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위기를 타개하고 고부가·친환경으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시장이 원하는 소재를 미리 파악해 개발하는 '수요 맞춤형 연구개발(R&D)'에 나선다. 정부는 민간의 이러한 자구 노력이 확인되면 대규모 예산을 지원해 구조개편의 지렛대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산업통상부는 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화학산업 혁신 얼라이언스 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가동을 선언했다. 이 자리에는 석유화학기업을 비롯해 화학산업 생태계 전반의 중소·중견기업, 수요기업, 연구소 관계자 1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총회는 구조개편을 추진 중인 석유화학 산업의 고부가 전환 지원을 위해 작년 말 발표한 'K-화학 차세대 기술혁신 로드맵 2030' 이행을 담당하는 얼라이언스의 운영을 본격화하고자 마련됐다. 얼라이언스는 단순한 정보 교류를 넘어 원료-소재-응용으로 이어지는 화학산업 전 주기 생태계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 대형 석유화학사가 고부가 원료를 공급하면 소재 및 응용 분야의 중소·중견 기업들이 이를 활용해 고부가가치 완제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석유화학 대기업은 수익성이 낮은 범용 사업 비중을 줄이는 구조개편을 가속화하고, 중소·중견 기업은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HD현대중공업 등 소재를 사용하는 수요 기업들은 각자의 R&D 투자 방향을 선제적으로 공개했다.
그간 화학 기업들은 시장 수요를 정확히 모른 채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실패하는 리스크가 컸다. 하지만 이번 얼라이언스 가동을 통해 수요 기업 요구가 기획 단계부터 반영됨으로써 기술 개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수요 맞춤형 기술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플래그십 프로젝트'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다.
정부는 이번 혁신 프로젝트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할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지원 방식은 철저히 ‘조건부’다. 송현주 산업공급망정책관은 "석유화학 기업들이 치열한 자구노력을 통해 신속하게 구조개편에 나선다면 정부 역시 대규모 R&D로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범용 제품 설비 감축이나 사업 매각 등 뼈를 깎는 혁신을 보여주는 기업에 예산을 우선 배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는 민간의 이러한 움직임에 맞춰 △고부가 화학소재 및 AX(AI 전환)·DX(디지털 전환)를 지원하는 'K-화학산업 대전환 혁신 기술개발사업' △온실가스 감축 공정 혁신을 돕는 '산업 GX(그린 전환) 플러스 사업' 등 K-화학 차세대 기술혁신 로드맵 2030을 뒷받침할 대형 R&D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송현주 산업공급망정책관은 "작년 출범식이 화학산업 혁신의 목표를 선포하는 자리였다면, 오늘은 실행 첫발을 떼는 자리"라며 "얼라이언스를 통해 기획된 플래그십 프로젝트가 우리 화학산업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