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형구 전박사의 독서경영연구소장 |
저자 : 박경석 출판사 : 책으로 여는 세상
“스물넷에 장애인이 된 한 남자와 그가 사랑한 노들야학의 뜨거운 희망 메시지”라는 부제가 있는 이 책은 해병대에서 낙하산 타는 것을 유난히 좋아하던 저자가 제대 후 행글라이더를 타고 하늘 날기를 즐기다 추락해 장애인이 된 이후의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고 후 자살 여행을 준비 차 돈을 벌기 위해 성서를 읽게 된 그는 뜻밖의 살아야 하는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죽기 위해 시작한 성서 읽기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면서 마침내 세상에 나오게 된다. 세상에 나온 후에는 장애인으로 삶을 살아가는 게 힘들다는 걸 깨닫게 되고, 장애인들이 살기에 불편한 한국 사회를 바로잡고자 노들 야학에 뛰어들게 된다. 이 책에는 장애인들의 야학인 ‘노들야학’의 교장으로, 장애인의 대표로 장애우들의 권익을 위해 고군분투한 이야기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이 책은 모두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휠체어를 탄 교장선생님”이란 주제로 정상인으로 해병대를 다녀와 대학 복학 후 행글라이딩 동아리 활동 중 토함산에서 사고를 당해 장애를 입게 된 사연과 사고 후 5년 만에 사회에 나와 겪게 되는 장애우의 어려운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특히 기술을 배우러 갔던 서울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난 장애우들과 구조적인 장애인 문제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고 장애우들의 권익을 위해 앞장서게 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2장은 “중증 장애인들의 일상생활 잔혹사”라는 주제로, 서울 시내 인도와 도로 사이의 턱을 낮추는 운동,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운동, 장애인용 저상버스 도입운동, 복지관의 부정부패, 활동보조인의 문제, 노점상 단속문제, 장애인들의 취학 문제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장애인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집단행동 등에 대한 가슴 아픈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3장은 “우당탕탕 노들야학 사람들”이란 주제로, 저자가 17년째 교장으로 장기 집권하고 있는 장애인 야학인 ‘노들야학’ 에서 노들야학 교사들과 학생들, 그리고 노들야학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지금 노들야학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시선을 만날 수 있다.
중증 장애인들에게는 밥 먹는 것부터 사람과 관계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여백처럼 비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하나씩 배우고 채워 갔습니다. 그 채움은 공부고 투쟁이었습니다. 중증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산다는 것은 스스로의 결심과 노력뿐만 아니라 세상이 변해야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 변화의 벽은 너무나 두껍고 견고합니다. 그렇지만 노들은 그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동할 수 있었고, 사람을 만나 수 있었고, 공부할 수 있었고, 마로니에 공원 뒤편에 마련한 교육 공간도 월세를 내며 견딜 수 있었습니다. - <지친 사람들에게 시원한 바람이 되고 싶은 스무살 노들> 중에서
더 많은 장애인들이 ‘집구석’과 ‘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속으로 들어가 함께 살아야 한다. 그리고 국가와 사회는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갈 때만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이 사라지고 장애인에게 덧씌워진 온갖 차별과 부당함들도 사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그 많은 장애인들은 어디에 있을까> 중에서
노들장애인야학은 정태수가 ‘장애인운동청년연합회’를 이끌 때 제도 교육을 받지 못한 중증 장애인들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장애 운동가들을 조직하기 위한 사업으로 처음 제안되었다. 그러다가 정태수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1993년 8월 8일, 노들장애인야학을 조직하고 개교했다. 그리고 곧바로 그래 8월 15일, ‘장애인운동청년연합회’와 ‘전국장애인가족협회’와 통합수련회를 통해 두 협회는 ‘전국장애인한가족협회’로 통합되었고 노들장애인야학은 ‘전국장애인한가족협회’와 함께하는 조직이 되었다. 어려운 과정에서 박흥수와 정태수는 중요한 활동가호 역할을 수행했다. - <3인이 정자결의 그리고 홀로 남은 자> 중에서
노들이 꾸는 노란 들판의 꿈은 경쟁과 효율성만 난무하는 자본의 가치에 저항하는 꿈이다. 그 저항이 밑에서부터 일상의 저항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면 참 좋겠다. 노들은 중증 장애인도 이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고 큰 불편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저항할 것이다. - <추운 겨울, 길거리 천막으로 쫓겨난 노들야학> 중에서
이동권이라는 단어는 2003년 전에는 권리로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국어사전에도 없었을 정도로 우리 사회가 전혀 느끼지 못하는 문제였다. 그래서 장애인들은 거리를 다니지 못해 턱을 낮추어 달라고 하면서 죽어야 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또 죽어야 했다. 그만큼 장애인들에게는 너무나 절박한 말마디였다. 그런데도 예산 타령만 하고, ‘기다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약속을 하고도 온갖 이유를 들이대며 지키지 않는다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해 너무나 무책임한 정부이고 너무 무관심한 사회가 아닐까? - <거리의 턱을 낮추어주세요> 중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몰이해, 차별과 멸시는 그들이 오랫동안 사회와 격리된 채 살아왔기 때문이고, 그러한 격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해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런 상황이 되게 만든 것은 이동의 부자유였다. 그러므로 더 이상 장애인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는 야만적인 구조는 사라져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몰이해, 편견과 멸시도 조금씩 사라질 것이다. - <장애인에게는 너무 불편한 장애인용 리프트> 중에서
활동보조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일의 내용은 일반적으로 가사도우미가 하는 일과 비슷하다. 수입도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일의 ‘보람’이라는 가치를 비교 대상으로 한다면 정말 해볼 만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이 일이 즐겁다. 내가 똑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즐겁기만 하다. - <활동보조를 통해 만나는 세상> 중에서
* 전박사의 핵심메시지
본인도 대학에서 동아리 활동을 한 경험이 있다. 장애우들과 함께하는 동아리였다. 80년대 중반 장애인 시설은 지금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이었다. 하지만 그곳의 장애우들의 모습은 천진난만했고, 평화스러웠다. 2주에 한 번 가게 되면 그렇게 반갑게 맞이해주던 가족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적이 있었나 할 정도로 잊고 살아왔다. 동아리 카페에서 글을 남기고 간혹 졸업생 모임에서 흘러간 이야기 나누는 게 다였다. 이 책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지금 당장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그들이 원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걸 주려고 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그들도 우리와 같이 살아가고자 한다. 대중교통을 자유롭게 이용하고자 한다. 혼자 생활하기가 어렵다보니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생활하기를 원하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이 없는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장애는 선천적인 것도 있지만 사회 환경이 복잡하고 사고가 빈번하다보니 점점 후천적인 장애가 늘어가고 있다. 언제 어디서 누가 장애를 입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보장이 필요로 하다. 지금 당장 필요로 하는 장애우들에게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자유로운 이동의 보장, 활동보조인제도의 활성화 등의 정책이 적극적으로 실시되어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될 것 같다.
이 책이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 삶의 지평을 넓히고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일조할 것이다./전형구 전박사의 독서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