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여야 정치권이 ‘안철수 역풍’을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최측근인 최재성 총무본부장이 17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문재인 대표의 인적쇄신 어깨를 가볍게 했다. 문재인 대표와 각을 세워 오던 ‘호남의 맹주’ 박지원 의원은 여전히 탈당과 잔류를 놓고 저울질 중이다.
반면 여당인 새누리당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이 야권의 분열로 어부지리 효과를 기대했지만 상황은 약보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로 바뀌고 있다. 17일 새누리당 친박계인 홍문종 의원은 불교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현상’에 대해 좀 더 면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정치염증과 혐오를 느끼는 사람들이 충분히(여당에서 안철수 신당으로) 갈아 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했다.
안철수 의원이 중도노선의 신당을 창당할 경우 양당 체제에서 선택의 폭이 여의치 않았던 상당수 유권자들이 ‘안철수 신당’으로 결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산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도 이 같은 내용의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16일 김무성 대표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연구소뿐만 아니라 가종 여론조사에서도 ‘안철수 신당’이 등장할 경우 중도층 흡수 폭이 상상외로 파괴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신당은 양당 구도 때 새누리당이 보유했던 지지율에서 5~10%를, 새정치연합에서 2~3%를, 부동층에서 10% 정도를 흡수할 것으로 분석됐다. 양당 구도 때 40%에 육박했던 부동층이 3당 구도에서는 30% 밑으로 떨어졌고 새누리당 지지율도 40% 초반에서 30% 중반으로 내려앉았다.
새누리당 비박계 정병국 의원도 17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안철수 신당이 생김으로써 소위 말하는 합리적 보수나 중도층이 이탈할 수 잇는 발판이 마련됐다”며 “우리 야당에 엄청난 경고”라고 경계했다.
▲ 여야 정치권이 ‘안철수 역풍’을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최측근인 최재성 총무본부장이 17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문재인 대표의 인적쇄신 어깨를 가볍게 했다. 문재인 대표와 각을 세워 오던 ‘호남의 맹주’ 박지원 의원은 여전히 탈당과 잔류를 놓고 저울질 중이다./사진=연합뉴스 |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총선기획단과 관련 “다음 주 초까지는 선거기구를 구성한다”며 “일부 인선작업만 남은 단계”라고 밝혔다. 전날부터 인터넷을 통한 당원 모집에 나선 새정치민주연합은 문재인 대표와 친노세력이 대거 몰릴 것으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직접 1만 번째 가입 당원에게 점심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17일 문병호·유성엽·황주홍 의원이 탈당하면서 탈당 도미노가 현실화 될 것이란 관측이다. 탈당관망파의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다. 비주류 대다수가 잔류를 선언하며 관망세로 돌아서 당내에서 여전히 문재인 대표의 사퇴와 비상태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당장 탈당보다 당내에서 ‘반문 정서’ 확대로 세력 확장을 꾀하는 동시 막판에 집단 탈당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다.
탈당의 불씨가 꺼진 것이 아니라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휴화산인 것이다. 비주류 대부분도 당내 투쟁으로 문재인 대표의 세를 약화 시킨 후 결국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합집산을 하든 각자도생의 길을 택하든지 할 것이란 전망이다. 때문에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주류는 여전히 좌불안석이다.
문 대표와 시시각각으로 각을 세웠던 ‘호남의 맹주’ 박지원 의원의 거취도 관심이다. 적잖은 의원들의 정치적 행보가 박지원 의원의 탈당이냐 잔류냐에 따라 결정될 수도 있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까지도 “원점부터 다시 고민하겠다”는 원론적인 말로 탈당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탈당으로 인한 안철수발 바람이 서서히 정치권에 불고 있는 것이다. 여도 야도 ‘찻잔속의 태풍’이길 바라고 있다. 그만큼 제 발 저린 게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