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새누리당에서 험지 출마를 요구받아오던 안대희 전 대법관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7일 오전과 오후에 각각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3총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안 전 대법관은 서울 마포갑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해 당에서 공천을 받으면 현재 재선으로 서울 마포갑 지역의원인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과 맞붙는다.
오 전 시장은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했으므로 종로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새누리당 박진 전 의원과 공천 경쟁부터 벌이게 됐다.
두 사람의 출마 지역구는 새누리당에서 이른 바 ‘험지론’이 등장하면서 주목받아왔다. 김무성 대표가 두 사람을 각각 따로 만나 특별히 험지에 출마해줄 것을 설득한 일도 있다. 결과적으로 안 전 대법관은 당초 부산 해운대구 출마 결심을 바꿔 김무성 식 험지 차출의 첫 사례가 됐다. 상대적으로 수도권에서 약세를 보여온 새누리당으로서는 수도권이 ‘험지’로 분류된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대검찰청 중수부장 출신으로 2002년 16대 대통령선거 불법자금 수사를 지휘하면서 ‘국민검사’로 불릴 만큼 대중적 인지도가 큰 인물이다. 2014년 4월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전관예우 논란으로 청문회가 열리기 전 사퇴한 일도 있다.
김 대표의 험지 출마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안 전 대법관은 수도권에서 본인이 출마할 지역을 스스로 선택하기로 했다. 험지론의 취지 자체가 명망가나 인지도,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는 후보가 중량감 있는 상대와 맞붙도록 하는 것인 만큼 안 전 대법관이 선택해야 할 험지로 서울 광진, 동작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이럴 경우 더불어민주당의 전병헌(동작갑), 추미애(광진을) 의원이나 안철수 신당의 김한길(광진갑)과 대결을 펼쳐야 했다.
안 전 대법관이 최종 마포갑을 선택하면서 야당에서도 거물로 꼽히는 이들과의 대결은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서울 마포갑은 안 전 대법관의 모교인 숭문중학교가 있는 지역이어서 가장 유력하게꼽혀왔다.
안 전 대법관은 이 지역에서 같은 당 강승규 전 의원과 경선을 치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 전 대법관은 경선과 관련해 당 지도부에 불만을 드러낸 일이 있다. 지난 15일 부산지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려운 곳에 출마하라는 당의 요청을 따르는 사람에게는 당에서 주변을 정리해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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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박진 전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에서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오세훈 전 시장은 종로에 출마하겠다고 밝혔고 박진 전 의원은 이를 강도높게 비난했다./사진=연합뉴스 | ||
여권의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011년 무상복지 논쟁의 여파로 시장직을 사퇴하고 약 4년간 해외연수와 자문활동 등을 해오던 중 지난해 4.30재보선을 계기로 정계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오 전 서울시장이 출마를 선언한 종로는 ‘정치 1번지’로 불릴 정도로 정치적 상징성이 큰 지역구지만, 새누리당은 19대 총선과 서울시장 보궐선거, 18대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등 최근 4차례 선거에서 연거푸 패배했다.
종로는 또 이 지역에서만 3선을 지낸 같은 당의 박진 전 의원이 예비후보로 등록돼 있는데다 정인봉 전 의원도 예비후보로 등록할 예정이어서 오 전 시장은 이들과 우선 공천전쟁부터 치러야 한다.
종로에서만 16·17·18대 내리 3선을 했던 박 전 의원은 텃밭에서 정치적 재기를 노려왔고, 서울시장 출신으로 상징적인 지역의 당선을 통해 차기 대권후보로서 입지를 다지려는 오 전 시장 역시 일찌감치 종로를 출마 지역으로 낙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의원과 오 전 시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만나 내년 총선의 종로 출마에 대해 담판을 벌여왔으나, 지난해 11월 초 만남에서 ‘합의 조정’이 최종 결렬됐다.
오 전 시장이 종로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자 김무성 대표가 다른 지역 출마를 권유한 바 있고, 오 전 시장도 “고심해보겠다”고 답했으나 결국 “종로도 험지”라며 이 지역 출마를 최종 결정했다. 오 전 시장의 맞상대는 야권의 핵심 중진인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므로 혈투가 예상되는 것이 사실이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출마선언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른바 ‘험지 출마’ 요청을 받고 지난 한달여간 개인적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뇌의 시간을 보냈다”며 “그러나 정작 ‘험지’가 어디인지도 결정되지 않은 채 종로의 유권자들을 찾아뵙는 것도 송구스럽고, 더 이상 결정을 미루는 것은 서울의 다른 지역에서 열심히 뛰고 계시는 우리당 예비후보들에게도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4월 정치 재개를 밝히면서 당의 총선 승리에 기여하겠다, 쉬운 지역에 가지 않겠다, 상징적인 곳에서 출마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했고 이 세 가지 원칙에 부합하는 곳이 바로 종로”라고 강조했다.
오 전 시장은 “선거의 유불리만 따진다면 저에게도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수도권과, 나아가 전국 선거 판세를 견인하는 종로에서 반드시 승리해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승리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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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누리당 지도부로부터 20대 총선 '험지 출마'를 요구 받아온 안대희 전 대법관이 17일 여의도 당사에서 20대 총선 출마지역 발표 기자회견을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맨 오른쪽은 마포갑 새누리당 강승규 당협위원장./사진=연합뉴스 | ||
안대희 전 대법관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부산의 중학생 안대희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준 지역이다. 마포가 내 인생의 디딤발이 됐다”면서 “국민의 신뢰를 철칙으로 삼아 국가와 국민을 위한 진짜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안 전 대법관은 “그동안 공정한 법 적용을 위해 용기 있게 선봉에 섰다. 새로운 변화와 질서를 만들어 내 흘린 땀의 무게와 지갑의 두께가 같아지도록 하겠다”면서 “사회적 권력 남용을 바로잡기 위해 중재자의 역할을 한 32년의 경험을 펼쳐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돕겠다”고 말했다.
안 전 대법관은 “국민과 함께 가는 따뜻한 정치, 국민 마음에 공감하는 정치를 하겠다”면서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신뢰를 지키는 용기있는 정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안 전 대법관이 출마선언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던 중 현재 마포갑 새누리당 당협위원장이자 이 지역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강승규 전 새누리당 의원이 그의 지지자 20여명과 함께 찾아와 안 전 대법관을 향해 고성을 지르는 등 강하게 항의했다.
안 전 대법관이 마포갑 출마 결정 배경에 대해 “당을 위해서, 당이 원하는 대로 (결정했다)”고 답하자 강 전 의원은 “당이 누구입니까, 의견을 들었습니까”라고 반발했다. 이어 옆에 있던 강 전 의원의 지지자들이 “정말 창피한 일”이라고 고함을 지르며 가세했다.
강 전 의원은 “(100% 국민경선 특혜가 아니라) 국민7, 당원3이라는 경선 비율을 엄격히 규정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안 전 대법관이 영입인사 혹은 험지출마자로 분류돼 ‘100% 여론조사(국민경선)’의 적용 대상이 될 경우 상대적으로 일반인 인지도에서 밀리는 강 전 의원이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