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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수당 훔치는 공무원들…첩보원 방불케 하는 수법

2016-06-16 16:04 | 이상일 기자 | mediapen@mediapen.com
[미디어펜=이상일 기자]초과근무수당 부정 수령 파문 이후 10년이나 흘렀지만 여전히 공무원들이 근무 시간을 속여 야근수당을 챙기고, 공직사회의 단속은 느슨하다는 의혹이 여전하다. 

지난 2014년 6월 27일 오후 9시 충북도청 직원 A씨는 음주 교통사고를 냈다. 혈중 알코올농도 0.154%의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신호 대기 중인 차량을 뒤에서 들이받았다.

경찰 조사를 끝내고 귀가 조처된 A씨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황당하게도 도청 사무실을 찾아가 지문 인식기에 지문을 찍었다. 음주 교통사고를 낸 와중에도 초과근무 수당을 챙기는 '직업 본능'이 발동한 것이다.

그는 징계 대기 중 이런 얌체 짓을 한 사실이 드러나 괘씸죄까지 적용돼 '정직' 처분을 받았다. 이 공무원은 그러나 작년 11월 해임된 경북의 소방공무원 2명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이들 소방공무원이 초과근무수당을 부당하게 챙기기 위해 고안해낸 수법은 기상천외했다. 실리콘으로 만든 자신들의 손가락 본을 부하 직원들에게 주고 야근을 한 것처럼 지문 인식기에 체크하도록 했다.

챙긴 돈은 각각 300만원대였다. 이들은 초과근무수당 전액을 환수당했고 해임됐다. 부당 수령액의 3배가 되는 징계부가금도 물어야 했다. 300만원의 '공돈'을 챙기다 평생직장을 잃었다. 

제주에서는 작년 7월 초과 근무수당을 허위로 챙긴 공무원 12명이 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초과근무를 하지 않았으면서도 자신들의 근무처가 아닌 다른 곳의 출·퇴근 지문 인식기에 지문을 인식, 야근 시간을 조작했다.

경찰도 예외는 아니다. 인천경찰청 교통순찰대 소속 B경감은 지난해 2∼5월 사무실에 있으면서 순찰 현장 근무자에게 지급하는 시간 외 초과근무 수당 110여만원(107시간)을 받아 챙겼다. 

자체 감찰 결과 B경감 외에도 교통순찰대 소속 대원 28명이 같은 방법으로 최소 3시간에서 최대 42시간까지 초과근무 수당을 부당하게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2013∼2014년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을지훈련 기간 비상근무자 354명이 무더기로 하루 4시간씩 모두 1438만4000원의 초과근무 수당을 부당 지급했다가 감사에 적발되기도 했다.

최영출 충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은 "초과근무가 1년 내내 일반화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선진국의 경우 낮 시간대 업무 집중도를 높여 초과근무가 필요하지 않고, 재난 발생과 같은 특별한 때가 아니면 아예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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