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배우 고아성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파반느’를 통해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가장 뜨겁고도 눈부신 정점을 찍었다.
데뷔 이후 수많은 장르를 섭렵해온 그였지만, 정통 멜로의 전면에서 극 전체를 이끄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스크린 속 고아성은 마치 수십 번의 사랑을 겪어본 베테랑 멜로 배우처럼 능숙하고 깊이 있는 호흡으로 관객들을 사랑의 한복판으로 초대했다.
‘파반느’는 박민규 작가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세상의 잣대에서 비껴난 이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보듬는 과정을 그린다. 고아성은 이 영화에서 스스로를 ‘예쁘지 않다’고 믿으며 세상으로부터 숨어 지내는 주인공 역을 맡았다.
'파반느'에서 난생 첫 멜로 연기를 펼친 고아성이 호평받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흔히 상업 영화의 멜로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남선녀의 로맨스’라는 전형성을 따르는 것과 달리, 고아성은 우리 곁에 존재하는 가장 평범하고도 아픈 삶의 결을 연기로 승화시키며 멜로의 지평을 넓혔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고아성이 보여준 ‘리더십’이다. 멜로 장르에서 여성 캐릭터는 종종 남성의 사랑을 받는 수동적인 위치에 머물곤 하지만, 고아성은 달랐다. 그는 상대 배우와의 호흡에서 극의 텐션을 쥐락펴락하며 서사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첫 멜로 연기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상대 배우의 감정선을 끌어내고 이를 자신의 연기로 받아내는 과정은 영리하고도 묵직했다. 특히 눈빛 하나만으로 설렘과 상처, 그리고 재회의 떨림을 모두 담아내는 그의 표정 연기는 영화 전반의 몰입도를 단단히 지탱하는 핵심 동력이었다.
실제 영화를 접한 관객들의 반응 역시 뜨겁다. 각종 영화 커뮤니티와 SNS에는 고아성의 연기 변신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한 관객은 “기존 멜로 영화의 여주인공들이 보여주던 가녀린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다. 고아성이 뿜어내는 단단한 내면이 오히려 상대역을 품어주는 느낌이라 더 뭉클했다”는 평을 남겼다. 또 다른 관객은 “화려한 미인형 멜로가 아니라,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인물의 사랑을 고아성 특유의 진정성 있는 눈빛으로 그려내어 훨씬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며 고아성이 완성한 새로운 멜로 상에 지지를 보냈다. “고아성이 아니었다면 이토록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온도를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극찬도 적지 않다.
고아성의 연기는 멜로 또한 우리 삶 속에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사진=넷플릭스 제공
고아성의 이러한 성취는 그가 걸어온 지난 연기 인생을 복기해보면 더욱 흥미롭다. 영화 ‘괴물’의 어린 소녀로 강렬하게 등장했던 그는 ‘설국열차’의 요나, ‘항거: 유관순 이야기’의 열사,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당찬 직장인까지 늘 시대의 아픔이나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캐릭터를 변주해왔다. 장르물과 사회 드라마에서 강점을 보였던 그가 이번 ‘파반느’를 통해 감정의 극한을 다루는 멜로까지 완벽히 소화해내며, 자신이 한계를 규정할 수 없는 ‘거목’으로 성장했음을 증명한 셈이다.
결국 ‘파반느’는 고아성이라는 배우의 넓이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무대였다. 단단한 자의식과 유연한 감성 수용체를 동시에 지닌 이 배우가 장르를 넘나들며 보여줄 다음 행보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멜로라는 낯선 땅에서도 기어이 자신의 깃발을 꽂아버린 고아성. 그는 이제 ‘잘하는 배우’를 넘어,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믿고 싶을 때 가장 먼저 찾게 될 ‘큰 배우’의 길로 접어들었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