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총선 참패로 과반 의석을 넘지 못한 새누리당이 혁신 대신 곧바로 ‘미래권력’을 좇는 계파 간 힘겨루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비박계는 “양아치” “패거리집단” 등 거친 발언을 서슴치 않았고, 친박계는 “나갈테면 나가보라”며 맞섰다. 공천 갈등에 총선 참패를 겪고 망신창이가 된 데다 차기 대선의 필승카드까지 잃어버린 집권 여당의 참담함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어 지켜보는 이의 낯이 뜨거워질 정도이다.
발화는 지난 17일 정진석 원내대표가 인선한 비대위-혁신위 의결을 위한 상임전국위를 친박계가 보이콧하면서 시작됐다.
친박계의 이런 행위는 정당 민주주의를 실종시켰다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 다수의 친박계가 그들의 손으로 선출한 원내대표와 타협조차 시도하지 않은 채 의결 과정을 보이콧한다는 것은 공당으로서 상상하기 힘든 것이다.
이 때문에 친박이 정 원내대표를 향해 “자기 정치를 하려고 한다”고 비난해도 여론의 공감대를 얻기 힘들어졌다. 당내 주류 세력으로서 공천 파동과 총선 참패를 만든 장본인인데도 여전히 패권에 집착한다는 비난 이외에 받을 평가가 없기 때문이다.
친박계가 주도한 전국위 보이콧 사태는 당헌·당규에 정해진 선정 기준과 절차를 내팽개친 것이다. 전국위 개최가 무산되면서 비대위-혁신위 좌초는 물론 지도부 공백 사태까지 낳았다.
정 원내대표는 당선인 신분으로 당 대표 권한대행 역할을 하고 있지만 20대 국회가 개원하기 전인 만큼 국회의원 신분이 아니라서 아직까지 국회 사무처에 교섭단체 대표의원 등록도 못한 상태이다.
이 때문에 졸지에 집권 여당이 ‘식물 정당’으로 퇴화했다는 비난에 내몰렸다. 게다가 친박계가 비대위-혁신위와 관련해 정 원내대표에게 “백지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라”고 요구한 것은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말에 자나지 않는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18일 비상대책위·혁신위 추인이 전날 무산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지역구(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서 당분간 대응책을 숙고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오후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이 텅 비어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6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후 KTX로 귀경 도중 돌연 지역구인 충남 공주에서 하차했다./사진=연합뉴스
이런 친박의 행태를 본 비박의 정두언 의원은 “동네 양아치도 이런 식으로 안한다”며 “정당이 아니라 패거리 집단”이라는 막말도 쏟아냈다. 급기야 집권 여당의 분당 위기론이 확산되면서 새누리당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내몰리고 있다.
여기서 친박계의 입장을 살펴보면 다수 세력으로 자신들이 세운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크게 실망한 듯하다. 김용태 혁신위원장 인선과 10명의 비대위원 선출을 사전에 상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8선인 서청원 의원이나 친박 좌장으로 통하는 최경환 의원 등의 눈에 턱없이 부족했을 것이다.
하지만 주류인 친박계야말로 소장파 혁신위원장에 힘을 실어주면서 타협과 설득으로 당의 세대교체를 주도해나갔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박 비박 할 것없이 새누리당이 보수 가치를 지키는 당 정체성을 잊어버린 데서 기인한 결과라는 평가가 덧붙여졌다.
이미 선거 전문 정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이라면 정체성이 중요할 리가 없다. 하지만 정체성 없이는 지지층을 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친박은 뼈아프게 되새기고 비박은 크게 깨달아야 한다. 일부 비박 의원들 사이에서는 보수 가치가 비현실적이고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당 혁신을 논하면서 진보학계를 대표하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나 참여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에게 조언을 듣는 방식이라면 보수당 지지층은 새누리당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 정 원내대표나 비박계가 대중영합주의를 버려야 하는 대목이다.
지금 새누리당이 다시 결집하고 싶다면 계파갈등의 접점을 찾는 방법부터 모색해야 한다. 계파를 불문하고 대중영합주의를 버려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보수 가치를 실현할 의지에 집중하는 것만이 당도 지지층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해답이 될 것이라는 게 보수우파 진영의 중론이다.
특히 차기 대선의 필승 카드가 희미해진 상황에서 당이 정체성부터 회복해야 유권자들의 지지가 결집되고, 유권자 지지가 결집될 때 유력한 대선주자를 탄생시킬 에너지도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