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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획정, 게리맨더링에 본회의도 무산...끝까지 '볼모 신세'

2016-02-29 17:29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20대 총선을 불과 45일 앞두고 가까스로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정치권의 무관심은 지속됐다. 

29일 여야는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본회의를 개최하는 대신 각각 의원총회를 열었고 텅 빈 본회의장에서는 최원식 국민의당 의원이 26번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주자로 나섰다. 

‘공천 살생부 논란’이 터져나온 여당은 대질심문까지 운운하며 민낯을 드러냈고, 그 와중에도 필리버스터를 활용한 야당의 ‘선거운동’은 이어졌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총에서 “필리버스터를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여당과 합의만 된다면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 선거구 획정을 담은 공직선거법만 처리하고 필리버스터는 계속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국회 대치 상황을 풀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변칙을 활용해서라도 테러방지법 저지 필리버스터를 절대 그만둘 수 없는 야당의 계산법이 드러난 셈이다. 야당이 테러방지법을 “인권침해법”이라고 주장하며 진실공방은 벌이므로 여당도 질세라 반박논리에 집중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 정부의 노동4법 등 민생 문제는 잊혀진 지 오래이다.  

더구나 28일 밤 안행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된 4.13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안은 벌써부터 게리맨더링(자의적 선거구 획정) 비판을 받고 있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조짐이다.

20대 총선을 불과 45일 앞두고 가까스로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정치권의 무관심은 지속됐다. 29일 여야는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본회의를 개최하는 대신 각각 의원총회를 열었고 텅 빈 본회의장에서는 최원식 국민의당 의원이 26번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주자로 나섰다./사진=미디어펜



법정제출 시한을 무려 139일 넘긴 상황에서 처리됐지만 선거구 획정안을 마지막까지 쟁점법안 협상의 희생양으로 방치되어온 결과이다.  

특히 강원의 홍천, 철원, 화천, 양구, 인제 등 5개 군이 하나로 통합돼 서울 면적의 10배에 달하는 초대형 지역구가 등장하는 등 여러 논란이 제기됐다.

획정안에 따르면 기존 재적 의원수 300명을 유지하되 지역구가 7석 늘어난 253석, 비례대표는 7석이 줄어 47석이 됐다. 분구 등으로 전국적으로 16개 선거구가 신설되는 대신 통·폐합으로 9개 선거구가 사라지게 됐다. 경기지역 의석 수가 52석에서 60석으로 8석 늘어나는 등 도시지역 선거구가 증가한 반면, 농어촌 지역구는 대거 축소돼 해당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하지만 일부 권역의 경우 정치권이 예상했던 실제 획정안과 다소 차이가 나 출마 예정자들 사이에 희비가 교차했다. 강원에서는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인 홍천·횡성이 공중분해됐다. 이 지역구가 염동열 새누리당 의원의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의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로 편입된 것이다. 

게다가 이 지역구들은 5개 시·군 면적을 합친 공룡 선거구로 등장했다. 서울면적의 10배 이상이다. 지역구 의원들은 “농어촌 지역의 목소리를 외면한 획정”이라고 비판했다. 

충북 괴산군의회는 29일 ‘선거구 획정 철회요구 성명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괴산+남부3군(보은·옥천·영동)’ 선거구 통·폐합 조정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괴산+남부3군) 통합선거구는 상식과 원칙을 벗어난 행위이며, 단순히 인구수 기준과 접경지역이란 점을 근거로 한 강제적 통폐합은 주민들의 정치적 선택권을 박탈하고,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렇게 지역의 통합과 분구 외에도 선거구 수 변동없이 구역조정이 이뤄진 5개 지역과 동일 선거구 내 경계조정이 이뤄진 12개 지역까지 게리맨더링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는 “행정구역과 생활권을 무시한 게리맨더링”이라며 공식 비판 입장을 내놨다. 수원지역 선거구는 기존 갑·을·병·정에서 ‘무’가 신설돼 1개 지역구를 더한 5개 지역구로 나눠졌다. 서울 강서 분구안의 경우 특정 정당, 특정 정치인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진 게리맨더링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선거를 얼마 남기지 않고 발표된 획정안 때문에 지난 4년간 지역구 표밭을 다져왔던 노력이 물거품이 된 상황도 여럿 있다. 

호남에서는 전남 고흥·보성(김승남 국민의당), 장흥·강진·영암(황주홍 국민의당), 무안·신안(이윤석 더민주당) 3개 선거구가 고흥·보성·장흥·강진, 영암·무안·신안의 2개 선거구로 재편됐다. 전남 순천·곡성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은 그의 고향이자 지지기반인 곡성지역을 우윤근 더민주당 의원의 전남 광양시 구례군에 떼어줬다.

이번 개정 선거구 획정안은 지난 2014년 10월30일 헌법재판소가 ‘기존 3대1 선거구 획정이 인구기준 표의 등가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린 뒤 ‘각 선거구의 인구 편차가 2대1을 넘지 않도록 조정하라’는 새 원칙을 제시하면서 시작됐다.   

다음해인 2015년 4월30일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독립기구화하고, 논의를 이어갔지만 그해 12월 정기국회 마지막날까지도 합의가 불발됐다. 지난해 12월 정의화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 회동으로 이번에 처리한 지역구 253·비례 47로 잠정 합의했음에도 여야는 쟁점법안을 연계시키며 법안 처리를 미뤄왔다. 지난 18일 여야 지도부 4+4회동이 있었지만, 야당의 테러방지법을 연계로 또 무산됐다. 

그러던 중 지난 23일 여야 합의가 이뤄졌고, 27일 선거구획정위가 밤을 새워 회의를 이어가 28일 오전10시 획정위원 9명 전원 찬성으로 드디어 획정안에 합의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은 선거구 획정안이지만 졸속에다 밀실야합의 산물이라는 비판을 고스란히 안고 19대 국회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날까지도 국회에서는 공직선거법 본회의 처리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고 여당은 공천살생부 논란, 야당은 테러방지법 저지 필리버스터로 제각각 밥그릇 챙기기에만 열을 올렸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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