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고이란 기자]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합병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양측은 경영 정상화에 집중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8월 초를 목표로 용선료 인하 협상에 박차를 가한다. 이미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 협상을 마무지은 만큼 한진해운도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해졌다.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합병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양측은 경영 정상화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해운업종 구조조정과 관련해 용선료 인하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법정관리라는 원칙을 세운 바 있다.
현대상선은 5개월만에 용선료 인하 협상에 성공했다. 현대상선은 벌크 선주사들로부터 25% 수준의 용선료 조정에 대한 합의 의사를 확보했다. 이달까지 모든 선주사들과 본 계약 체결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번 협상으로 향후 3.5년간 지급예정인 용선료 약 2조5000억원 중 약 5300억원에 대해 일부는 신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장기 채권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조건부 자율협약의 전제조건인 용선료 조정, 사채권자 및 선박금융 채무조정을 현대상선이 해결함에 따라 회사가 정상화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현대상선의 남은 과제는 얼라이언스(Alliance, 국제해운동맹) 편입이다. 채권단은 자구계획을 성실히 이행한 현대상선에게 출자전환 등의 절차를 일정대로 진행하고 얼라이언스 편입에도 적극 지원한다고 밝히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반면 한진해운은 본격적인 용선료 인하 협상에 뒤늦게 나선만큼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채권단도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구조조정의 전제조건인 용선료 인하와 사채권자 채무재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지원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진해운은 경영난으로 인해 지난 4월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했고, 채권단은 지난달 4일 조건부로 자율협약 개시를 결의했다.
연말까지 1조원의 부족한 자금을 채우는 것도 급한 불이다. 한진해운은 자율협약을 신청하면서 4000억원대의 자구안을 제출했지만 역부족이다.
유동성의 위기를 맞은 한진해운이 용선료를 연체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일부 선주들은 한진해운이 밀린 용선료를 갚기 전에는 용선료 인하 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은 본격적인 용선료 인하 협상에 뒤늦게 나선만큼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사진=한진해운
한진그룹인 4000억원을 한진해운에 지원하는 대신, 채권단에 일부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채권단은 회사 내에서 해결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합병론도 경영정상화를 위해 매진하고 있는 양측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두 회사의 합병론은 해운업계가 위기를 맞았을 때부터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번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발언으로 또 다시 합병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3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양대 해운사의 정상화가 마무리되면 두 회사를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한진해운의 정상화 추진 상황을 보아가며 합병, 경쟁체제 유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면서 “정상화가 마무리되면 산업 전체 차원에서 합병이 좋은지 경쟁 체제를 유지하는 게 좋은지 검토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합병에 대한 업계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사업에 차별점이 없어 합친다고 해도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는 모두 매출 대부분이 컨테이너 사업 부문에서 발생한다. 북미, 유럽 등 운항 노선 역시 대부분 중복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 해운사를 키우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과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둘을 합쳐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면 합병설은 설로 끝나는게 맞다”며 “노후선박의 폐선시기를 앞당겨 배의 척수를 줄이는 등의 방법은 있을 수 있지만 합병론은 또 다른 위기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