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SKT·CJ헬로비전' 합병 불허…관치의 끝판왕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간의 M&A(인수·합병)이 불투명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인가 조건에 따른 것이다. 업계는 사실상의 합병 불허라고 판단했다. CJ헬로비전은 하루 만에 11.25%의 주가가 하락(1만 650원)했고 SK텔레콤 또한 하락했다(0.91% 21만 7000원).
공정거래위와 SK텔레콤 측은 "심사 결과 내용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며 함구했지만 업계는 공정위가 두 회사 합병으로 일정 비율 이상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케이블+IPTV)을 차지하는 방송권역을 매각하라는 조건을 내걸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에 발송한 심사보고서에서 "두 회사 결합으로 국내 방송통신 업계에 경쟁 제한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주식양수금지와 합병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로써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계획은 사실상 힘들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두 회사의 결합이 국내 유료방송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공정위가 분석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공정위의 합병 불허 결정과 관련, KT는 "공정위 심사보고서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기가 어렵다"며 "다만 까다로운 시정조치 일지라도 인수합병을 허가 하는 의견이라면 반대한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결과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수긍 여부 판단은 어렵다"며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한 후 매각하는 조건이라면 엄격한 조건이라도 공정위의 시정조치 의미가 무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CJ헬로비전은 하루 만에 11.25%의 주가가 하락(1만 650원)했고 SK텔레콤 또한 하락했다(0.91% 21만 7000원).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적대로 매각 조건을 이행할 경우, SK텔레콤의 매출 1조 원이 증발한다./사진=연합뉴스
공정위는 이번 심사보고서에 대한 SK텔레콤 입장을 받은 뒤, 이달 예정된 전원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내린다. 만약 공정위가 심사보고서를 통해 합산점유율 50~60% 이상 되는 권역을 매각하라는 조치를 내렸다면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권역 13~15곳을 넘겨야 한다. 가입자 기준으로 60~70% 정도를 포기해야 하는 셈이다. 금액으로는 1조 원이 증발한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공정위의 인수합병 불허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공정위 전원회의에 소명자료를 제출하고 이번 인수합병이 성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기존 유료케이블 업계의 구조개편이 차단된다는 것이다. 현재 케이블 업계는 규모의 한계와 지역사업자의 한계로 유료방송 가입자 감소 및 매출 감소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정위 결정대로라면 위기 타개를 위한 구조조정은 불가하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이후 대기하고 있는 딜라이브 매각 건도 모두 올스톱이다. 마케팅 파워를 가진 IPTV 시장으로 인해 케이블 업계는 존폐의 위기에 몰렸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이를 부추긴 격이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간의 M&A(인수·합병)이 불투명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인가 조건에 따른 것이다. 업계는 사실상의 합병 불허라고 판단했다. 사진은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사진=연합뉴스
특히 공정위의 이번 판단은 유료방송 시장의 특성을 무시한 것이어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케이블방송은 당초 지역 독점으로 시작됐다"며 "공정위 논리대로라면 현재 위기에 빠져 있는 케이블방송을 인수합병할 곳은 아무 곳도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이번 인수합병을 사실상 불허하면서 지적한 경쟁 제한, 소비자 선택권 제한에 대한 사안도 마찬가지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이와 관련 "공정위 판단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며 "유료방송 시장에서의 선택권은 지역단위로 4~5개(IPTV 3곳 포함) 사업자들이 경쟁하기 때문에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모바일 결합이 이슈라면 결합상품 점유율 제한 등의 조치를 걸면 된다는 설명이다.
공정위의 SKT·CJ헬로비전 합병 불허는 관치의 끝판왕이다. 공정위가 이번 결정에서 권역별 점유율을 따지는 것은 전국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IPTV 사업자보다 중소 케이블 업계를 더 규제하는 모순을 용인하겠다는 처사다. IPTV에 밀려 입지를 잃고 있는 케이블TV 업체들의 탈출구를 공정위가 봉쇄했다. 인수합병이라도 해서 자체적인 구조 개편을 꾀했지만 공정위는 비상식적인 기준으로 이를 불허했다. 방송통신업계의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무지하고 기업에게 독이 되는 관료들의 규제악이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김규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