI, 문화 등 우선 협력 분야를 명시했다. 필리핀 내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취지다.
농업 협력 MOU에는 식량안보와 농업 기계화 협력을 추가해 농기계·종자·비료 등 국내 농산업의 아세안 진출 기반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식재산 분야 MOU는 특허·상표·디자인 데이터 교환을 통해 행정 시스템을 공유하고 K-브랜드 보호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외에도 ‘무역·투자·경제협력에 관한 MOU’ 개정, 필리핀 학교 내 외국어 특별 프로그램 운영과 문화협력에 관한 MOU를 신규 체결했으며 경찰협력 MOU는 초국가범죄 대응 강화를 위해 협력 범위를 확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마닐라 말라카냥궁에서 한-필리핀 정상회담 후 열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과의 공동언론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3.3./사진=연합뉴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77년간 쌓아온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협력의 지평을 넓히는 문턱에 서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1949년 수교 이후 양국은 교역과 투자, 방위산업, 인프라 그리고 개발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며 “정상이 지혜를 모으고 국민이 뜻을 함께한다면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글로벌 기술 경쟁이라는 격변의 시대를 헤쳐 나갈 소중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깊은 역사적 유대감과 단단한 우호 관계가 있기 때문에 협력의 미래가 매우 밝다”며 “인공지능과 친환경에너지, 조선, 문화산업 등 양국이 함께 할 미래 유망 분야가 활짝 펼쳐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전쟁 당시 아시아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필리핀이 파병한 점을 언급하며 “한국전쟁에서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필리핀의 젊은 군인들이 파병 와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피 흘리면서 싸웠다”며 “자유와 평화를 위해 함께 싸운 필리핀 참전용사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전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마르코스 대통령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해양 안보와 국방 협력 등 신뢰 기반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며 “FTA와 같은 여러 가지 투자 기회를 통해서 바나나를 수출하는 협력도 이루고 있고 이를 통한 고용 창출도 이루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대규모 인프라 사업 협력이 이어지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공항, 도로, 라구나 호수의 도로 네트워크와 같은 중요 인프라에는 늘 한국의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권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