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중소기업에 5년째 재직 중인 40대 A씨는 최근 모친의 병환 소식을 접했다. 필요한 돈은 1000만 원. 문제는 중간등급의 신용이었다.
CB기준 신용 5등급인 A씨가 직접 '금융상품 한눈에' 사이트에 접속해 저축은행 상품들을 문의해 본 결과 저축은행들은 연 12.41%에서 27.90%까지 대출 금리를 적용하고 있었다. 연 이자가 124만원에서 많게는 279만원까지 발생하는 셈. 부담을 느끼던 A씨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순위에 '사잇돌 대출'이라는 단어가 올라온 걸 보고 관심이 생겼다.
역시 신용등급이 6등급으로 중간등급인 자영업자 B씨는 이미 올해 초에 은행 대출을 받기 힘들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저축은행에서 연 13.76%로 1000만원의 대출을 받았다. 1000만원을 빌리고 이자로만 137만 원을 부담하는 게 버겁다고 느끼던 중 B씨는 최근 '사잇돌 대출'이라는 상품이 나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새롭게 출시된 '사잇돌 대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신용 4~7등급에 위치한 대출 소비자들은 금리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새롭게 출시된 '사잇돌 대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신용 4~7등급에 위치한 대출 소비자들은 금리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은행들은 핀테크 기술을 적용해 무서류‧모바일 대출도 지원하고 있다. 제2금융권 대출을 가지고 있던 사람도 대환 대출을 통해 사잇돌로 '환승'할 수 있어 좋은 반응이 기대된다.
5일 은행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9개 은행(신한‧농협‧우리‧하나‧기업‧국민‧수협‧제주‧전북)이 연 10% 내외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인 '사잇돌 대출'을 이날부터 은행 창구에서 판매한다. 이에 따라 서민용 정책금융 상품을 이용하기에는 소득과 신용도가 양호하지만 은행 대출은 어려웠던 신용 4∼7등급자들이 혜택을 입게 됐다. 근로소득자는 연 2000만 원 이상, 사업소득자와 연금수령자는 연 1200만 원 이상의 소득이 있어야 대출이 가능하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영업부 객장에서는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포함해 이광구 우리은행장, 강병세 서울보증보험 전무 등이 참여한 가운데 '사잇돌 출시 은행 지점 현장방문' 행사가 개최됐다.
위 사례의 A씨와 유사하게 의료비 명목으로 대출 창구에 '사잇돌 대출'을 문의한 한 고객은 이 행사에서 우리은행의 '제1호 사잇돌 고객'이 됐다. 행사에서 정은보 부위원장은 이 고객과 은행 창구 직원들을 직접 면담하며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의미가 깊은 상품인 만큼 여러분들이 사잇돌 대출의 '전위부대'라 생각하고 열심히 홍보해 달라"고 주문했다.
우리은행 뿐 아니라 9개 은행 모두가 이날 사잇돌 대출 판매에 돌입해 저마다의 '1호 고객'을 맞이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비대면 모바일 대출도 가능하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무서류‧24시간 사잇돌 대출을 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우리은행 스마트금융부 이창재 부부장은 "사잇돌 대출과 비슷한 모델인 위비대출을 이미 1년간 운영해본 결과 고객들이 대출 심사과정에서 직원들을 직접 대면하는 데 생각보다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면서 비대면 대출의 장점을 강조했다. 이 부부장은 "상대적으로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 고객들의 경우 주민등록증과 스마트폰만 가지고 창구로 가시면 절차가 빠르게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잇돌 대출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도 낮은 금리다. A씨의 경우 사잇돌 대출을 이용하면 현재 두 자리 수인 대출금리를 7%대로 낮출 수 있다. 사잇돌 대출은 거치기간 없이 매달 원리금을 분할 상환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긴 하지만 금리 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건 무시할 수 없는 메리트다.
저축은행에 이미 1000만원의 대출을 받은 B씨 역시 사잇돌 대출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사잇돌 대출의 경우에도 각 은행들이 '대환 대출'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 요청 시 저축은행 대출 상환 의사를 밝히면 그만큼 익스포저가 조정된 채로 대출 심사가 진행된다. 사잇돌 대출의 최대한도는 2000만원인 만큼 상환능력에 따라 대출액을 늘릴 수도 있다.
단, 대환 대출의 경우에도 원리금 균등 분할상환 조건은 유지되므로 참고해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환 대출 고객은 월별 납입액 변동을 꼼꼼하게 체크해야 하며 자신의 상황에 적합한 만기를 1~5년 사이에서 잘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