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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조선업, 구원투수는 해양레저산업?…낙관 vs 비관

2016-05-30 11:38 | 고이란 기자 | gomp0403@mediapen.com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업황 부진으로 조선업계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해양레저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워 위기를 극복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업황 부진으로 조선업계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해양레저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워 위기를 극복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오는 31일 바다의 날을 맞아 외국 해양레저산업의 성공사례를 소개하며 위기에 빠진 국내 조선업의 해법을 바닷길 육성에서 찾아야한다고 밝혔다.

추광호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외국 사례의 벤치마킹을 통해 우리가 가진 조선산업 경쟁력을 해양레저산업 활성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우수한 해양 환경과 조선 기술을 적극 활용해 미래 성장동력인 해양레저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관광산업인 바닷길 육성을 통해 레저선박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이 융복합된 해양레저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워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탈리아·뉴질랜드 사례 벤치마킹해야 

전경련은 이탈리아 비아레지오(Viareggio) 지역을 쇠락한 조선소가 레저선박 제조단지의 중심으로 거듭난 대표 사례로 소개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일반 선박 생산업체 세크(SEC)는 지난 2002년 도산한 후, 베네티(Benetti) 등 12개 요트업체가 이를 인수해 일반 선박용 조선소와 유휴 항만시설을 레저선박 제조용으로 전환했다.

이후 30여개의 레저선박 제조업체와 약 1000개의 부품생산업체가 밀집한 클러스터가 형성됐고, 전 세계 슈퍼요트의 약 22%를 생산하는 레저선박제조 중심지가 됐다.

제조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변경, 선체 수리·보수, 부품 교체 등 수리·유지보수 물량을 세계 각국에서 유치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경련은 카누, 요트 등 해양레저코스를 편도로 연결한 ‘바닷길’을 조성하자며 뉴질랜드를 예로 들었다.

뉴질랜드 남섬의 아벨 타스만(Abel Tasman) 국립공원에는 요트, 카약, 수상택시 등을 갈아타며 해양레저를 즐길 수 있는 바닷길이 있다.

제주도 해안선 길이(258km)의 약 5분의 1 구간(54.3km)에 약 15가지 투어코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레저기구를 대여해 편도로 이용하고 다른 곳에서 반납할 수 있어 같은 장소를 왕복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바다에서 요트나 카약을 편도로 이용할 수 있는 투어코스는 드물고, 30분~1시간 동안 연안 한 바퀴를 돌고 오는 정도로 활동이 제한적이다.

현행법상, A업체와 B업체가 제휴해 뉴질랜드 같은 바닷길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A업체가 A지역에서 B지역으로 가는 코스를 만들려면, B지역에 이미 계류장, 매표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명의의 시설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므로 영세 사업자는 엄두를 내기 어렵다.

전경련은 국가 차원에서 제주 올레길 같은 해양레저코스 ‘바닷길’을 만들고, 해양레저 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뉴질랜드처럼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바닷길’ 코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사업자간 계류장 공유를 허용해 코스를 운영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해양레저산업 활성화, 조선업에 얼마나 도움될지?

전경련은 조선강국인 한국이 우수한 인력, 생산 시설 등을 갖추고 있으며 고부가가치 선박제작에도 강점이 있을 뿐 아니라, 지구둘레 1/3, 중국 41배(국토면적 대비) 길이의 해안선을 갖고 있어 해양관광 환경도 우수하다고 분석했다.

레저선박 제조 과정은 가공, 용접, 페인트 등의 생산 공정이 일반 선박을 만드는 과정과 유사하기 때문에, 전환 교육만 실시하면 조선분야의 우수 인력들을 레저선박 제조분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전경련은 국내 대부분의 중소형 조선소는 강선(steel ship)을 생산하고 있는데, 강선 제조시설의 핵심인 선대, 도크 등은 대형요트를 제작하고 수리하는 설비로 활용이 가능해 유휴 생산설비도 전환해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조선업계 관계자는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수주가 없어서 걱정이지만, 현재 일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형조선사들이 지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며 중소형 조선사들이라고 해서 설비가 크게 다르지 않은데 레저선박으로 이익을 볼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과의 비교도 적절치 않다. 유럽은 크루즈 문화 등이 일찌감치 발달된 나라이며 관련 산업 인프라 자체가 워낙 잘 갖춰졌다. 국민들의 관심도 많다. 한국이 삼면이 바다라는 환경만으로 추진하기에는 너무 낙관적인면이 있다”며 “관광 특화된 제주도 등에서 단계적으로 시작하는 것은 적절하겠지만 조선업계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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