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대식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
우리의 경우 대표적인 것이 농수산물이고 일부 대외 경쟁력이 취약한 부품소재 업종이 종종 거론된다.
칠레와의 협상에서는 포도 등 과일류가 대표적인 취약 품목으로 부각되었고 노르웨이를 포함한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의 협상 때에는 수산물이 취약품목으로 거론되었다. 당시 개방에 반대하는 측에선 해당 품목에 대해 수입이 허용되면 수년 만에 국내 포도농가는 다 망한다고 했다. 그리고 정부와 국회는 국내 관련 농가가 파산할 것에 대비해 상당액의 지원금을 예산에 책정했다. 그러나 실제 지원금이 집행된 사례는 별로 없었다. 개방 반대론자의 기대와는 달리 개방 이후에 파산한 포도농가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포도주만 해도 칠레 포도주가 들어오면 국내 주류 시장의 판도가 바뀔 것으로 예상했었다. 개방이후 칠레산 포도주 소비도 늘었지만 알코올 도수가 낮은 막걸리 소비가 늘어나 막걸리가 한류의 대표 상품이 되었다. 외국산 포도주에 대한 개방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대체재 시장을 키워 준 것이다. 물론 막걸리 생산자들도 외국산 포도주에 경쟁할 만한 제품을 내기 위해 개발에 고생했다.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후 결과에서 보듯이 개방은 기존 산업 생태계를 흔들어 놓지만 기존 생산자들도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 이 과정에서 국내 생산자들은 외국 제품에 비해 수준 높은 제품을 보다 싼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경쟁해야 하고 과거 독과점적인 국내 시장에서 푸대접을 받아야 했던 소비자들은 같은 가격에 질 높은 상품을 살 수 있게 된다. 소위 소비자 후생이 높아지게 된다는 것인데 이렇듯 개방정책은 적절하게만 활용하면 생산자의 경쟁력과 소비자의 후생을 동시에 높힐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제조업에 대한 개방도 마찬가지다. 보통의 개방논쟁에선 국내 생산자의 입장만 강조되지만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완제품을 생산하기도 하지만 완제품을 만들기 위해 상당 부분의 부품을 외국에서 수입하기도 한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국내 판매부서는 개방에 반대할 수 있지만 관세인하로 보다 싼 가격에 부품을 납품받아 생산코스트를 낮추어야 하는 부서는 대환영이다.
결국 개방으로 인해 잃는 것도 있지만 얻는 것도 적지 않다는 말이다. 그리고 개방은 기존의 산업구조를 유지해야 하는가 아니면 다소 불확실하지만 미래지향적 산업구조를 지향해야 하는가하는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 우리 경제도 한 단계 발전하려면 내수를 키우고 이를 위해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 이제 우리도 수출, 제조업, 생산자위주의 사고에서 수입, 서비스업, 그리고 소비자를 위한다는 발상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