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여야 모두 ‘협치’를 외쳐온 만큼 20대 국회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번에도 ‘지각 개원’에 세비 축내기가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1당이 된 야당은 관례를 깨뜨리고 뜬금없는 ‘자율투표’를 내세우면서 전운마저 감돌고 있다.
원 구성을 할 때 국회의장과 부의장은 선출하도록 돼있지만 지금까지 국회의장은 여당,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하는 것이 관례였다. 으레 여야 각당은 의총을 열고 당내 선출 인사를 안내해준 뒤 당론으로 투표하는 것을 통과 의례로 삼아왔다. 이럴 경우 80%는 당이 안내해준 인사를 찍어서 통과시켜온 것이다.
하지만 여소야대가 된 20대국회를 열자마자 더불어민주당이 자율투표를 주장했고,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더민주와 논의한 바 없다”면서도 새누리당을 압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율투표란 말이 그럴 듯해 보여도 문제는 국회의장만 별도로 해서 자율투표를 하자는 데 있다. 국회의장을 자율투표로 선출하게 되면 복당을 해도 야3당 의석수에 미치지 못하는 여당이 탈락할 수밖에 없다. 더민주가 국회의장을 맡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럴 경우 여야가 다시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장 구성 협의를 한다고 해도 더민주가 또다시 1당임을 내세워 법사위원장을 차지하려고 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5월30일 임기를 시작한 20대 국회는 임기 개시 후 7일 이내에 첫 임시회를 열고 3일 이내에 상임위원장을 선출해야 한다. 따라서 여야는 내달 5일 본회의를 열어 의장단을 선출하고 7일 상임위원장을 배정해야 하지만 야당이 국회의장 자율투표를 주장하면서 원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자료사진=연합뉴스
결국 더민주의 정치전략적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무조건 관례를 깨보겠다고 밀어붙이는 것에서 협치 정신을 찾아볼 수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야권 일각에서도 “이렇게 밀어붙이다가 자칫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 모두 더민주에게 넘겨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임기 개시 후 7일 이내에 첫 임시회를 열고 3일 이내에 상임위원장을 선출해야 한다. 20대 국회가 5월30일 임기를 시작했으니 여야는 내달 5일 본회의를 열어 의장단을 선출하고 7일 상임위원장을 배정해야 하는 것이다.
앞서 여야 3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5일 회동에서 내달 14일까지 원 구성을 마무리하는 데 합의했다. 특히 원내교섭단체가 된 국민의당은 일찌감치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원내 1·2당이 나눠갖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3당은 지난 31일에도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을 갖고 조기에 원 구성을 끝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야당이 자율투표를 주장하면서 무위로 돌아갔고, 여야가 대치 중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일 원내지도부 간담회에서 “국회의장은 여당이 맡는 것이 관행이었다”며 “더민주가 불과 한석을 더 얻었다고 의장을 맡겠다는 것은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장직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못 박은 것이다.
그는 또 “원 구성 협상 전 복당은 없다”면서 “탈당 의원들을 복당시켜 의장을 맡아야 한다는 것은 야당의 논리”라고 일축했다. 사실 역대 국회마다 여소야대가 드물었던 만큼 흔히 1당이라도 하면 여당일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은 이날 국회의장단 자율투표에 대한 합의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당 내에서도 차라리 자율투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이는 ‘자율투표’라는 용어가 주는 좋은 이미지를 내세워 흐지부지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여소야대 정국이라는 현실을 무시한 공정하지 못한 태도라는 것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PBC라디오에서 “자율투표로 국회의장단을 선출하기로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합의한 것은 없다”면서 “어제 저녁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를 만나 ‘왜 뜬금없이 자율투표를 주장했느냐’ 했더니 박완주 수석부대표가 그런 제안을 했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전 관례대로 한다면 더민주가 의장, 새누리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야 하지만 이번에 협치의 가능성이 없다면 역시 의장은 어디서 갖든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갖는 것이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법사위원장이 설사 국민의당에 배정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소화할 능력 등을 생각해서 더민주가 갖는 게 원칙”이라는 말도 덧붙였지만 법사위원장만큼은 야당이 양보할 수 없다는 속내를 보인 것이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같은 날 JTBC와의 인터뷰에서 “여당 압박용 발언일 뿐”이라고 했다. 더민주 내 의장 후보들마저 조바심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7일로 예정된 법정시한을 앞두고 느긋한 발언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새누리당은 국회의장을 가져가겠다고 공언한 적은 없지만 더민주가 법사위원장을 고집하면 국회의장을 갖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협치’를 대통령의 양보를 얻어내는 데 사용하면서 3당 체제에서 원 구성의 셈법은 더욱 얽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야가 타협하려면 접점이 가능한 영역부터 합리적으로 논쟁을 벌여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지금처럼 도저히 상대가 용인할 수 없는 일방적인 정치논리를 내세우는 ‘꼼수’로 양보하라고 하는 것은 협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