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20대 총선 300석중 38석(비례대표 포함)을 얻어 제3당으로 부상한 국민의당. 야당의 정신적 텃밭인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밀어내고 맹주 자리를 꿰찼다. 기대 이상의 승리감에 취해서일까?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가 '과속스캔들'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600여일이나 남은 시점에서 대선을 겨냥한 연립정부론 군불을 때고 있다. 4·13총선이 끝난 지 보름도 채 되지 않았다. 민심의 심판이 진정 무엇인지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자만과 오만이 눈을 가린 것인지 아리송하다.
국민의당은 26~27일 경기도 양평의 한 리조트에서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을 가졌다. 26일 안철수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는 4·13 총선에서 국민이 내린 명령은 엄중하고 무겁다며 "바로 정치인들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바꾸는 정치를 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천정배 공동대표도 민심이 무섭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며 "국민의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너무나도 무겁게 우리 어깨를 짓누르고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이후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양적 완화에 대한 강연이 있었다. 김 교수의 강연을 들은 후 안철수 대표는 박지원 의원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양적 완화가 뭔지 모를 것 같은데요? 하하하. 아유 참…"이라고 했다. 또 옆에 앉은 천정배 공동대표에게 "너무 경제를 모르는 사람이 청와대에 앉아 있어 가지고…"라고 한데 이어 "경제도 모르고 고집만 세고…"라며 박 대통령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이 양적 완화가 뭔지 모를 것 같은데요? 하하하. 아유 참…" "경제도 모르고 고집만 세고"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비난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개적 발언은 아니었지만 이 말은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됐다. 안철수 대표가 박 대통령을 향해 "양적완화가 뭔지 모를 것 같다" "경제도 모르고 고집만 세고"라고 한 것은 당 대표의 격과 관련이 있다. 혼잣말일지라도 남들에게 들렸다. 안철수 대표의 생각이 어느 쯤에 있는가가 읽히는 대목이다. 안 대표는 뭔가 단단히 착각 속에 있다.
호남의 표가 안철수 자신을 향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총선 기간 중 안 대표가 광주·전남·전북을 방문한 건 1박2일 일정의 딱 한 차례다. 안 대표는 수도권과 다른 지역에 치중했다. 호남발 녹색바람은 수도권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는 찻잔속 태풍이었다. 호남을 움직인 건 권노갑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다.
동교동계의 녹색바람을 막기 위해 더민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홍걸씨를 내세웠고 문재인 전 대표는 김종인 대표와 각을 세우면서까지 광주에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권노갑 고문을 비롯한 동교동계의 철옹성을 뚫지 못했다.
호남의 녹색바람은 수도권으로 번지며 정당지지율을 끌어 올렸다. 수도권 호남향우회 등의 결속을 부르며 정당투표에서 더민주를 누르고 2위를 했다. 권노갑 고문과 동교동계가 호남 압승과 정당 투표의 진짜 숨은 공신이다.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를 한 번도 앞서지 못한 것이 방증이다.
안철수 대표의 입은 무겁다. 애매모호한 화법도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런 안 대표가 박 대통령을 향해 비하에 가까운 비아냥을 보냈다. 박 대통령은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3당 대표 회동 정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민생과 경제살리기 해법을 함께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하지만 안철수 대표의 생각이 이처럼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면 기대할 게 없다.
안철수 대표는 38석이란 '뜻밖'의 의석수에 도취해서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27일 국민의당은 소속 의원 만장일치로 원내대표에 박지원 의원을 추대했다. 원내대표만 3번째다. '저격수'라는 별명답게 박지원 의원은 노회한 정치가다. 싸움닭을 방불케 한다. 천정배 공동대표는 '탈레반'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극단주의 행태를 보여 온 그는 총선 직후 이명박-박근혜 정부 8년간의 적폐를 타파하기 위한 국회 청문회를 열겠다고 했다.
안철수 대표는 직시해야 한다. 국민의당은 호남당일뿐 수권정당으로 가기엔 턱도 없다. 총선을 앞두고 이해관계와 밥그릇 지키기로 급조된 당이다. 정체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얽히고설킨 비빔밥 당이다.
안 대표는 당 장악력부터 키워야 한다. 대안 없는 비판과 국정 발목잡기는 그의 정치생명을 위협할 부메랑이다. 대뜸 대통령부터 비아냥거리고 나서는 것은 헛된 오만에 다름 아니다. '일하는 정당'을 원하는 국민에게 '말하는 정당;으로 답하지 않기를 바란다. '정책 정당' 기대에 '정략 정당'으로 답하지 않기를 바란다. '경제 정당' 요구에 '발목 정당'으로 답하지 않기를 바란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