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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서 '완장' 택한 김종인, 문재인 넘어설까?

2016-03-23 14:29 | 문상진 기자 | mediapen@mediapen.com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셀프 공천' 논란에 사퇴 배수진을 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최종 선택은 당 잔류였다. 김종인 대표는 23일 더민주당에 남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해 당 안팎의 읍소를 받아들인 것일까 아니면 꿈꿨던 더민주의 개혁에 대한 자신감일까?

더민주의 비례대표 후보 선정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사실상 예고된 사태였다. 친노·운동권은 김종인 대표의 색깔 바꾸기에 그동안 쌓였던 울분을 표출한 것일 뿐이다. 경선과 공천 과정에서 이제나저제나 하던 친노·운동권이 자신들의 밥그릇으로 믿었던 비례대표에서도 대거 낙천하자 결국 분통이 터진 것이다.

이대로 김종인 대표가 물러선다면 그는 문재인 대표의 ‘총알받이’나 잠시 ‘얼굴마담’역에 불과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다. 김 대표의 당무 거부에 이때다 싶어 친노·운동권은 비례대표 순위를 바꿔치기했다.

김 대표가 제시했던 전문가 중심의 비례대표 명단이 운동권 출신이나 친문세력으로 채워졌다. 김종인 대표가 친노패권주의와 운동권 청산이란 명제로 추진하던 세력교체는 한밤의 꿈이 됐다. 김종인 대표가 씌우려던 포장지를 뜯어내고 본래의 자신들의 내용물로 채웠다.

'셀프 공천' 논란에 사퇴 배수진을 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최종 선택은 당 잔류였다. 다시 돌아온 김 대표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그가 '얼굴 마담'으로 남을지 '양지만을 좇는 정치인'으로 남을지는 그의 몫이다. /사진=연합뉴스

그동안 김 대표는 '햇볕정책 수정론' '북한 궤멸론' '노조 쇄신론' 등으로 주류들의 '정체성'에 메스를 들이댔다. '공천 혁신안'을 파훼하고 새로운 공천룰을 만들어 물갈이를 했다. 이때만 해도 주류들은 문제 제기 없이 눈치만 살폈다. 그러다 핵심적 이해관계가 걸린 비례대표에서 자신들의 몫이 줄어들자 행동에 나섰다.

'당의 주인은 우리'라는 주류측의 위협이자 반발이다. '더민주는 도로 민주당'을 벗어날 수 없고 '더민주=문재인당'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당내 친노 세력은 일제히 화력을 뿜어댔다. 당 외 조국 서울대 교수, 문성근 씨도 가세했다. '후안무치', '노욕'이라는 험한 단어까지 동원됐다. 김종인 대표는 반발했다. 그리고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기에 이르렀다.

김 대표의 사퇴 배수진에 위기감을 느낀 친노 주류들은 일제히 꼬리를 내렸다. 그리고 김 대표는 잔류를 택했다. 이것이 현재의 더민주 현주소다. 더도 덜도 아니다. 김종인 대표는 겉을 보고 바뀌는 듯한 모습에 잠시 착각하며 자기 최면에 취했다. 최면에서 깨어나는 순간 김 대표에게 돌아온 건 회한이었을 것이다.

숙제는 남기로 한 김 대표의 앞날이 탄탄치 않을 것이란 점이다. 떠나면 스스로 백기를 들고 물러서는 꼴이요, 남게 되면 치열한 전쟁을 치러야 한다. 김 대표가 잔류를 결단한 만큼 앞으로의 자신의 몫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김종인 대표가 내걸었던 친노 패권주의와 운동권 척결에 대한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만약 김 대표의 잔류 결정이 자기만의 살 길을 찾기 위한 결단으로 적당히 타협하는 수순이 된다며 그야말로 그의 선택은 '노욕'이었음을 자인하는 꼴이 된다.

다시 돌아온 김 대표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킹 메이커는 다시 하지 않겠다고 한 김 대표다. 그의 꿈이 무엇이든 지금 되돌아 온 그가 할 일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민생도 안보도 위급한 상황이다.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이다. 그가 '얼굴 마담'으로 남을지 '양지만을 좇는  정치인'으로 남을지는 그의 몫이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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