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이쯤 되면 ‘현상’을 넘어선 ‘점령’이다. K-팝 걸그룹의 악령 퇴치기를 그린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 이하 케데헌)'가 미국 프로듀서협회(PGA) 상까지 거머쥐며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가장 강력한 주인공을 예감케 했다.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된 제37회 PGA 시상식에서 '케데헌'을 제작한 미셸 웡(Michelle Wong)이 최우수 극장용 애니메이션 프로듀서상을 수상했다. PGA 시상식은 투표인단이 아카데미 회원 구성과 상당 부분 겹쳐 ‘오스카 향방을 가늠하는 가장 정확한 척도’로 불린다.
현지 매체 버라이어티(Variety)는 “PGA의 선택은 곧 오스카의 선택이었다는 전례를 비추어 볼 때, '케데헌'의 장편 애니메이션상 수상은 사실상 확정적인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이번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극장용 영화 프로듀서상은 애덤 솜너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가, TV 드라마와 코미디 부문은 각각 '더 피트'와 '더 스튜디오'가 차지하며 각 장르의 강세를 증명했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미국 PGA상까지 거머쥐며 오스카를 향해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사진=넷플리스 제공
'케데헌'의 행보는 기록의 연속이다. 지난 1월 골든글로브 2관왕(애니메이션상·주제가상)에 이어, 지난달 열린 제68회 그래미 어워즈에서는 K-팝 IP 기반 작품으로는 최초로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음악적 완성도까지 입증했다.
작품은 악령 사냥꾼으로 활동하는 걸그룹 ‘헌트릭스’와 영혼을 노리는 악령 보이그룹 ‘사자보이즈’의 대결을 화려한 미장센과 중독성 강한 비트로 그려냈다. 특히 실제 K-팝 제작 시스템을 모티프로 한 치밀한 세계관은 글로벌 팬덤을 열광시키며 넷플릭스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제 모든 시선은 이달 15일 열리는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으로 향한다. '케데헌'은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는 물론, 극 중 삽입곡 ‘골든(Golden)’으로 주제가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린 상태다.
문화평론가들은 “디즈니와 픽사가 주도하던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K-콘텐츠의 색채를 입은 넷플릭스 작품이 이토록 압도적인 성과를 거둔 것은 이례적”이라며, “K-팝의 시각적·청각적 에너지가 영화적 완성도와 결합했을 때 발생하는 폭발력을 전 세계가 확인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과연 ‘헌트릭스'가 무대 위에서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K-컬처의 새로운 정점을 찍을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