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목소리' 20대 인지도 낮아, 보이스피싱 피해 노출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취업준비생은 김모씨(여, 28)은 취업을 위해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렸다. 김 씨에게 한통의 전화가 왔다. 월급 90~100만원으로 재택 아르바이트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금융기관 외주업체의 권유였다. 당장 취업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 아르바이트를 하기를 결심한 김 씨, 업체에서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후 며칠 간 회원정보 편집 일을 했다. 김씨는 제대로 된 아르바이트라며 안심했다. 어느 날 회사 직원을 가장해 본인 인증이 필요하다며 보안카드 번호를 요구해 순순히 알려줬다. 하지만 보이스피싱의 마수에 걸려든 순간이었다.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김씨의 명의의 휴대전화 유심(USIM) 개통 후 이미 확보해 둔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모바일 현금카드를 발급받고 인터넷으로 대부업체에 피해자 명의의 대출을 신청한 후 대출금을 가로챘다. 이 사기범들에게 피해를 본 사람이 김 씨 뿐만이 아니었다. 54명의 여성들의 평균 나이는 29.8세. 구직생활에 보탬이 되기 위해 선뜻 아르바이트에 뛰어든 이들은 사기범들의 피해자가 됐다.
올 한해 그 놈(보이스피싱)과의 전쟁이 계속됐다. 나날이 지능화되는 그놈들의 수법에 한 순간의 방심으로 피해는 계속됐다. '그놈의 목소리'가 궁금했던 차에 금융당국이 공개하면서 그놈들의 수법과 대응법을 알수 있어 피해예방에 첨병이 됐다.
▲그놈목소리 UCC 사례./금융감독원 |
20대나 30대 여성 등 젊은 층의 주머니를 터는 대담함에 속수무책일 뿐이다. 노년층의 그놈 피해는 수긍이 간다. 자식 일이라서, 검찰이라서, 범죄에 연루됐다는 강압적인 그놈들의 영악함에 속을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신문물을 기꺼이 받아드리고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젊은이들의 그놈들의 피해는 쉽게 이해가지 않는다.
'그놈의 목소리'만 들었어도 젊은이들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금감원은 총 여섯차례에 걸쳐 217건의 그놈의 목소리를 공개했다. 그놈의 목소리는 보이스피싱의 실제 사기범의 목소리를 말한다. 금감원과 경찰청은 '보이스피싱 지킴이' 사이트 내 체험관을 오픈해 국민들이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실제 목소리와 피해예방 동영상 등을 체험케 하여 금융사기에 대한 피해예방 의식을 높이도록 했다.
그놈 목소리 공개 이후 금융사기 순피해액이 전년동기 3분의 1수준까지 감소하며 연간 2300억원의 피해에방 효과를 봤다.
그놈들은 숙련된 여자수사관을 사칭해 전문용어 등을 섞어가며 고압적인 말투를 사용하거나 심리적 압박을 가하면서 금융정보 탈취 시도를 보였다. 그놈 목소리 공개를 통해 검찰을 사칭한 사기수법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검찰 수사관 000다" 라고 소개 △"혹시 00출신의 42세 남성 '000'를 아느냐?"라고 질문 △"본인이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조사하기 위해 전화했다", "본인의 사건과 관련해 고소·고발된 상황이다" 등의 형사사건 연루 심리적 압박 △본인의 주거래 금융회사 정보 질문 등이다.
그놈 목소리 공개로 인해 사례를 확인하고 보이스피싱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갤럽의 조사를 보면 국민들 중 44.4%가 그놈 목소리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TV나 라디오, 신문 등에서 적극적으로 보도해 많은 국민들이 보이스피싱 살제 사례를 체험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하지만 20대에서 그놈 목소리의 인지도가 19.7%에 불과했다. 금감원도 20대를 위한 맞춤형 홍보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그간 그놈 목소리 자체를 신문이나 방송 뉴스 등에 전파를 많이 탔는데 젊은 층이 뉴스를 잘 접하지 않았나 싶다"며 "나이 드신분들은 보이스피싱 관련 피해나 예방관련해 주변과 자주 상의하고 있지만 젊은 층은 서로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지 않는 속성과 구조가 약하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나가는 20대 젊은이들을 붙잡고 '그놈 목소리'를 접한 적이 있는지 물어보니 "처음듣는다", "그게 뭐냐", "보이스피싱에 안 걸릴 자신이 있다" 등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와는 상관없다 20대들을 상대로 그놈들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사기 함정을 만들어 놓는다. 최근 젊은이들의 구직난을 이용해 취업이나 생활비, 유흥비가 필요한 점을 이용한 대출 사기의 덫은 "꼼짝마라"다.
김용실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 팀장은 "최근 20대가 보이스피싱에 당하는 사례를 보면 대부분 대출 사기나 취업빙자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라며 "20대의 경우 사회경험이 적고 취업이나 경제기반이 부족하다보니 현실적인 여건에 부딪힌 사기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자칫 잘못된 판단이 범죄자로 전락되는 경우도 발생된다. 여성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이용해 이벤트행사임을 강조하며 통장 임대시 현금을 주겠다며 피해자를 유도하기도 한다.
김 팀장은 "어떠한 경우라도 통장을 남에게 넘기는 것은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며 "꼭 한번이라도 보이스피싱 지킴이 내 체험관을 방문해 실제 사기범의 목소리를 듣고 사기전화에 반사적으로 노(NO)라고 외칠 수 있도록 경계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며 간곡히 당부했다.
금감원은 금융권과 협력해 그놈 목소리를 소재로 한 보이스피싱 예방교육 동영상을 제작하여 전국 고등학교(2,300개) 및 대학교(470개), 여성단체(740개) 등에 전달하고, 군장병 대상 예방교육을 강화하는 등 20대를 위한 다양한 홍보대책을 마련하여 추진 중이다.
보이스피싱 피해예방과 구제를 위한 전용 홈페이지인 보이스피싱 지킴이를 찾으려면 홈페이지 주소(phishing-keeper.fss.or.kr)나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보이스피싱 지킴이'를 입력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