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가 김종인 대표의 당대표 추대 문제를 놓고 ‘진실공방’을 벌인 것과 관련해 ‘김종인 힘빼기’라는 해석이 많다.
김 대표 측이 경선 없이 당대표로 합의추대할 것을 밀어붙이자 당내 친문·친노 세력들의 반발이 나왔고, 논란이 확산되지 문 전 대표가 김 대표를 대면했다. 하지만 총선 이후 두사람이 처음 회동한 이후 양측에서 나온 말이 각기 달라 진실공방이 벌어졌고, 문 전 대표는 “김 대표에게 수권비전위원장직을 제안했다”고 밝혀 김종인 당대표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후 문 전 대표는 침묵에 들어갔지만 당내에서 전당대회 개최를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 속속 나오고 있다. 전대 시기 문제로 김 대표를 압박하면서 동시에 김 대표에 대한 날선 비난도 쏟아졌다.
추미애 의원이 1일 사실상 당대표 출마를 시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김종인 비대위 체제’ 종식을 촉구했다. 추 의원은 또 호남 참패 원인을 김 대표에게 돌렸다.
추 의원은 “호남 참패를 가져온 현 비대위 체제를 유지한다는 것은 더민주의 상징인 호남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민주적 절차에 따라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의원은 또 “계파주의에 우리 스스로를 가뒀다”면서 김 대표의 당 개혁론을 거부했다. “셀프공천과 비례대표 파동으로 지지자들을 등 돌리게 만들었다”면서 “총선을 이끈 비대위 지도부에 대해 정당지지 3위라는 채찍을 내렸다”는 말로 총선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김 대표에게 돌렸다.
이용득 비례대표 당선자도 같은 날 김 대표를 향해 “먹튀 투기자본”이라는 노골적인 비난을 가하며 “지금 더민주는 비상상태인가 정상상태인가. 제1당인 더민주가 비대위 체제로 당을 운영한다. 이 무슨 꼼수인가”라고 말했다.
“당헌당규대로 비대위원장을 내려놓고 당대표 출마하면 된다. 더구나 지금 비상체제에서 당 운영을 제대로 민주적으로 되고 있는 건가”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가 김종인 대표의 당대표 추대 문제를 놓고 ‘진실공방’을 벌인 것과 관련해 ‘김종인 힘빼기’라는 해석이 많다./자료사진=연합뉴스
이와 함께 당내 의원모임 차원에서 전대 개최 시기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4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초재선 의원들이 연달아 모임을 갖고 ‘곧바로 전대 실시’와 ‘연말로 전대 연기’를 놓고 논의했지만 ‘8~9월 전대 개최’라는 중재안이 나왔다. 김종인 당대표 체제가 연기되는 것에는 공감하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현재 추 의원과 의견을 같이하며 전대 개최를 앞당기자는 쪽에 이석현·송영길·김영춘 등 당 중진의원들이 가세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씨도 “비정상적인 비대위 체제를 빨리 청산하지 못한다면 현 지도부는 물론 현재 체제가 나오도록 만든 당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에 대해 당원과 지지자들이 책임을 묻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문희상·이종걸·이춘석 등 또 다른 중진들은 전대 연기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계파 간 다른 주장을 펼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대 연기를 주장하는 측에서도 김 대표가 호남 등의 공천 실패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선거 이후 ‘경제’를 앞세워 민생투어에 나선 김 대표가 2일 전북 지역을 방문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당내 반발에 부딪친 김 대표가 자신의 이름값을 키우며 반전을 노리기 위해 이어온 민생투어이다.
앞서 문 전 대표는 김 대표와 회동한 뒤 수권비전위원회를 거론하며 “김 대표가 당대표 경선에 출마하면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표는 김 대표를 향해 “경제민주화 스피커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고, 이는 당 내부를 향한 중요한 메시지가 된 셈이다.
반면 김 대표는 총선 직후 2기 비대위를 출범시키고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당의 정체성이 국민이 바라는 쪽으로 흘러가야 한다”며 운동권 출신들을 배제할 것을 요구해왔다.
앞으로 더민주가 곧바로 전대를 열고 새 지도부를 선출할 경우 김종인 대표를 ‘토사구팽’할 가능성이 높다. 김종인 합의추대론에 대한 반발이 거센 가운데 갈라진 의견이 모아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전대가 열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말까지 전대를 연기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질 경우 경선 형식을 빌려서라도 김 대표를 당대표로 추대하고, 김종인 체제를 이어갈 가능성도 남아 있다.
결국 문 전 대표를 옹위하는 당내 주류세력이 어떤 방향으로 행동할지 결정하는 것에 따라 김종인 체제의 생명이 연장될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김 대표의 2일 전북 방문을 앞두고 광주의 더민주 소속 시·구의원 50여명이 현 체제의 연기를 반대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지난달 25일 김 대표가 광주를 방문했을 때 광주 시의원 13명의 지도부와의 간담회를 집단 보이콧하면서 현 체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냈던 이들이다.
더민주는 3일 당선자·당무위원 연석회의와 당무위원회를 잇따라 소집해 전당대회 시기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는 당에서 전당대회 개최 관련 논의가 마무리된 직후인 5일부터 엿새간 휴가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종인 최측근 인사는 1일 언론을 상대로 “3일 연석회의에서 김 대표가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사전작업을 할 필요도 없다”며 “김 대표가 빠진 ‘도로 민주당’으로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문 전 대표 스스로도 잘 안다. 당의 미래와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