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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손학규 악몽'…안철수, 문재인 '수' 읽었나

2016-05-05 09:24 | 문상진 기자 | mediapen@mediapen.com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김종인 대표가 5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 20대 총선 구원투수로 나섰던 김종인 대표가 4개월이란 시한부 생명을 연장하긴 했지만 문재인 대표와 물과 기름의 관계만을 확인시켰을 뿐이다. 더민주는 '도로 민주당'으로 급 유턴을 하고 있다. 

딱 그 행태가 2007년 손학규 전 대표 흔들기와 판박이다. 이 판세를 읽고 안철수 대표가 홀로서기를 했다면 안철수의 생각이 맞아 떨어진 셈이다. 반대로 정치 9단을 자신했던 김종인 대표로서는 큰 패착을 둔 셈이다. 안철수 대표는는 묘수를 둔 셈이고 김종인 대표의 포석은 물거품이 된 셈이다. 김종인 대표의 패착은 친노 패권주의를 얕본 것이다.  

더민주가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8월 말∼9월 초로 연기하면서 김종인 대표와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계간 시한부 동거가 시작됐다. 대선까지 공생을 약속했던 두 사람간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호남참패론을 놓고 책임공방이 일면서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종인 대표에게 호남참패 책임 잣대를 들이댄 것은 친노·운동권의 구실찾기 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김종인 대표가 5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 더민주는 '도로 민주당'으로 급 유턴을 하고 있다.


친노·운동권 주자들의 김종인 흔들기는 총선을 전후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들의 김종인 흔들기는 2007년 손학규 전 대표를 배척했던 것과 똑 닮았다. 2007년 손학규 전 대표는 한나라당을 탈당 대통합신당에 입당했다. 손 전 대표는 이후 야당이 어려울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하며 두 차례 당 대표를 맡았고 재·보궐선거 차출에도 기꺼이 응했다. 하지만 그는 친노 운동권 세력에 배척당했다.

당시 친노 운동권 세력들은 "보따리장수같이 정치를 해서야 나라가 제대로 되겠나"(노무현) "손학규 영입은 정치적 매춘행위"(정청래) "손학규가 민주 개혁세력 정체성에 맞나"(이해찬) "손학규는 산업 스파이 같은 느낌"(김어준)이라며 몰아쳤다.

그들의 독화살은 2016년 김종인 대표를 향해서 여지없이 날아들었다. 과거 손학규 전 대표에게 했던 그대로다.

"김종인이 호남 사람 화나게 해 역풍 불었다"(정청래) "셀프 공천과 비례대표 파동으로 지지자들을 등 돌리게 만들었다"(추미애) "먹튀 투기 자본이 우리 당에 들어온 것 같다"(이용득) "노인은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손혜원)는 막말이 난무했다.

이들의 생각은 무서우리만치 닮았다. 너무나 빤히 속이 빤히 들여다보인다. 역할이 끝났으면 떠나야지 왜 눈치 없이 버티고 있느냐는 뜻이다. 김종인 대표 영입을 위해 삼고초려를 했다던 문재인 대표도 총선이 끝나자 낯빛을 바꿨다. 대선까지 맡아 달라고 했던 문 전 대표가 양산으로 내려가기 전 김 대표에게 사실상 대표직에서 내려올 것을 요청했다. 역할이 끝났으니 바지 사장은 떠나라는 결별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친노 패권주의는 이종교배를 원치 않는다. 배제와 배신으로 자신들만의 순혈주의로 완고한 성을 쌓고 있다. 자신만이 옳다는 독선과 용도가 다하면 가차없이 팽한다. 김종인 대표는 총선 승리의 일등공신이지만 그 역시 비껴가지 못했다. 호남참패 책임론의 잣대를 김 대표에게 들이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김종인 대표도 호남책임론에 대해 4일 한 종편TV에 출연해 "호남유권자들이 어떻게 해서 (더민주가 참패한) 결과가 나왔는지 판단할 것이다. 누구에게 책임이 있다면 억지로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된다"고 털어놨다. 대선주자 자격과 관련해서는 정직이 가장 큰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서는 "무엇을 생각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문재인은 대표 시절 재·보선에 연전연패했다. 그래도 친노는 책임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이번 총선에서도 문 전 대표는 광주에서 '호남이 지지를 철회하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고 대선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대국민 약속을 했다. 하지만 총선 후 없던 일이 됐다. 바지 사장에게만 책임을 묻고 오너는 전리품만 챙기겠다는 생각이다. 친노 이외의 오너는 있을 수 없다. 손학규·안철수가 그렇게 당했다. 이번엔 김종인일 뿐이다. 

더민주가 친노 운동권을 중심으로 '도로 민주당'으로 급속히 돌아가고 있다. 운동권의 출신들은 서로 얼굴을 붉히다가도 비운동권 세력과 싸울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등 뭉친다. 그들만의 성을 쌓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고 운동권 출신들이 대거 정치권으로 유입되면서 운동권 출신들은 그들만의 강고한 성을 쌓기 시작했다. 운동권 출신이 아니면 당에서 발언권을 얻기도 쉽지 않다. '배제의 정치'가 '친노 패권주의'를 불렀고 그렇게 뭉친 그들은 야권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더욱 자신들만의 울타리를 높이 쌓고 있다. 더민주는 기억해야 한다. 오만과 독선과 위선으로 쌓은 성은 솟을수록 위태로워진다는 사실을.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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