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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65억 박스 시대의 역설…CJ·한진·롯데, 포트폴리오 재편 나선다

2026-03-04 15:28 | 이용현 기자 | hiyori0824@mediapen.com
[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내 택배 시장이 물량이 늘어나도 수익성 확보에는 난항을 겪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 대형 이커머스 중심의 연간 단가 계약이 보편화되면서 운임 인상 여지가 제한적인 데다 자체 배송망을 갖춘 플랫폼이 늘어나며 택배사 협상력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한진 리더호./사진=(주)한진 제공


3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택배 시장 점유율 상승으로 기존 물류기업들의 택배 사업 수익성이 저조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의 택배 단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택배 3사는 물동량 확보를 위해 서비스 차별화, 단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국내 택배 물동량은 전년 대비 약 10% 증가한 65억 박스로 집계됐지만 증가분 상당 부분이 쿠팡 물량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시기 확충된 설비의 가동률을 유지하기 위해 단가 프로모션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결국 물량은 늘어도 판가는 오르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수익성 압박 속에 대형 물류사들은 방산·에너지·초중량물 등 고부가 전략물류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가격 경쟁이 불가피한 일반 택배와 달리, 특수물류는 기술력·인증·글로벌 네트워크 등 진입장벽이 높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마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CJ대한통운은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제작한 훈련용 전투기 T-50i 2대를 인도네시아로 운송하며 방산 E2E 역량을 재확인했다. 약 30톤 규모 기체를 분해해 국내 내륙 운송부터 항공 수송, 현지 통관·재조립까지 일괄 수행한 사례로, 복수 국가 영공 통과 승인과 정밀 하중 계산이 요구되는 고난도 프로젝트다.

한진은 에너지 공급망에 방점을 찍고 있다. 최근 리튬배터리 항공운송 품질인증(CEIV Lithium)을 확보하며 위험물 항공운송 관리 체계를 구축했고, 1800톤 규모 리튬염 제조설비 모듈 운송을 통해 대형 배터리 설비 물류 수행 능력을 입증했다. 여기에 방사성 폐기물 전용선과 중량물 전용선을 기반으로 LNG·풍력 설비 운송까지 영역을 넓히며 에너지 특수물류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역시 초중량 플랜트 운송 경험을 토대로 항공 특수화물 인증을 잇달아 확보했다. 인도네시아 정유공장 프로젝트에서 3400톤 규모 설비를 운송한 데 이어, 2023년 리튬배터리, 2024년 의약품 항공운송 인증을 취득하며 고위험·고부가 화물 대응 역량을 강화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인증 확보 후 지속적으로 리튬배터리 등 고부가 운송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라며 “EPC(특수중량화물) 물류, 전시물류 등 다양한 물류 서비스 역시 병행 중이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사업 다각화가 아닌 ‘수익 구조 전환’ 전략으로 보고 있다. 일반 택배가 대형 이커머스 중심의 연간 단가 계약과 물량 확보 경쟁에 좌우되는 구조라면, 방산·이차전지·의약품·초중량 플랜트 물류는 프로젝트 단위로 계약이 체결되고 안전 인증, 특수 장비, 글로벌 네트워크 등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사업은 단건 계약 규모가 크고 부가 서비스(통관, 보험, 현지 재조립, 기술 지원 등)가 결합되면서 평균 마진율이 일반 택배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변동에 따른 소비 둔화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B2C 택배와 달리 정부·공공·대형 제조 프로젝트와 연계된 B2B 물류라는 점도 수익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항공 운송이 수반되는 위험물이나 전략물자는 국제 인증과 운송 경험이 가격 협상력으로 직결된다”며 “단순 운임 인하 경쟁이 아닌 ‘수행 가능 여부’ 자체가 경쟁력이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AI 산업 확산과 글로벌 에너지 전환으로 전략물자의 국제 이동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며 “단순 택배 물량 경쟁에서 벗어나 프로젝트 단위의 특수물류 역량을 강화하는 기업이 중장기 성장 기반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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