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잇단 야당 금기어와 우클릭 행보를 보이면서 친노 강경파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당은 김종인 대표가 제안한 야권통합을 놓고 안철수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각을 세우는 등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종인 대표는 지난 1월 27일 당권을 쥔 후 더민주 주류와 친노 강경파들에게는 금기어나 다름없는 발언들을 서슴치 않고 쏟아내고 있다. 김 대표는 2월 9일 육군 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 핵 실험 및 미사일 도발에 대해 “북한 체제가 궤멸하고 통일의 날이 올 것이다”라고 ‘북한 궤멸’을 말했다.
2월 12일에는 당 비대위에서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자 “단순하게 찬반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며 신중론을 폈다. 같은 달 18일 청년과더불어경제아카데미 강연에서는 “(김대중 전 대총령이) 경제성장 압박감에 재벌 동원해 양극화 현상을 초래”했고 “(노무현 전 대총령이) 대통령이 되자마자 마음을 바꿔서 재벌 위주의 경제성장을 했다”며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이어 같은 달 18일인 25일 광주시의회에서는 “유효시점 지난 햇볕정책 진일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종인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야당의 정신적 지주이자 주류들의 생각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입장이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친노 강경파 의원들은 불이익을 우려 섣불리 반발도 하지 못한 채 일단 침묵하고 있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의 야권 통합 제안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거부했지만 당내 갈등과 장외 압박이 높아지고 있다.사진은 4일 호남향우회에 나란히 참석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종인 더민주 대표./사진=연합뉴스
김종인 대표는 7일 민주노총을 찾아서도 야당 대표로서는 금기에 해당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김 대표는 “(노조가) 너무 사회적인 문제에 집착하면 근로자의 권익보호는 상당히 소외되는 것 같다”고 말한 데 이어 “노사 간 충돌이 잦고 노사관계가 긴장돼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는 형태로 비치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김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평소 노·노갈등에 대한 생각을 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민노총으로서는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민노총은 이후 “더민주에서 민주노총을 방문한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참 안타깝다”는 등의 불쾌한 입장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인 대표는 평소에도 “정규직 위주의 노조가 비정규의 이해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져왔다.
더민주 우상호 의원은 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해 “(노사관계에 대한) 김종인 대표의 유연한 발언을 이해한다”면서도 “저는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고, 다른 견해는 총선 이후에 우리 진보적 블록들이 모여서 펼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해와 함께 불편한 속내를 내비췄다. 우 의원의 발언 속에는 총선 전까지는 복지부동하겠지만 총선 이후에는 새로운 친노 강경파들이 새로운 활로 찾기에 나설 것이란 복선의 의미를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당 김한길 위원장은 연대를 거부하며 ‘광야에서 죽겠다’는 안철수 대표의 발언에 ‘무책임한 사고’라며 각을 세웠다. 안 대표측은 “떠날 사람은 떠나라”며 김한길 위원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앙금이 남은 두 사람은 8일 얼굴을 마주 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안철수 대표와 김한길 위원장의 결별설과 탈달성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김 위원장은 일축했다.
안철수 대표는 8일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에서 개소식을 여는 등 지역 일정에 집중했고 김 위원장은 마포 당사에서 공천관련 실무회의를 가지며 확전을 경계했다. 김한길 위원장은 안 대표와 갈등양상으로 비쳐지는 것을 차단하면서도 새누리당의 개헌 저지선을 막기 위한 연대는 필요하다는 의미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재야 원로인사들로 구성된 ‘야권의 단합과 2016년 총선승리를 위한 수도권연대’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 연대를 촉구했다. 천정배 공동대표도 “통합은 불가”라면서도 “1차 목표는 새누리당 과반 저지”라면서 연대 가능성과 함께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안철수 대표는 “떠날 사람은 언제든 떠나면 된다” “후퇴는 없다” “포기할 일이었으면 시작하지도 않았다”며 여전히 통합 불가 의지를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의 이견과 함께 장외에서 일고 있는 야권연대의 바람을 안철수 대표가 앞으로 어떻게 재울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리더십이 도마위에 오르면서 안철수의 정치적 생각이 또 한번 위기를 맞고 있다. 김종인 대표발 야권통합 제안이 불을 지른 것은 맞지만 한편으로는 안철수의 생각이 생각에 머문 것이 화를 자초했다는 평도 적지 않다. 김종인 대표의 더민주 물갈이에 비해 뚜렷한 정체성이나 안철수 대표가 부르짖었던 ‘새정치’의 희망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안 대표가 자기 색깔을 잡지 못한 사이 김종인 대표는 당의 색깔과 다른 목소리를 내며 파격 행보로 중도층의 눈길을 잡았다. 개성공단과 오랜 세월 야당과 정치권 공생관계를 유지해 온 민노총을 찾아서도 거침없는 생각을 드러냈다. 김종인 대표의 민노총에 대한 일침은 안철수 대표에게 더욱 아픈 ‘신의 한수’가 될 수도 있다.
민노총도 생각지 못한 야당 대표의 따끔한 ‘훈수’를 새겨 볼 일이다. 더민주 친노·운동권도 시대착오적 생각을 버려야 한다. 김종인 대표도 노조를 비판한 그 심정으로 이제 노동개혁법을 생각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은 노조 위의 국회라는 사실도 깨달았으면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야당이 있음을.
[미디어펜=문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