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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2007' 문재인 버린 김한길…박지원·동교동 안철수 품?

2016-01-03 13:42 | 문상진 기자 | mediapen@mediapen.com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어게인(Again) 2007.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김한길 의원이 양당정치의 ‘창조적 파괴’를 주창하며 3일 더민주를 탈당했다. 김한길 의원은 이날 국회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표의 친노 패권주의가 안철수 의원 몰아냈다”며 안철수 신당에 합류할 뜻을 시사했다. 정치권에서는 김한길발 야권 재편의 항해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더민주 분당사태도 이번 주가 최대 분수령이 됐다.

김한길 의원은 이날 탈당의 변에서 “정치권에 창조적 파괴를 통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며 “이제 백지 위에 새로운 정치지도를 그려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의 말은 2007년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고 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김한길 의원은 가까운 의원들을 이끌고 열린우리당을 집단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여권(현 야권)을 헤쳐 모이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김한길 의원이 그리는 새로운 정치지도는 총선과 대선에서 안철수 신당을 중심으로 야권의 ‘헤쳐 모여’를 통해 총선과 대선을 치루겠다는 속셈이다.

김한길 의원은 2014년 3월 민주당의 대표시절 안철수 새정치연합과 통합을 한 이유를 “안철수 의원이 추구하는 '변화'에 공감했기 때문”이라며 “통합을 의논할 당시, 안철수 의원은 민주당의 패권세력에게 자신의 꿈이 좌절당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던 게 사실”이라고 밝혀 그 동안의 갈등과 내분을 짐작케 했다. 더불어 통합 당시에도 문재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노패권주의를 경계했음을 시사했다.

김한길 의원의 탈당으로 더민주 분당은 현실화 됐다. 박지원 의원을 중심으로 한 세력과 동교동계의 이탈도 예고된 상황이다. 이날 김한길 의원의 탈당으로 더민주 탈당 의원은 모두 9명으로 늘었다. 더민주 의석수는 안철수 의원 탈당 전 127석에서 118석으로 감소했다.

   
▲ 어게인(Again) 2007.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김한길 의원이 양당정치의 ‘창조적 파괴’를 주창하며 3일 더민주를 탈당했다./사진=SBS 캡쳐
정치권에서는 김한길 의원의 탈당으로 분당은 정해진 길이라고 보고 있다. 광주·전남에 머물던 '탈당 전선'이 서울 등 수도권으로 북상하고, 재경 호남 표심에 영향을 주는 권노갑 고문 등 동교동계도 탈당과 박지원계의 탈당이 현실화 되면 수도권 중도파 의원들도 크게 흔들릴 것으로 전망했다.

광주의 박혜자·장병완 의원, 전남의 주승용 의원의 이외 '중도 관망파'인 박영선·이종걸·민병두·노웅래·최원식·김관영·변재일 의원까지 탈당에 합류하면 탈당 의원들은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명을 넘게 된다. 박지원 의원도 “문재인 대표의 결단을 기대하기 어려워 현재 루비콘 강가에 와 있다”며 탈당 시기만을 조율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이 탈당하면 김영록·이윤석 의원 등의 동반 탈당이 예상된다. 

탈당 의원 중 다수는 안철수 신당으로 갈 계획이지만, 일부는 새정치연합 비노, 천정배 신당, 박주선 신당, 박준영 신당 등과 '반문재인 연대'를 통해 야권 통합을 도모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 야권의 재개편이 이루어질 경우 안철수 신당 효과에 대해서는 변수가 많을 것이란 조심스런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반짝 효과로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선명한 지지층이 없는 제 3지대 유권자은 ‘새 정치를 향한 기대’와 ‘무기력한 기존 정치권에 대한 염증’에서 대안을 찾고 있다. 안철수 역시 기존 정치에 싫증을 느끼는 제3지대 유권자의 기대를 먹으면서 성장했으나 결국 기존 정치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신당의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3가지 변수를 거론하고 있다.

첫째는 원내세력 확보다. 안철수 신당이 공식 창당 대회를 가질 때까지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현역 의원 20명)을 어느 정도 넘길 수 있느냐가 안철수 신당 성패 여부를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원내교섭단체가 구성되면 일단 선관위로부터 수십억원의 정치자금을 지원받는 것은 물론 재기 동력까지 확보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안철수 신당이 안정적이 되려면 최소 30~40석은 확보해야 더민주와 겨뤄볼만 하다는 주장도 있다. 역으로 조기에 현역 의원을 신당에 참여시키지 못할 경우 안철수 신당은 지지율 추락과 함께 찻잔속 태풍으로 그칠 것이란 지적이다.

둘째는 지역 기반 확보다. 더민주가 분당 사태로 치닫게 된 원인은 호남민심이다. 따라서 호남에서 우위를 지켜내는 게 중요하다. 현재는 호남에서 안철수 신당이 더민주보다 앞서 달리고 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호남 민심의 저울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안철수 신당은 다양한 신당 추진 세력과 통합이 필수다. 안철수 신당, 천정배 신당, 박주선 신당, 박준영 신당 등 여러 갈래의 신당 세력이 힘을 모아야만 명분과 세를 확보할 수 있다.

셋째는 새 정치의 구체적 비전이다. 제 3지대 유권자들은 기존 정치에 좌절하고 그 대안을 찾으려 한다. 이를 지지층으로 끌어 들이기 위해서는 새정치의 구체적 비전과 함께 기존 정당과의 차별화다. 안철수 신당이 성공하려면 기존 정당과의 노선 차별화를 분명히 하면서 새 정치와 경제 회생을 위해 실현 가능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와 함께 안철수 의원과 문재인 대표가 경쟁을 벌이고 새 정치를 실현할 참신한 인물 영입도 중요한 변수다.

이런 변수를 충족시킬 때만 안철수 신당이 성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벌써부터 ‘안철수의 생각’에 의아심을 보내는 시선이 많다. ‘새정치’를 내세우고 있지만 선명한 새정치에 대한 비전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외교든 경제든 안철수만의 색깔이 없다는 것이다. 노선도 불분명하다. 여기에 김대중 전 대총령이나 김영삼 전 대통령이 가졌던 세력도 없다. 결국 안철수 신당이 성공하려면 새정치에 대한 비전과 선명한 노선, 경제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는 소신만으로 할 수 없다.

더욱이 이번 탈당을 놓고 ‘배신의 아이콘’이라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따라서 안철수의 새로운 시험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공천싸움이나 당권 싸움에 밀려 짐을 쌌다는 역풍을 맞게 된다면 헤어날 수 없는 정치생명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 지금이라도 안철수의 생각을 제대로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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