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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조선업계 구조조정, 중국·일본이 덮치면 어쩌라고…

2016-03-21 10:29 | 고이란 기자 | gomp0403@mediapen.com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한국 조선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국내 조선 대형3사가 8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며 주춤거리는 사이 일본과 중국의 추격이 위협적이다. 한반도 주변국은 전폭적인 금융정책과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한국 따라잡기를 목표로 설정했다. 그 효과가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정부 주도의 조선업계 구조조정이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기업과 정부간 이해타산 문제가 얽히고 설키며 구조조정 시계가 느리게 가고 있다. 자칫 글로벌 조선업 1위의 아성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일본의 구조조정의 현재를 교훈 삼아 우리의 구조조정을 뒤돌아보고 정부와의 협력 강화로 체질 개선을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 내고 있다.

일본·중국 불황 극복 해법은 '구조조정'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이 발표한 세계 조선소 순위(2월 말 수주잔량을 기준)에서 현대중공업 그룹은 882만5000CGT(표준화물 환산톤수), 대우조선해양이 844만CGT로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현대중공업이 882만5000CGT(표준화물 환산톤수)로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이 발표한 세계 조선소 1위에 올랐다. /사진=현대중공업 홈페이지


주목해야할 점은 3위에 이름올린 일본의 이마바리 조선(696만4000CGT). 삼성중공업은 508만1000CGT로 4위를 기록했다.

과거 1위부터 3위까지 한국의 조선 빅3가 휘어잡던 시대를 지나 일본이 다시 상위권에 이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부활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조선소의 활약도 눈에 띈다. 양쯔강 홀딩스, 상하이 와이가오치아오, 후둥 중화 등이 10위권 내에 포진했다.

내리막길을 걷는 한국과 상승세를 탄 일본과 중국의 차이는 무엇일까.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에 따르면 일본은 오일쇼크가 발생했던 1970년대 중반 이후 불황에 대처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대폭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1978년 7월 일본 정부는 건조도크의 수를 138기에서 73기로 줄였고 생산설비는 997만CGT에서 619만CGT로 36.6% 감축했다.

이어 1986년 6월 엔고사태로 국제경쟁력 저하에 대처하기 위해 건조도크의 수를 73기에서 47기로 또 다시 감축했다. 생산설비는 603만CGT에서 460만CGT로 23.6%로 재편됐다.

일본조선업계는 호황기에도 과거 쓰라린 경험을 거울삼아 생산능력 증강을 보류해 설비과잉이 적고 해외에서 전략적 제휴와 조선소의 건설로 경쟁력을 키웠다.

정부의 지원과 내수시장 성장을 발판으로 빠른 성장을 보인 중국도 조선 산업 재정비에 들어갔다. 중국 정부는 민영 조선소에 대한 지원 중단과 국영 조선소 통폐합 등의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구조조정 중

한국 정부도 서둘러 구조조정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엄정평가⋅자구노력⋅신속집행 등 3대 원칙에 따라 전년 대비 44% 증가한 229개사를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했다.

올해도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시행하며 신용위험평가 대상을 확대하는 등 예년보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 17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주요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구조조정의 목표는 퇴출이 아니라 부실기업의 경쟁력을 복구해 회생시키는 것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 스스로의 자구노력은 구조조정의 시작이자 전제”라며 “스스로 살아나려는 노력이 없는 기업을 살려서는 안 될 것”이라 강조했다.

중국 등 주요경쟁국이 기업구조조정 등을 통한 공급측면 개혁을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기업구조조정 등을 통해 산업과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한다는 각오다.

STX조선해양에서 건조한 LR1 탱커 모습. /사진=STX조선해양



법정관리의 위기를 넘어 중형조선사로 탈바꿈한 STX조선해양은 조선 산업 구조조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STX조선해양은 과거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조선업계 빅4라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4월 자율협약에 들어간 이후 채권단으로부터 4조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받았다. 800명이 넘는 인력을 감축했으며 앞으로도 930여명을 감축할 예정이다.

STX조선해양은 구조조정을 통해 해양플랜트와 대형선박 등의 수주를 중단하고 5~7만톤급의 탱커선과 소형 가스운반선 중심으로 사업계획을 조정해 영업이익 창출에 힘쓰고 있다.

산업은행은 “사업구조조정, 수주합리화, 인적구조조정 등을 실행할 경우 오는 2017년부터는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시현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약 4조2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바탕으로 경영정상화를 위해 자구안을 실행 중이며 성동조선해양은 삼성중공업과 경영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채권단이 지분매각에 나선 SPP조선도 우선협상대상자인 SM그룹과 막판 조율 중이다. 대선조선은 소형 탱커·컨테이너선·여객선에 특화된 조선사로 생존을 모색 중이다.

무조건 줄이기는  "안돼"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조선산업의 현황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일본의 조선산업은 2000년대에 들어서도 원가상승, 노동인력의 노령화, 선가하락 및 수주상황 악화 등으로 어려움이 지속됐다. 

반면 한국과 중국은 적극적인 설비투자 등을 통해 1980~90년대에 경쟁력을 크게 강화해 신흥 조선국으로 급부상했다. 일본이 약 40년간 유지해 왔던 조선산업 주도국으로서의 위상을 잃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러한 위기의식 하에 일본 정부는 지난 2003년 6월 ‘일본 조선 산업의 비전과 전략’ 보고서를 통해, 21세기 일본 조선 산업의 비전, 기본전략과 세부전략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조선 산업을 향후에도 꼭 필요한 산업으로 인식하고 일본 조선 산업의 비전을 ‘세계 해운·조선의 중심적 역할을 위한 기반 확립’으로 설정했다.

일본 정부는 그간의 시설감축 위주의 구조조정 정책이 오히려 일본 조선 산업의 경쟁력 저하를 초래했다고 판단하고 건조량, 설비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 내지 폐지하며 세계 해운·조선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력 확보를 목표로 제시했다.

그 결과 일본은 세계 조선소 순위에서 한국을 제치고 3위에 이름 올리며 무서운 뒷심을 보여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산업은 전, 후방 산업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수주에서 인도까지 걸리는 기간이 타 산업에 비해 매우 길고 자본 회전율이 낮아 유동성 위기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조건 ‘밑빠진 독의 물 붓기’라는 시선으로 볼 것이 아니라, 옥석을 가려내 살리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장기적으로도 국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계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절실하다”면서 “기업은 구조조정을 통해 내실을 다지고 정부는 국내 조선업계가 중국·일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미래 먹거리 기술 확보를 위한 산업육성 정책마련에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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